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스럽게 진화된 '무릎팍도사'를 보는 듯했다. 손석희-서태지가 만난 JTBC '뉴스룸'이 교양있는 재미를 선보이며 인터뷰형 토크쇼의 대안을 제시했다.
20일 방송된 '뉴스룸'은 손석희-서태지의 조합으로 기획단계부터 엄청난 화제를 불러모았다. 손 앵커가 건넨 질문부터, 서태지가 뉴스에 출연해 꺼내놓을 이야기까지 대중의 관심이 집중됐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많았다. 손석희의 질문은 요점을 파고들면서도 배려가 보였다. 서태지도 대중과 근거리 호흡을 시도 중인 만큼, 솔직 담백한 답변으로 응수했다. KBS 2TV '해피투게더'가 알맹이를 놓친 느낌이었다면, 이날 뉴스는 사생활보단 음악 얘기에 집중했다. 서태지 역시 "동안 비결을 알려달라""래퍼를 해도 손색없다"라고 농담까지 던져가며 생방송 뉴스를 편하게 즐겼다.
'뉴스룸'은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대형 게스트'를 초대해 시청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전달하는 인터뷰 본연의 역할에 충실했다. 또한 손석희 앵커 특유의 부담없고 편안한 진행까지 더해져 다음 출연자를 기대하게 만들었다는 평이다.
시청률도 좋았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 코리아 집계 결과 20일 방송된 '뉴스룸' 2부는 시청률 2.137%(이하 전국 유료방송가구 기준)을 기록했다. 1부는 1.827%의 시청률을 보였다. 지난 13일 방송의 '뉴스룸' 1·2부가 기록한 1.534%와 1.840%보다 높은 수치다. 다음은 손석희 앵커와 서태지가 나눈 대화다.
-20대에 은퇴를 했는데 변한게 없다.
"내가 여쭤보고 싶었다. 동안을 어떻게 유지하는지 비법을 여쭤보고 싶다. 팬들이 궁금해하더라."
(손석희)"별로 특별한 방법은 없다"
-혁명적 존재였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찬이다. 음악하는 사람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거리를 만드는게 내 일일뿐이다."
-생방송 인터뷰는 처음으로 알고 있다.
"뉴스는 처음이다. 서태지와 아이들 이후로는 생방송 자체를 많이 하지 않았다."
-오늘 인터뷰 중 말이 짧으면 어쩌나, 걱정했다.
"그럴 수도 있다. 이해해 달라."
-9집이 발매됐다. 여러 변화를 겪고 나온 앨범이다. 느낌이 새로울 듯.
"난 내가 마음에 드는 음악이 나와서 음반을 만든거고 평가는 개개인이 하는 거다. 당장 결과를 기다리진 않고 10년 뒤에도 좋은 앨범으로 남았으면 한다."
-5년을 내내 준비한 음악인가.
"사실 5년을 준비한 앨범이다. '성탄절의 기적'이란 곡을 제일 먼저 만들었다. 아기를 위해 태교 음악으로 만든 곡이다. 졸린 음악이다."
-공연을 했다. 2만5000명의 팬이 모였다. 적게 온 건가, 많이 온 건가.
"많이 온거다. 실제로 8집할 때만해도 1만5000명 정도가 맥시멈이었다. 이번에 더 적게 봤는데 많이 왔다. 처음 팬들을 보고 뭉클했다. 안도했다."
-지난번 보다 더 온 이유는.
"아이유 덕이 아니겠나. 10대 팬들에게 어필을 해줘서 신상 팬들이 생긴거 같다. 남자 팬들이 기다려준거 같고 여자 팬들은 결혼을 했는데도 의리를 지켜줘서 고맙다."
-1위도 아이유 버전이 했다. 서운하진 않았는지.
"서운하긴, 내가 만든 곡이고 아이유 목소리가 정말 좋았다. '소격동'이란 곡 준비를 오래했다. 내 노래 자체가 남자가 부르는 것 보다는 여자가 부르면 좋았던 느낌이 있었는데, 이 노랜 특히 더 그랬다. 아이유가 떠올랐다."
-아이유에게 얹혀갔다는 표현.
"맞는 표현이다. 큰 도움을 받았다."
-기자회견에서 서태지의 시대는 90년대에 끝났다고 했다. 씁쓸하진 않나.
"씁쓸한 시간은 오래전에 지났고, 이십 몇년이 흘렀다. 편안한 마음으로 편하게 음악하고 싶다. 팬들도 그런 생각을 하는 거 같다. '나인티스 히어로'라는 노래에도 그런 내용이 담겼다. 삼십대가 되면서 비주류과 되고 그런 부분을 인정하고 그런게 아닐까. 힘을 냈으면 한다."
-공연을 한 시간 반만 했다.
