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그룹 티아라만큼 '애증'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걸그룹이 또 있을까. 티아라는 2009년 데뷔 이후 수많은 히트곡을 만들어내며 팬덤을 넘은 대중적인 인기를 얻었다. 외모에 실력까지 겸비한 멤버들은 완전체 활동뿐 아니라 개인 활동에서도 예능과 드라마, 뮤지컬을 넘나들며 사랑 받았다. 그런데 변심한 사랑은 무서운 증오로 돌아왔다.
박수를 보내던 팬들은 순식간에 악플과 원색적인 욕설까지 쏟아내는 '안티'가 됐다. 멤버 교체를 겪으며 논란의 중심에 서 질타를 받았다. 사과와 해명에, 고개를 숙이고 눈물로 호소했다. 한번 돌아선 대중의 마음을 돌려세우는 건 쉽지 않았다. 이제 티아라는 조급하게 해명하기 보다는 땀흘리며 기다리는 쪽을 택했다. 과거의 영광을 다시 재현할 수 있을 지 멤버들에게도 확신은 없다. 하지만 그저 주저앉을 수도 없는 일. 오는 11일 미니 10집을 발표하고 완전체 활동에 나선다. '이제껏 어떤 걸그룹도 시도해보지 않은 음악과 무대'라고 자신했다. 막바지 준비에 한창인 티아라의 소연·은정·지연과 서울의 한 선술집에서 만났다. 자리로 들어서는 멤버들의 인사말은 "방금까지 안무연습해서 땀냄새가 날지도 몰라요"였다.
- 우선 주량체크 먼저 하죠,
은정 "저는 소주 반병 정도에요. 사실 술을 조금만 마셔도 얼굴이 심하게 붉어지는 편이라 자주 즐기진 못해요. 그래도 누가 권하면 안 빼고 마시려고 노력하죠."
소연 "'취중토크'인데 정말 죄송하지만 사실 저는 단 한잔도 못 마셔요. 대학교 때 모임에서 한잔을 마셨는데 응급실에 실려간적이 있어요. 그 이후에 맥주에 한번 도전해 본적이 있었는데 호흡곤란까지 오더라고요. 그래도 맥주 한잔 따라놓고 술자리 분위기를 즐길 줄 알아요."
지연 "저도 소주 반병이에요. 그런데 술자리를 가질 기회가 많지는 않아서 아쉬워요."
- 술자리에서 가장 '민폐'라고 생각하는 주사가 뭐라고 생각하나요.
은정 "사실 저는 같이 술 마시는 사람의 주사를 이해하는 편이에요. 술을 마시고 취한 사람이 평소답지 않은 행동을 조금 하는걸 가지고 그 사람을 너무 미워하고 싶지는 않더라고요. 너무 심하면 모를까, 술자리에서만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즐겁게 이해해 줄 수 있어야죠."
소연 "조금 비슷한데요, 저는 술을 '마시고 싶지만, 못 마시는' 사람으로서, 술자리에서 저만 맨 정신인게 늘 미안해요. 술자리라는게 다 같이 흐트러지고, 다 같이 안하던 말도 하는 편한 자리인데 저만 너무 또렷한 정신이면 그게 '민폐'인거잖아요."
지연 "멤버들 사이에서는 제가 좀 '민폐'인 편이에요. (웃음) 멤버들이 '너는 술을 마시면 갑자기 애교가 많아져서 우리가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언니들한테 좀 민폐죠."
- 은정씨는 강추할 만한 술안주가 있나요.
은정 "'히라메 고노와다'라는 일본식 안주를 추천할게요. 광어회와 해삼내장에 계란 노른자, 김가루를 무친 음식인데 정말 맛있어요. 여성분들에게는 술안주의 칼로리도 큰 스트레스인데, '히라메 고노와다'는 그런 걱정도 별로 없을 듯 합니다."
- 걸그룹으로서 다이어트에 대한 스트레스가 엄청날 것 같아요.
소연 "저는 원래 마른 체질이 아니에요. 몸무게가 가장 많이 나갈때와 활동에 맞추어 감량했을때의 차이가 8kg이나 되요. 항상 신경쓰려니 힘들어요.통통한 편이라 늘 관리해야 하니까 힘들죠. 다이어트가 일상화되다보니 여러가지 노하우가 쌓여서 멤버들은 물론 다른 걸그룹 멤버들의 다이어트 상담까지 해주고 있어요. 전문적인 지식 보다는 실제 생활에서의 팁을 줄 수 있는 정도가 됐어요."
- 다이어트에서 유난히 자유로운 멤버도 있을 것 같은데.
