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대표팀과 LG의 평가전이 열린 18일 잠실구장. LG는 2-0으로 앞선 3회 2사 후 주자없는 상황에서 4번 타자 최승준이 상대 두 번째 투수 김광현을 공략해 잠실구장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폭발시켰다. 최승준의 홈런이 터지자 LG 선수들은 그를 반기기 위해 모두 더그아웃에 줄지어 섰다. 그런데 최승준이 홈을 밟고 들어오자 뜻밖의 인물이 더그아웃 앞으로 나왔다. 양상문 LG 감독이었다. 양 감독은 박수를 친 뒤 최승준과 가볍게 하이파이브를 나눴다. LG 사령탑 취임 후 첫 홈런 하이파이브였다.
양 감독은 경기를 마친 뒤 하이파이브에 대해 묻자 "어떻게 봤나"며 웃은 뒤 "오늘(18일) 경기는 리그 정식 경기가 아니고 평가전이 아닌가. 연습 경기인 만큼 똑같이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승준이 정말 잘 쳤다"면서 "아무리 가운데로 몰렸다고 하지만 김광현의 공이 낮게 제구가 됐다. 구속도 150㎞ 가까이 나왔던데. 최승준은 팀의 미래 중심 타자로 키워야 할 선수다. 격려 차원에서 직접 나가 반겨줬다"고 덧붙였다.
양 감독은 LG 사령탑 취임 당시 "승률 5할이 될 때까지 홈런이 나와도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LG는 4위까지 오르며 시즌 초반보다 승차를 많이 줄였지만 아직 5할은 달성하지 못했다. 때문에 양 감독은 아직까지 단 한 차례도 홈런 하이파이브를 하지 않았다. 선수들의 홈런이 터지면 그저 더그아웃 안에서 조용히 박수만 쳤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최승준의 홈런이 나오자 직접 더그아웃으로 나왔고, 그와 손을 마주쳤다. 팀의 미래 4번 타자에 대한 기대를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최승준도 짐짓 놀란 모습이었다. 경기 후 최승준은 "홈을 밟고 들어오는데, 감독님이 서 계셨다. 하이파이브 당시에는 별 느낌이 없었는데, 생각해보니 감독님께서 하신 말씀이 생각났다. 직접 나와서 해주신 걸 알고 뒤늦게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남은 잔여 경기에서 팀에 보탬이 되고 싶다. 대타 요원으로 나갈 확률이 높은데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