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셰프의 방송 활동이 방송가에 자연스러운 분위기로 자리매김했다. 그 중심에는 강레오(38)가 있다. 사실 그는 전문 방송인도 아니고, 예능감도 없다. 첫인상은 딱딱한 말투,매서운 눈빛에 강렬한 카리스마까지 뿜어내 예능과는 오히려 거리가 멀어보인다. 하지만 방송가에서 그를 향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이전에는 보지 못 한 신선한 캐릭터라는 점과 솔직하면서도 프로페셔널한 모습이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대중들에게 이름을 알린 계기는 올리브TV '마스터 셰프 코리아'에서 심사위원을 하면서다. 요리에 있어서 만큼은 누구보다 엄격하고 냉정한 그는 방송에서 참가자들에게 거침없이 독설을 내뱉었다. 이슈가 되길 바라고 계산하고 한 행동은 아니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그의 말이나 행동을 흉내낸 패러디물도 나왔다. 이후 그의 방송 활동은 활발해졌다. 각종 예능프로그램에 패널이나 게스트로 출연했고, 최근엔 SBS '오! 마이 베이비'에서 서툴지만 다정다감한 아빠와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대중들에게 더욱 친근하게 다가갔다. 최근 인터뷰를 위해 만난 강레오는 '오! 마이 베이비'에서 보여준 모습 보다도 훨씬 따뜻하고 다정했다. 그는 "'마스터 셰프'를 하면서 식사하러 온 손님도 무서워했다. 식당에 가면 주인도 안 좋아하더라. 그런데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니다"며 푸근한 미소를 지었다.
-스타 셰프다. 연예인처럼 알아보는 사람이 많아져서 불편하진 않나.
"스타 셰프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냥 방송에 출연하는 요리사일 뿐이다. 물론 알아보는 사람이 있긴 하지만 그것 때문에 불편한 정도는 아니다. 원래 사람들이 많은 곳에 잘 안가는 편이라 생활에 불편함은 특별히 없다. 그리고 사람이 많은 곳에 간다고 해도 연예인처럼 사람들이 몰려들지도 않는다."
-그동안 방송에서 보여준 모습 때문인지 카리스마 있고 무서운 이미지가 강하다.
"(웃음) 그런가. 그렇게 무서운 사람은 아니다. 사실 '마스터 셰프'할 땐 식당 주인이 내가 밥을 먹으러 온 것도 싫어했다. 또 식사하러 온 손님도 무서워했다. 손님 앞에 서서 음식 설명을 하고 다음 코스를 가지고 오면 그냥 그 모습만으로도 무서워하더라. 와인을 두 손을 받는 손님도 계셨다. '오! 마이 베이비'와 '삼촌로망스'를 하면서 많이 편하게 생각하시더라. 이 두 프로그램을 하면서 먼저 다가와서 말도 걸어주는 분이 생겼다."
-처음 방송 출연을 결심한 이유는.
"처음에 '마스터 셰프' 출연 제안을 받고 고민을 많이 했다. '마스터 셰프' 미국 편도 재밌게 보고 그랬지만, 내가 한국 편에서 심사위원을 하는 게 맞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한복려 선생님에게 한식을 배우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 됐는데 한국에서 하는 '마스터 셰프'의 심사위원을 하는 게 맞는지 아닌지에 대한 내적 갈등이 많았다. 중식·일식이나 태국 음식 등 다른 나라의 음식은 많이 접했는데 정작 한식은 많이 접해보지 않은 상황이었다. 한복려 선생님과 상의한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 다행인 건, 방송이 나간 후 한식 관련해서 심사평이 좋았다는 시청자 의견이 있었다. 그래서 시즌2부터는 가벼운 마음으로 임했다."
-'마스터 셰프'에서 독설도 하고 카리스마 있는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참가자들에 대한 어느 정도의 기대치가 있는데 그걸 만족시키지 못 할 때 실망해서 그런 행동이 나오는 것 같다. 내가 처음 요리를 할 때를 생각하면 강하게 트레이닝을 받고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런지 참가자들이 놓치고 가는 부분이 있거나 준비를 덜 하는 부분이 생기면 자꾸 한 마디라도 더 하게 된다. 좋은 음식이 나와야한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만큼 못 따라가줄 땐 좀 속상하고 답답한 마음이 있다. 또 하나 아쉬운 건 '마스터 셰프'를 하고 유명해졌을 때 섣불리 사업을 하거나 다른 일에 빠져서 낭패를 봤을 때다. 요리사가 되는 길을 끝까지 바르게 가면 좋을텐데 초심을 잃는 경우가 있어서 좀 아쉽다."
-JTBC '마녀사냥', SBS '오! 마이 베이비' 등 예능 프로그램 출연도 활발히 했다.
"어차피 요리사가 사는 모습과 요리사로서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거라 특별히 내 삶과 동떨어진 프로그램을 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그래서 부담감을 크게 가지지 않고 출연했다. 전문 예능인이 되겠다는 생각도 없고, 그런 모습을 기대하지도 않을 거라고 생각한다. 어딜 가도 요리 얘기를 하고,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만 보여주면 된다고 생각한다."
