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에 새롭게 탄생한 40대 젊은 감독이 추구하는 색깔은 '두려움 없는 야구'에 맞춰져 있었다. 지난 22일 잠실야구장에서는 제 10대 두산의 수장으로 선임된 김태형(47) 감독의 취임 기자회견이 열렸다. 두산은 지난 21일 송일수 전임 감독과 작별하고 김태형 감독과 총 2년, 계약금 3억, 연봉 2억 원에 계약했다. 초보 감독, 경험이 부족한 감독이라고 색안경을 쓰고 볼 일이 아니다. 현역과 지도자를 한 팀에서만 두루 거치며 착실하게 감독을 준비해 온 젊은 지도자의 열정이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
두산은 이번시즌 팀 도루 117개로 9개 구단 중 5위에 그쳤다. 1위 삼성(161개)과는 무려 44개나 차이가 난다. 격세지감이다. 두산은 지난시즌 무려 172번이나 팀 도루에 성공하며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어린 선수들을 중심으로 끊임없이 상대 배터리를 흔들고 공격적으로 경기에 임하는 모습은 '베어스'의 상징으로 통하는 '허슬두'와 잘 어울렸다.
김태형 감독은 취임 일성에서 허슬두의 복원을 우선 과제로 삼았다. 특히 함께 두산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김인식-김경문 전임 감독의 이야기를 하며 "두 분이 스타일은 다르시지만, 공격적인 부분은 비슷하시다. 그런 부분을 닮고싶다"고 했다. 무서울 것 없는 패기로 맞설 생각이다. 김태형 감독은 "이번시즌 두산은 세밀한 야구를 추구했다. 상대를 미리 대비하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야구를 하고 싶다. 그렇다고 작전을 내지 않겠다는 건 아니다. 포수 출신이다. 지도자 시절 작전을 많이 내기도 했고 현역 때는 직접 수행도 했다. 야구의 매력은 상대와의 수 싸움이 아닌가. 공격쪽으로 선수들을 믿고 맡기는 동시에 감독으로서 관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비단 야구 스타일뿐만이 아니다. 불투명한 감독의 미래도 두려움 없이 맞서겠단 각오다. 두산은 최근 4년 동안 감독이 5명이나 거쳐가며 '감독들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떠안았다. 2년 계약을 한 김태형 감독의 속도 편안할 리만은 없다. 그는 "기왕이면 긴 계약이 좋긴하다. 2, 3년 보다 10년 장기 계약이 더 좋은 거 아니겠는가. 지금은 그런 것을 생각할 때가 아니다. 내가 감독이 됐다는 것이 중요하다. 팀 성적이 나쁘면 나도 물러날 수 있다. 하지만 미리 두려워하기보다는 준비를 잘하겠다는 생각만 강하게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구단에도 요청할 부분은 할 계획이다. 김태형 감독은 "구단에 니퍼트와 마야 등 외국인 선수를 비롯한 외부 FA(프리에이전트) 영입 등을 적극적으로 요청할 생각이다. 두산 다운 야구를 하겠다. 목표는 포스트시즌이 아니라 우승이다"며 거침없는 각오를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