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정우영 베이스볼긱 위원)는 지난 24일 인천 문학구장에서 열린 인천아시안게임(AG) 야구 B조 예선 2차전 한국과 대만의 경기를 중계했다. 해설로는 파트너 이순철 위원과 레전드 박찬호 위원이 함께 했다. 이날 박찬호 위원의 해설 중 오재원(두산)에 관한 부분이 논란의 중심에 섰다. "과거 한화 투수 시절 상대한 오재원이 자신의 타구에 맞았다고 우겼다"는 내용의 발언이었다. 필자는 박찬호 위원의 멘트가 오재원을 비판하려는 의도가 아닌 야구라는 스포츠에 있어서 존중, 'Respect'의 의미를 되짚어 보자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욕 양키스의 데릭 지터가 은퇴를 하면서 'Respect'에 대한 의미가 재조명되고 있다. 박찬호 위원은 존중과 관련된 문제가 재치로 포장되면 안된다는 의도로 발언했다고 본다. 필자는 박 위원이 중계 방송 중 오재원의 이야기를 꺼내는 순간 '파급 효과가 커질 것 같다'는 예상을 했다. 팬들이 약간 오해를 하면서 받아들일 여지가 있다고 생각했다. 아니나 다를까. 옆에 자리하던 PD가 포털 사이트 검색어 1위에 박 위원과 오재원이 올라갔다고 언질을 줬다.
필자는 이닝 종료 후 쉬는 시간에 박 위원에게 '오해가 될 수 있으니 긍정적인 방향으로 풀어나가는 것이 어떠냐'고 이야기했다. 그러면서 오재원의 다음 타석 때 웃으면서 '박찬호 위원의 마음을 상하게 했던 오재원 선수군요'라는 멘트를 했다. 멍석을 깔아주겠다는 의도였다. 그러자 박찬호 위원도 "웨이트를 열심히 해서 파워와 근력이 좋아진 것 같다"는 등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오재원의 팬, 특정 팀의 팬에게는 이야기 자체를 꺼낸 것이 논란의 여지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박 위원은 전반적인 존중에 대해 이야기하려는 것이었지 다른 의도는 없었다.
박 위원과 경기를 앞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역시 존중과 관련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박 위원은 국내야구와 메이저리그를 비교했을 때 가장 놀란 부분이 투수의 버릇, 이른바 '쿠세'에 대한 관대함이라고 한다. 미국 선수들 역시 상대 투수의 버릇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그건 개인의 비밀 즉 영업비밀로 남겨둔다고 한다. 정보를 공유했는데 소문의 진원지가 알려지면, 그 선수는 더 이상 선수 생활을 하지 못한다. 상대 팀에서 바로 맞히기 때문이다. 박 위원이 국내리그를 경험하면서 놀란 건 어느 팀에 어떤 선수가 투수의 폼을 잘 캐치한다는 정보를 다 알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런 것 자체가 알려진 게 존중이 아니라는 것이 박 위원의 생각이었다.
박 위원은 우리가 알고 있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개념을 다르게 인식하고 있었다. 우리는 흔히 하드웨어를 선수들의 신체 사이즈, 소프트웨어를 타격 기술과 송구·주루 능력 등으로 인식한다. 그러나 박 위원은 하드웨어는 선수의 신체와 관련된 모든 것, 소프트웨어는 멘탈의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우리 선수들이 하드웨어는 충분히 성장한 만큼 소프트웨어에 신경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필자는 박 위원은 경기장에 도착해서 팬들의 사인을 거절하는 장면을 보지 못했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최대한 해주려고 했다. 사진 촬영도 마찬가지였다. 박 위원은 해설을 하면서 선수들의 멘탈 측면을 강조하면서 야구만 잘하는 기계가 되서는 안된다고 했다. 그런 것이 해설에서 도드라져야 했는데 엉뚱한 방향으로 향하고 말았다. 이번 기회로 존중에 대한 의미를 다시 한 번 생각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