"컴백쇼는 쇼케이스 느낌이라, 길게 하진 않는다. 곡은 많이 했는데 5년 만에 처음 한 곡이라 팬들에게 쑥쓰러웠던 거 같다. 준비한 멘트를 못했다. 밴드 소개도 못했다. 노래만 열심히 신나게 달렸다."
-소격동이 예전 기무사가 있던 자리이고, 여러가지 의미에 대한 이야기가 많다. 녹화 사업 얘기도 있고.
"그런건 아니다. 노래를 만들 땐 정치는 고려하지 않았다. 예컨데 예쁜 한옥 마을이 사라지는 것에 대한 마음만 다뤘다. 검문 검색도 많고, 80년대 서슬퍼런 시대를 표현하지 않고는 '소격동'이란 곡을 설명하기 힘들다. 그래서 들어간 거다. 하지만 예쁜 마을에 대한 노래가 맞다."
-소격동에는 최근에는 가봤나.
"10년 전에도 갔고, 최근에도 부인이랑 가봤다. 가면 내 골목이 있다. 그 골목에 갔더니 이제 세 집 남았더라. 한 주민을 만나서 '제가 여기 살았었거든요' 했더니, '어 서태지 예전에 여기 살았었잖아'라고 하더라. 유년시절을 보낸 곳이다. 노래와 관계없이 여러번 갔다. 많은 얘기들이 오가고 역사적 이야기들이 회자되는 것도 좋은 것 같다."
-신비주의의 대명사인데.
"신비주의라고 말을 계속하는데, 신비주의의 정의를 나조차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음악 만들고 공연하고 홍보하고, 할 건 다하는데 신비주의라고 한다."
-'크리스말로윈'의 가사를 보니, 산타가 등장한다. 날카롭다. 음악이 안 변했다고 생각하나.
"변하고 있고, 변하고 싶은 사람이다. 음악이 계속 변화했고 성격 또한 한 자리에 머무는 것을 싫어한다. 음반 자체도 저번 음악과 다르다."
-'크리스말로윈'의 산타가 표현하는 것.
"나쁜 권력자를 상징한다. 일단 캐롤송 '울면안돼'에서 모티브를 얻었다. 산타는 우는 아이들을 매일 두 번씩 리스트업하고 선물 안주는게 무서웠다. 우는 걸 공포로 억압하는거, 과연 산타는 좋은 사람일까라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의 산타는 교활한 권력자, 교활한 직장 상사, 그런게 될 수 있을 거 같다."
-정부 비판, 사회 비판, 복지 정책, 세월호 논란에 대한 구체적인 해석도 있는거 같다.
"정책적인 문제가 가사에 있어서 그런 거 같다. 어떻게 생각하는지는 리스너의 판단이다. 아무래도 동화 컨셉트라 스토리를 만들고 비현식적인 이야기를 하다보니 더 그렇게 된 거 같다. '크리스말로윈'도 가사 하나하나 어떤 의미를 담을지, 발음 하나하나까지 치밀하게 생각해 만든 곡이다. 더 많은 분석이 있으면 한다. 그냥 선과 악이라고 규정되는 통용을 뒤집어서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사회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런 평가는 많이 받았지만, 내가 전문 지식이 없다. 음악하는 사람이라, '컴백홈''교실이데아' 다들 그냥 직선적으로 표현한거다. 그 당시의 문제의식이었다."
-조용필 씨가 조언을 해줬다고.
"최근에 찾아뵈었다. 인사도 나누고 특히 공연 쪽에서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한 가지 기억에 남는건 조용필 선생님이 공연을 위해 뮤지컬을 본다고 한다. 한 뮤지컬을 12번을 봤다더라. 한 번은 무대만, 한 번의 조명만, 한 번의 음향만 들었다는 거다. 나는 너무 게을렀구나, 깨달았다."
-은퇴했을 당시, 9시 뉴스에서 톱으로 보도했다. '완전히 떠나버렸더라면'이라고 생각했었나.
"실제로 그 땐 다신 돌아오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다.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내가 너무 어려서, 조금 힘들다고 감당을 못한거다. 멋있을 때 떠난다면 얼마나 멋있을까란 생각도 했다."
-재결합하는 그룹들이 많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어떤가.
"그런 얘기들은 나눴다. 걸림돌이 예전에 아름다운 모습들,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서 실망감을 안기면 어쩌나라는 생각이 있다. 나이가 더 들다보니 더 그렇다."
-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라는 슬로건을 얘기했다. 30~40대에게 하고 싶은 말은.
"아직 우린 젊기에라는 문구를 컴백을 하면서 어필을 많이 했다. 그 이유가 그 가사를 썼을 때가 23살이었다. 지금 다시 그 가사를 보니 '아직 우린 젊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이 전혀 다르게 다가 오더라. 그런 세대인거 같다."
-다시 태어나도 서태지로 태어나겠나.
"그럼. 내 인생을 생각하면, 익사이팅하고 버라이어티하다. 이 질문을 받았을 때마다, 더 잘해보고 싶다는 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