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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 ‘우생순 주역’ 우선희, 작은 손으로 좁은 문을 두들기다



37살 우선희(삼척시청)는 언제나 코트의 가장 자리에 선다.

라이트윙(RW) 포지션에 왼손잡이인 그는 오른쪽 구석에서 골대를 노린다. 핸드볼은 골대가 상대적으로 작은데다 골키퍼가 사지를 뻗은 채 각을 줄이고 나오면 구석에서 골을 넣기는 유난히 어려워 보인다. 윙포지션 선수들에게 다른 포지션 선수들보다 더 월등한 체공력과 골결정력이 요구되는 이유다.

우선희의 소속팀인 삼척시청의 이계청 감독은 "우선희 손을 보라. 핸드볼공이 잡히기나 할 지 걱정될 정도로 작다. 핸드볼 선수로서는 치명적인 약점을 특유의 체공력으로 극복하고 세계적인 선수가 됐다"라며 "공중에서 골키퍼의 위치와 자세를 뻔히 '보고나서' 슛을 하는 선수인데 누가 막을 수 있겠나"라고 전했다.

우선희는 2001년 이탈리아세계선수권대회 때 처음 태극마크를 단 뒤 2002 부산아시안게임과 2006 도하 대회에서 잇따라 금메달의 주역으로 활약했다. 2003년 크로아티아, 2005년 러시아세계선수권대회 때는 '베스트 7'에 선정되며 라이트윙으로는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존재임을 알렸다. 이에 힘입어 2007년에는 루마니아 핸드볼 프로리그 룰멘툴 브라쇼브에 입단하기도 했다.

우선희는 영화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의 주역이다. 2004년 아테네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당시 대표팀은 결승에서 덴마크를 상대로 2차 연장과 승부던지기까지 가는 피말리는 접전 끝에 패했다. 아쉽게 우승이 좌절됐지만 우선희는 이 대회에서 팀내 두번째로 많은 37득점의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상대 덴마크 감독이 "(우선희의 슛이) 어디서 날아오는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고 극찬하기도 했다. 우선희는 이때도 '세계 베스트 7'에 선정됐다. 이와함께 '속공의 명수'라는 별명도 얻었다.

이계청 감독은 "우선희의 속공은 남보다 1초 빨리 시작된다"며 "길이 40m에 불과한 핸드볼 경기장에서 남보다 1초나 앞선다는것은 말그대로 '끝'이라고 보면 된다"라고 전했다. 이 감독은 이어 "개인 실력도 월등하지만 팀을 발전시키는 선수다. 우선희는 삼척시청 팀에서 다른 동료 선수들에게 '교과서'라고 불린다"며 "자기는 열심히 안하면서 지시만 내리는 선배를 따르는 후배는 없다. 우선희는 누구보다 열심히 하고 자기관리가 철저하니 어린선수들이 자연스럽게 믿고 따른다"고 밝혔다.

우선희에게 이번 아시안게임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마지막 국제대회가 될 가능성이 크다. 그는 4년전 광저우 아시안게임을 눈물로 마쳤다. 당시 대표팀은 일본과의 대회 준결승전에서 28-29로 패해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여자 핸드볼의 아시안게임 6연속 우승 도전이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우선희는 "선수들은 물론이고 나 역시 당연히 우승할 줄 알고 나간 대회였다"며 "귀국하고 선수들과 헤어진 뒤 많이 울었다. 그 눈물을 재연하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우선희는 28일 인천 선학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카자흐스탄과의 인천아시안게임 여자 핸드볼 준결승전에서 10점을 넣으며 팀의 41-30 승리를 이끌었다.

결승 상대는 일본이다. 우선희는 4년전 치욕의 패배를 안겼던 일본팀과 10월 1일 선학핸드볼경기장에서 금메달을 놓고 격돌한다. 그는 "예전에는 핸드볼이 내 인생의 '절반'이라고 말했다"며 "이제는 '전부'라고 말하고 싶다"고 밝혔다.


AG특별취재팀=박현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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