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는 30일 "최희섭(35)이 김기태 신임감독과 함께 마무리 훈련 소화를 위해 다음달 2일 일본 미야자키로 출국한다"고 밝혔다. 최희섭은 지난해 9월27일 만성 통증에 시달리던 왼 무릎 연골 수술을 받았다. 그는 퇴원 후 함평의 2군 전용구장에서 재활에 몰두해 왔다. 올 시즌 연봉 계약도 지난해 1억5000만원에서 5000만원 삭감된 1억원에 했다. 팬들은 최희섭의 시원시원한 장타를 기다렸다. 하지만 기다렸던 1군 콜업 소식 대신 지루한 재활 생활만 반복됐다. 시즌 내내 2군 경기에도 나서지 않자 '야구를 그만두는 것 아니냐'는 말도 흘러 나왔다.
수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최희섭의 목소리는 밝았다. 그는 30일 본지와 통화에서 "지난 1년 동안 선수가 야구를 안 하고 사는 게 얼마나 힘든지 알게 됐다. 김기태 감독님은 '동생' 이라고 불러주시며 베테랑의 이야기를 들어주시는 분이다. 이제 내가 먼저 움직이고 내년을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 마무리 캠프에 전격 합류한다. 김기태 감독이나 구단의 요청이 있었나.
"아니다. 내가 먼저 움직였다. (신임 감독) 발표 후 구단쪽에 '마무리 캠프에 합류하고 싶다'고 말씀드리고 훈련할 채비를 시작했고 다행히 받아줬다. 신임 감독님이나 수석님, 프런트쪽에서 요구하신 건 없었다. 아직 면담도 이뤄지지 않았다."
- 이번 시즌 경기를 못 뛰었다. 캠프 참가를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가.
"사실상 내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가 왔다고 생각했다. 이제 은퇴만 남았다고 생각했던 시간도 있었고 실제로 결정을 고민했었고…. 나는 이제 뭘 해야 하나 싶고. 이제 새 감독님 아래 새로운 각오로 다시 한 번 내 야구를 보여드리고 싶다. 내년 시즌까지 5개월 남았는데 시간이 부족했디."
- 지난 1년 동안 어떻게 지냈나.
"산을 탔다. 함평 챌린저스구장 인근이 산이다. 원래 산을 깎아 만들어서 등산할 곳이 많다. 날마다 빼먹지 않고 오르면서 나를 생각해보고 지난 시간을 정리할 계기를 마련했다. 자연스럽게 하체 보강 훈련이 됐다. 휴식기를 가지며 야구 생각도 하고. 시간이 참 빨리 갔다 싶다."
- 2014년은 어떤 의미였나.
"야구 선수가 야구 안 하고 그냥 지내는 게 얼마나 힘든 일인지 알게 됐다. '선수가 야구를 안 할 바에야 차라리 은퇴가 더 낫겠구나. 마음 편하겠구나' 싶더라. 이제 끝났다는 생각도 들고. 야구를 안 하니 뒤처지는 것도 느끼고, 힘들었다. 김기태 감독님이 오시면서 다시 한 번 해보고 싶었다. 이제 팀에 뭔가 요구는 안하고 싶다. "
- (광주일고 선배인) 김기태 감독과 친분이 있는가.
"몇 번 이야기를 나눠본 적은 있다. 평소 말씀하실 때도 '형, 동생'이라고 격의 없이 말씀하신다. 아무래도 마음 편하게 속내를 꺼낼 수 있고 받아주시기도 하고. '베테랑'들과 이야기가 잘 통하실 것 같다. 본인 위주의 말씀보다는 먼저 들어주신다. 이제 감독님 밑에서는 야구를 하네 하지 않네, 그런 말은 안듣고 싶다."
- 내년 시즌 팀 내 역할이 크다.
"이제 5개월 남았다. 그동안 등산을 통해 기초 체력 훈련은 다졌다. 컨디션도 좋고. 이제 기술훈련이 남았다. 마무리 캠프 참가를 서두른 것도 지금부터 기술 훈련을 중점적으로 해야 스프링캠프를 정상적으로 소화하고 시즌 준비에 들어갈 것 같아서이다. 또한 김기태 감독님께서 현역시절 홈런왕 출신의 굵직한 타자셨다. 그분께 궁금한 점도 많이 묻고 배우고 싶다."
- 목표는 뭔가.
"내가 갖고 있는 야구 재능을 팀을 위해 다 쓰고 싶다. 거창한 미래보다 하루하루 야구를 하고 바라보며 살고 싶다. 많이 배우고 노력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