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대표 왼쪽수비수 박주호(27·마인츠)가 힘줘 말했다. 박주호는 이광종 감독이 이끄는 인천 아시안게임대표팀에 와일드카드(23세 초과)로 승선했다. 아시안게임은 국제축구연맹(FIFA)이 인정하는 대회가 아니라 소속팀의 차출 의무가 없다. 이 때문에 손흥민(22·레버쿠젠)과 이명주(24·알 아인) 등은 소속 팀 반대로 선발되지 못했다.
반면 박주호는 마인츠를 설득했다. 작년 여름 마인츠로 이적할 때부터 아시안게임을 염두에 두고 치밀하게 협상해 온 덕분이다.
박주호에게 아시안게임은 절실하다. 박주호는 1986년 이후 28년 만에 한국축구에 금메달을 안기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현실적으로 병역도 걸려 있다. 박주호는 내년 말 경찰축구단에 입대해야 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경찰축구단에서 2년을 뛰고 다시 유럽으로 나가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으면 또 다른 길이 열린다. 내년 여름 끝나는 마인츠와 계약이 1년 자동 연장된다. 유럽 무대에서 좀 더 뛸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
사실 박주호는 원래 수순대로라면 4년 전 광저우 아시안게임 무대를 밟았어야 했다.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은 묘한 대회다. 와일드카드 3명을 빼고 원칙적으로 만 23세 이하에게만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실력과 함께 운도 따라야 출전이 가능하다. 대표적인 예로 1988년생인 이청용(볼턴)은 뛰어난 기량을 갖췄으면서도 시기가 맞지 않아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한 번도 나서지 못했다. 1987년생은 이런 측면에서 행운이었다. 광저우 대회가 열렸던 2010년이 딱 만 23세가 되는 해였다. 박주호는 2007년 캐나다 20세 이하 월드컵 때 대표팀 주장을 맡는 등 1987년생의 대표주자였다. 광저우 대회 출전을 의심치 않았다.
그러나 당시 사령탑이었던 홍명보 감독은 파격적인 선택을 했다. 홍 감독은 자신과 함께 2009년 이집트 20세 월드컵에 나갔던 두 살 아래 1989년생들을 주축 선수로 뽑았다. 2년 후 런던올림픽을 위해 국제경험을 쌓아야 한다는 명분이었다. 결과적으로 홍 감독의 승부수는 성공했다. 홍명보팀은 광저우에서는 3위에 그쳤지만 2년 후 런던올림픽에서 빛나는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역사적인 결과 앞에 박주호를 비롯한 1987년생들은 아무 말도 못하고 끙끙 앓았다. 박주호는 그렇게 자신의 인생에서 아시안게임을 지웠다. 4년 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와일드카드로 뽑히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과 인연을 이어가게 된 박주호의 각오는 남다르다. 박주호는 틈 날 때마다 롤모델인 이영표(37) KBS 해설위원에게 조언을 구하고 있다. 이 위원은 12년 전인 2002년 부산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아쉽게 동메달에 그친 경험이 있다. 박주호는 "(이)영표형이 '나도 아시안게임에 실패해봤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라 국민들의 기대치가 크다. 그 압박감을 이겨내야 한다'는 말씀을 해주신다"며 "이번 대표팀에서 제가 최고참이다. 후배들을 독려해 팀 분위기를 잘 만들어 꼭 우승하고 싶다"고 출사표를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