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인천아시안게임을 마치고 제주도에서 열리는 전국체전(10.28~11.3)을 준비 중인 박태환을 지난 15일 강남구 개포동에 위치한 매니지먼트사 팀GMP 사무실에서 만났다.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다가 만난 박태환 아버지 박인호(63)씨는 "애가 제대로 먹지도 못하면서 훈련하고 있다"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박태환은 요즘 서울체고에서 훈련한다. 일반인들을 피하려니 꼭두새벽이나 밤 늦게 물살을 가를 수밖에 없다. 밤 11시 넘어 훈련을 마치고 다음 날 새벽에 나갈 때도 많다. 끼니를 챙겨먹기가 여의치 않을 뿐더러 체계적으로 컨디션을 조절하기도 쉽지 않다.
박태환은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1개, 동메달 5개를 땄다. 한국인 아시안게임 역대 최다 메달(20개) 기록을 새로 썼다. 기대했던 금메달은 놓쳤지만 많은 사람들은 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박태환은 아시안게임 개막 1주일 전 어깨에 담(근육통)이 걸려 정상 컨디션이 아니면서도 끝까지 역영을 펼쳤다. 여전히 자유형 중거리 부문에서 세계 톱클래스 대열인 박태환에게 제대로 된 후원사(스폰서)가 없다는 사실도 이슈가 됐다.
이처럼 박태환이 스폰서가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기 침체 등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투자 대비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점이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다시 말해 기업들은 박태환이 4~5년 전과 같은 퍼포먼스를 앞으로 보여주기 힘들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박태환은 "내 가치에 대해 아직 자부심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업들의 판단을) 냉정하게 보면 이해할 수 있지만 그런 평가가 반갑지는 않다"며 "사실 훈련할 때 후원사가 있고 없고는 정말 큰 차이가 있다. 후원하는 기업이 생긴다면 그런 생각(이제 하락세라는)에 반전의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다"고 눈을 빛냈다. "2016년 리우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딸 자신이 있다는 것이냐"고 구체적으로 묻자, 박태환은 "제가 선수생활을 쭉 이어간다면 리우올림픽이 가장 큰 대회니까"라며 확답을 주지는 않았다. 말보다 기록으로 보여주겠다는 의지가 느껴졌다.
박태환은 1989년생이다. '은퇴'라는 말이 주변에서 조금씩 흘러나온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이 느껴질 때가 있냐"는 질문에 박태환은 "당연하다. 많다"며 웃음지었다. "그래서 회복속도를 최대한 줄이기 위한 보강 체력훈련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박태환은 미국의 수영스타 라이언 록티(30)처럼 30대가 넘어서도 최정상급 기량을 유지하겠다는 꿈을 갖고 있다.
그는 "나이에 대한 생각을 안 할 수는 없는 시기다"면서도 "다른 나라에는 나이 들어서도 활발히 활동하는 선수가 많다. 록티도 하는데 내가 못 할 것도 없다"며 "아직 좋은 기록을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있다. 나이때문에 수영을 못 한다는 생각은 안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농담삼아 한 마디를 던졌다. "내 은퇴는 한국 수영에도 반갑지 않은 소식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