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페어플레이 정신을 잊었다. 거친 플레이로 한국의 주축 선수들을 쓰러트렸다.
사우디는 17일 안산와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의 2014 인천아시안게임 남자축구 A조 조별리그 2차전에서 0-1로 패했다. 경기에서는 아쉽게 졌지만 매너에서는 참패했다. 한국은 사우디의 거친 플레이에 김신욱(26·울산)과 윤일록(22·서울)을 부상으로 잃어 28년 만에 정상을 향한 여정에 '비상'이 걸렸다.
심판이 휘슬을 분 뒤에 날리는 슈팅은 애교였다. 사우디는 선제골을 실점한 뒤에 더 과격해졌다. 한국 선수들에게 돌파를 허용할 때마다 거친 태클이 들어갔다. 경합하는 상황이 오면 공이 아닌 선수를 보고 몸을 던졌다.
전반 19분 공격진영에서 김신욱은 상대 미드필더 사미 알수다니(22)와 강하게 부딪혔다. 김신욱을 오른쪽 종아리 바깥쪽 타박으로 쓰러졌다. 큰 부상을 직감한 이광종(50) 감독은 김신욱을 빼고 20분 이종호(22·전남)을 투입했다. 이게 끝이 아니었다.
9분 뒤에는 윤일록이 쓰러졌다. 수비에 가담했다가 상대 공격수의 태클에 쓰러졌다. 진단 결과 윤일록은 오른쪽 내측 인대를 다친 것으로 밝혀졌다. 후반 22분에는 김영욱(23·전남)이 공만 빼내는 절묘한 플레이를 선보였다. 사우디 선수는 태클이 들어온 김영욱을 밟는 모습을 보였다.
23분에는 박주호(27·마인츠)가 돌파에 성공해 나갔는데, 사우디의 아이드 알카타니(21)가 뒤에서 두 손으로 잡아끌었다. 축구라기보다 럭비 같았다. 박주호가 항의하자 사우디 선수들이 몰려들어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안산와스타디움에 모인 2만 2850명의 팬은 사우디의 거친 반칙이 이어지자 야유를 보냈다.
27분에는 김영욱이 마두(21)와의 헤딩경합에서 햄스트링에 타박상을 입었다. 이어진 공격에서는 김진수(22·호펜하임)가 알감디(21)에게 거친 태클을 당했다. 중국의 마닝 심판도 옐로카드를 바로 꺼내들 정도로 거친 파울이었다. 29분에는 마두가 빠져 들어가는 김영욱을 뒤에서 걸어 결국 경고를 받았다. 후반 40분에는 알카타니가 이재성의 발을 밟았다. 마닝 심판은 이번에도 바로 옐로카드를 꺼내들었다.
후반 45분 알감디는 시뮬레이션 액션까지 하면서 또 경고를 받았다. 김진수에게 반칙했을 때 경고를 받았던 알감디는 경고 누적으로 퇴장당했다. 시종일관 짜증 섞인 플레이를 한 사우디는 이날 5장의 경고를 받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사우디가 지나치게 거친 플레이를 했다. 김신욱은 다행스럽게 큰 부상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윤일록의 경우는 경기를 마치고 병원에서 정밀 진단이 필요하다"고 우려를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