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이명세 감독의 독특한 연출과 박중훈, 고(故) 최진실의 환상적인 연기로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센세이션을 일으키며 많은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던 '나의 사랑 나의 신부'. 올해 10월, 조정석과 신민아 커플로 세대교체해 새롭게 돌아온다.
1990년, 당시에는 보기 힘들었던 독특한 영상과 텍스트 효과에 더해 감각적인 연출과 8개의 에피소드로 나누어진 구성으로 영화의 재미를 극대화 시킨 이명세 감독은 '나의 사랑 나의 신부'로 제12회 청룡영화상 신인감독상, 제29회 대종상 신인감독상 등 각종 시상식을 휩쓸었다. 박중훈과 최진실 두 주연 배우 모두를 당대 최고의 스타로 급부상 시킨 이 작품은 당시 서울에서만 약 20만 관객을 극장으로 불러 모으며 흥행에 대성공, 사실상 로맨틱 코미디의 시초로 불리고 있다. 또한, 진정한 남녀의 사랑에 대한 영화의 메시지는 곁에 있는 사람의 소중함을 일깨우며 또 다른 감동을 선사하기도 했다. 2014년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현실 밀착형 로맨틱 코미디로 탈바꿈 되어 색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극 중 신문사의 기자였던 영민(조정석)은 9급 공무원으로, 전업 주부였던 미영(신민아)은 미술학원 교사로 등장해 시대에 맞춘 새로운 캐릭터를 선보인다. 여기에 90년대 '나의 사랑 나의 신부'와는 다른 다소 적나라하고 현실적인 대사들은 결혼에 대해 생각해본 모든 이들의 일반적인 환상을 깨며 색다른 재미를 전한다.
▶S#1 '나의 사랑 나의 신부'의 최고의 명장면 '짜장면'신
1990년 영민(박중훈)은 미영(故최진실)이 퇴사한 회사의 상사를 만나 뜻밖의 부고에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고 옛 연인을 만난 거라는 얼토당토않은 오해를 한다. 질투에 눈이 먼 영민은 미영과 함께 식사하던 도중 자장면을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그릇에 얼굴을 처박아 버린다. 2014년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영민(조정석)이 미영(신민아)과 오랜만에 주말 데이트를 즐기던 중 미영의 후배를 만나 질투에 휩싸이고, 원작과 마찬가지로 자장면 그릇에 미영의 얼굴을 밀어 넣는다. 이 장면에서 조정석은 신민아가 얼굴을 묻고 있는 짜장면 그릇을 한바퀴 돌려 웃음을 자아냈다.
▶S#2 급작스러운 집들이
호기롭게 회사 동료들을 집에 초대한 영민 때문에 미영은 화를 참으며 남편의 기를 살려주기 위해 요리를 시작한다. 눈치 없는 손님들은 시끄럽게 웃고 떠들며 미영의 심기를 건드리고, 영민은 이런 미영의 눈치를 살핀다. 잘나가는 커리어 우먼 미스 최에게 열등감을 느끼던 미영은 직장 동료들의 요구에 노래까지 부르게 되고, 망신스러운 음이탈로 그 날을 장식한다. 리메이크 된 '나의 사랑 나의 신부'에서는 눈치 없는 진상 친구들 달수(배성우), 기태(이시언), 정진(고규필), 승희(윤정희)가 집들이를 이끈다. 배성우는 웨딩 액자를 돌리는 애드리브로 눈치 없는 캐릭터를 완성했고, 신민아는 故 최진실이 불렀던 혜은이의 '당신은 모르실 거야' 대신 소녀시대 태연의 '만약에'를 불렀다.
▶#3. 눈물 젖은 아름다운 프러포즈
1990년의 '나의 사랑 나의 신부'는 단풍이 곱게 물든 가을, 어느 공원의 벤치에서 시작된다. 영민은 관객들을 향해 자신이 프러포즈를 할 것임을 알리지만, 도착한 미영은 그가 이별을 말할 것이라 지레짐작한다. 영민이 마음을 고백하려는 찰나 미영은 자신의 결론을 말해버리고 울면서 사라진다. 2014년에도 영민의 말을 듣지 않은 채 결론을 내려버린 미영의 모습은 원작과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영민이 스마트폰 메신저로 친구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미영은 친구와 폭풍 통화를 하는 등 깨알 같은 디테일이 살아있다. 하지만 가장 큰 차이점은 배경이 벚꽃 흩날리는 봄이라는 점. 쏟아지는 벚꽃잎 사이로 서로에 대한 오해를 풀고 반지를 주고 받는 이 커플의 모습은 신혼부부만의 사랑스러우면서도 달콤한 매력을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