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들은 언제 긴장을 풀고 조이는지 알고있어요. 저 대표팀 심리 박사라도 맡아야 할까요?
이만하면 봉중근(34·LG)을 아시안게임(AG) 대표팀 '비공식' 심리주치의로 임명해도 되겠다. 풍부한 경험과 후배들을 위한 헌신을 갖춘 드문 인재다. 그는 "(박)병호가 주장으로 정말 잘하고 있다. 이따금 너무 심각해 질 정도라 곁에서 돕겠다. 비공식 심리 주치의 같은 것이라도 하겠다"며 미소지었다.
봉중근은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부터 베이징 올림픽, 2009 WBC, 광저우 대회에 모두 참가한 '베테랑'이다. 국제 경기에 10차례나 나서 30⅓이닝 동안 2승 무패 평균자책점 2.67를 남겼다. 전 국민의 이목이 쏠린 긴장감 넘치는 큰 무대에서 실수도 해봤고, 호투로 '봉열사'라는 애칭도 얻었다. 그만큼 국제대회에서 벌어지는 상황마다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할지 요령을 안다. 봉중근은 대표팀 맏이 임창용(38·삼성)과 함께 자신이 현장에서 보고 배운것을 전해주고 싶어 했다.
특히 이번 대표팀에는 황재균(롯데), 김민성(넥센), 이재학(NC), 유원상(LGㆍ2013 WBC에서 1경기도 등판하지 않음), 이태양(한화) 등 국제대회 경험이 없는 젊은 선수들이 많다. 봉중근은 "지금은 경기 전이라 약간 풀어질 수도있다. 하지만 대회가 시작되면 어린선수들은 갑자기 딱딱해지는 경우가 있다"며 ""(임)창용이 형과 함께 '우리가 신경을 써야 겠다'고 서로 대화를 주고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고참은 언제 긴장을 조이고 언제 느슨하게 풀어야 할 지 알고 있다. 과거 서재응(KIA) 선배가 그러셨듯 대표팀에 있으면서 후배들에게 이런 부분을 잡고 알려주는 것도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내 공만 던지는 것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주장 박병호를 도울 준비가 돼 있다. 류중일 감독은 이번 AG 대표팀 주장으로 연장자인 임창용과 봉중근에게 캡틴을 맡기는 걸 고민했다. 타자가 주장 완장을 차는 편이 낫겠다는 판단에 따라 박병호가 2014 AG 리더가 됐다. 그러나 봉중근은 장타를 치는데 몰두해야 할 박병호를 위해 기꺼이 돕겠다고 했다. 봉중근은 "(박)병호가 주장 몫을 참 잘한다. 달변이고, 생각도 깊다. 선배들을 찾아와 조언도 구한다"며 "이따금 너무 진지하고 심각해 져서 걱정이다. 혹시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내가 옆에서 비공식 심리 주치의 역할이라도 하겠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