-아내 박선주씨와 방송 모니터링도 함께 하나.
"아내가 말할 때 발음이 샌다거나 그런 부분을 지적한다.(웃음) 사실 난 내가 나오는 방송을 잘 챙겨보진 않는다. '마스터 셰프'는 거의 안 봤고 '오!마이베이비'도 간혹 봤다."
-요리사 남편으로서 아내 요리 실력을 평가한다면.
"100점 만점에 90점이다. 순발력도 있고 똑똑해서 요리를 잘 한다. 손도 빠르다. 집에서 하는 몇 개의 메뉴는 밖에서 팔아도 될 정도다. 아내가 요리를 해주는 걸 좋아한다. 김치를 담궈서 주변에 혼자 사는 외로운 분들에게도 나눠주고, 마음 씀씀이가 좋다."
-아빠, 남편, 셰프 중 어떤 일이 가장 쉽나.
"제일 오래한 요리사가 가장 편하고 쉽다. 20년 정도 했으니 이제 몸에 익었다. 반면 경력이 짧은 아빠가 제일 힘들다. 아직 아빠가 된지 얼마 안 되서 부족한 부분이 많다."
-셰프는 어떤 기준으로 식당을 가는지 궁금하다.
"바쁘면 아무데나 간다. 김밥 전문점에 가서 김밥 한 줄을 사먹을 때도 있다. 집사람이랑 집 앞에 잠깐 나가서 냉면을 먹고 싶을 때, 굳이 맛집이나 유명한 냉면집을 찾아서 가진 않는다. 가격 대비 괜찮고 깨끗한 식당으로 간다. 그런데 정말 제대로 먹을 땐 좋은 레스토랑을 선별해서 간다."
-좋은 식당을 찾는 노하우가 있나.
"일단 줄을 서지 않아야 한다. 비가 올지 눈이 올지 모르는데 손님을 밖에서 오래 기다리게 하고 줄을 세우는 건 배려가 없는 행동이다. 또 그렇게 손님이 많은 식당은 기본적으로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경우가 많다. 바쁘기 때문에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건 절대 용납이 안되는 부분이다. 그런 식당은 손님한테 받은 돈을 다시 돌려줘야한다고 생각한다. 맛과 위생은 기본이고 화장실과 주차시설 등 음식을 먹으러 온 손님의 모든 것을 고려해야 좋은 식당이라고 생각한다. 맛있는 음식을 해서 돈을 많이 벌어도 화장실이 더럽다면 그건 이기적인 식당이다. 손님이 기다리지 않게, 예약이 꼬이지 않게 최상의 서비스를 해야 좋은 식당이다."
-최근엔 한식을 배우고 있다던데.
"지금 나한테 한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해외에서 일하다가 한국에 온 이유도 한식을 배우기 위해서다. 유명 요리사가 한 요리는 요리 사진만 봐도 누가 한 것인지 알 수 있다. 그들만의 요리 스타일과 배열, 디자인, 색깔이 있기 때문이다. 패션 디자이너가 자기만의 스타일이 있는 것 처럼 요리사도 마찬가지다. 지금 나는 내가 진짜 하고 싶은 스타일을 찾아야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럴려면 한식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하려는 요리를 퓨전음식이라고 표현하고 싶진 않다. 요즘 퓨전이라는 말이 너무 가벼워졌다. 아무 음식에나 퓨전이라는 말이 붙지 않나. 내가 하는 요리는 나만의 이름을 붙일 생각이다. 생각한 단어는 있지만, 다른 사람이 쓸까봐 완성되기 전까지 공개하진 않을 생각이다."
-요리사로서 꿈은 뭔가. "존경받는 요리사가 되는거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요리사라는 직업을 하대하고 업신여기는 경우도 있었다. 남자가 요리사를 한다고 하면80~90%는 집안의 반대에 부딪혔다. 또 못 사는 사람들이 요리를 한다는 고정관념도 있었다. 그런에 유럽만 해도 전혀 다른 분위기다. 존경받는 직업이고, 집에 돈도 많아야 요리를 배울 수 있다. 한국에서도 요리사가 존경받는 직업이었으면 좋겠다. 그러려면 내 역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난 죽을 때까지 요리를 하다가 죽을거다. 더 성공한 요리사가 되기 위해 빨리 또는 서둘러 가려고 한 적이 단 한번도 없다. 요리사로 성공하고 돈을 벌어서 젊은 나이에 은퇴할 생각도 없다. 정말 죽을 때까지 요리를 하고 싶고, 마지막으로 내가 한 요리가 제일 맛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다. 벚꽃은 활짝 피다가 시들어서 떨어지는 꽃이 아니라 완벽하게 폈을 때 그 상태로 떨어진다. 내 요리 인생이 벚꽃 같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