최근 정부의 리베이트 투아웃 제도가 시행되고, 2년 전 단행된 일괄약가인하의 여파로 제약사들이 화장품·음료·식품·부동산 등의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광동제약이다.
이 회사의 핵심 제품은 전문약보다는 제주삼다수·옥수수수염차·비타500이다. 광동제약은 비의약품 매출 비중이 전체의 70%에 이르며, 비의약품 매출이 의약품의 2배 이상이다. 통상적으로 제약사라면 의약품 매출이 전체의 50% 이상은 되어야 하지만 이와는 거리가 멀다.
광동제약은 지난해 총 매출 4684억원을 기록하면서 전년 대비 40% 성장했지만 업계 7위의 상위제약사답지 않게 지난해 의약품 연구개발(R&D) 투자 비율은 5% 수준에 그치고 있다. LG생명과학 18%, 한미약품 15%, 동아ST 14%, 종근당 13% 등 다른 상위 제약사들과는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방 기업의 이미지가 강한 광동제약은 지난 2012년 말 제주삼다수 유통권을 확보하면서 생수 시장에 뛰어들었다. 비의약품 매출에 의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되고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상위권 업체라면 신약을 개발해야 한다. 광동제약이 제주삼다수를 인수할 때부터 제약업계에서 논란이 많았다"면서 "광동제약은 제약사라는 소비자들의 신뢰를 이용해 음료수를 팔고 있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비의약품 부분 매출은 계속 올라가는 추세다.
광동제약은 이에 대해 별 다른 해명을 하지 않았다.
지난 7월 초엔 수액제 전문 제약사인 중외제약이 세안제를 출시했다. 이 회사 내의 화장품 담당 부서가 세안제를 담당하고 있다. 제약사를 벗어나 토털헬스케어 회사로 거듭나고자 한다는 목표다.
한독은 숙취해소제 '레디큐'를 내놓았다. 커큐민(울금)을 주원료로 사용해 차별화했다고는 하지만 동아제약의 '모닝케어', CJ헬스케어의 '컨디션' 등이 선점하고 있는 숙취해소제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지는 미지수다. 일단 사업다각화를 하려는 시도로 보인다.
중외제약도 포도당을 주성분으로 한 기능성 음료 '4PM'을 선보였다. 중외제약은 카페인 대신 포도당과 타우린·비타민C·천연 과즙 등 건강 성분이 대거 함유돼 있다는 점을 어필하고 있지만 기존 시장의 벽은 두터워 보인다. 전문약 제조사인 휴온스도 최근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제약사들의 사업 다각화는 생존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마이팜 제약의 허준영 대표는 "일괄약가인하 이후 의약품의 영업이익이 많이 떨어지면서 제약사들이 어려움에 처해있다. 사업 다각화는 어쩔 수 없는 측면이 있다"면서 "제약사들이 국내 시장만 놓고도 먹고 살았지만 이젠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할 때"라고 말했다.
한국제약협회 측은 "제약업계의 미래는 어둡지 않다. 상위권 제약사들의 R&D 비중은 늘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장상용 기자 enisei@joongang.co.kr
<팁> 리베이트 투아웃 제도란 팁>
의약품이 1억원 이상의 리베이트로 적발되면 해당 의약품의 건강보험 적용을 최대 1년까지 일시정지 시키고, 같은 약이 2회 이상 적발될 때는 건강보험 급여목록에서 제외시키는 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