은정 "지연이, 효민이, 큐리언니가 그래요. 큐리 언니는 양식을 좋아해요. 햄버거, 파스타, 와플같은 음식이요. 힘들게 연습을 마치고난 후에 다른 멤버들은 정말 배고파도 참는데, 큐리언니는 그 늦은 시간에 케이크를 사서 먹는데도 살이 안쪄요. 여자로서는 정말 복이죠. 보람 언니도 대단해요. 과거에 20kg 감량 후에는 계속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는거잖아요. 존경스러워요, (웃음)"
지연 "저는 음식을 굉장히 많이 먹어요. 애써서 참고 안먹으려고 노력하지는 않는 것 같아요. 어차피 안무 연습을 하면 칼로리 소모가 있으니까요."
소연 "강박까지는 아닌것 같은데, 예쁜 여자분에 대한 집착이 있어요. 카페를 가거나 길거리에서도 잘생긴 남자분 보다는 예쁜
여성분들에게 눈이 더 가요. 그리고 예쁜 여자분과 친해지는것도 좋아하구요. 동경이라고 해야하나? 보고 있으면 기분도 좋고, 왜 남자들이 여자를 '스캔'한다고 하잖아요. 위 아래로 '주욱' 훑어보는 거. 저는 여자인데도 여자분을 '스캔'해요. 휴대폰으로 인터넷을 보다가 예쁜 여자분 사진을 보면 캡처해서 저장해 놓기도 해요."
은정 "주차할때 선을 안 맞추면 너무 신경쓰여요. '이만하면 됐다' 싶은데도 평행으로 정확히 맞추려고 해요. 뭔가 삐뚤어져 있는걸 못 참는것 같아요. 스킨을 바를때도 화장대에 제 위치에 정확히 놓아야 다음 로션을 바르죠. 셔츠같은것도 똑바로 안되어 있으면 항상 정리하구요."
- 요새 신인이나 후배 아이돌 중 눈이 가는 그룹이 있나요.
소연 "부끄럽지만 사실 제가 '제작자'의 꿈이 마음 속으로 있어서 그런 관점에서 다른 팀들을 보곤 해요. 이성으로 보고 '저 사람 멋있어', '저 후배랑 친해지고 싶어'가 아니라 '저 사람은 잘되겠다' 또는 '저런 매력이 있다니 꼭 성공하겠네' 같은 생각을 해보곤 해요. 저는 '쇼미더머니' 참가자 분들이 가장 눈이 가요. 바스코 선배님은 랩을 14년이나 하신분이니까 독보적인 분이시고, 올티도 우리나라 프리스타일 랩에서는 손꼽히는 분이라고 들었어요. '구제 스웨거' 아이언은 랩도 훌륭하신데 비주얼적으로도 사랑받을 거 같구요. 또 바비도 너무 멋있어요."
은정 "저는 마마무요."
소연 "오오 맞아 맞아."
지연 "맞아 마마무 좋아."
은정 "일단 보컬이 네분 모두 뛰어나시고, 무대 위 퍼포먼스랑 표정도 너무 좋구요. 패션도 자신들의 스타일에 맞게 잘 소화하는것 같아요."
지연 "저는 요즘에는 방탄소년단이요. 이번에 컴백 무대를 봤는데 정말 잘하더라고요. 무대를 꽉 채우는 게 느껴졌어요."
소연 "한팀 더 말해도 될까요. 신인은 아니지만 저는 샤이니가 너무 멋진 것 같아요. '에브리바디' 무대를 보는데 온몸에 전율이 느껴졌어요. 저는 직접 무대에 직접 서는 사람이니까 어떤 동작이 어려운건지, 어떤 구성이 가능한지, 불가능한지를 뻔히 잘 알잖아요. 그런데 샤이니 '에브리바디'는 존경스럽기까지 했어요. 그 정도의 퀄리티를 보여준다는게 사실 정말 어렵거든요. 저뿐만 아니라 음악방송 현장의 사람들은 샤이니 무대에 엄지손가락을 세워요. 태민의 '괴도' 뮤직비디오 보셨나요? 눈빛 하나, 손끝 하나로 감정을 전달해내는 능력에 소름이 끼쳐요. 그 전달력이 생각보다 정말 어렵거든요. 제가 아직 부족한 부분이어서 그런지 그걸 너무 잘 해내는 사람을 보면 너무 멋있어요. 샤이니는 더 이상 '아이돌'이 아니에요.
지연 "샤이니분들은 TV로 보이는 모습도 잘하시지만 현장에서 보면 정말 예술이에요. 그날 본인들이 가진 모든 에너지를 한 무대에 다 쏟아버리는거에요. '샤이니는 사전녹화 한번 하면 매니저들이 부축해서 무대를 내려온다'는 말도 할 정도에요. 우리도 그렇게 해야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