퀸즈파크레인저스(QPR)는 모래알 군단으로 보였다. 영국의 데일리스타는 일부 QPR 선수들이 리오 퍼디난드를 비난하며 "그가 없는게 더 낫다"고 비아냥 거렸다고 30일(한국시간) 보도했다. 그러나 실제 훈련장 분위기는 180도 달랐다. 30일 오후 늦게 해링턴에 있는 QPR 연습구장을 찾았다. 선수들은 모두 환한 표정으로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지난 애스턴빌라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에서 2-0으로 승리한 상승세가 훈련장에서도 느껴졌다. 훈련을 마친 뒤 윤석영(24)을 만났다. 윤석영은 "첼시가 무패(7승 2무)로 상승세다. 그러나 우리 팀은 긴장하지 않았다"며 "철저하게 준비해서 해보자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최근 QPR의 반전에는 수비가 힘을 보탰다. 리버풀 전에서는 중앙 수비수가 자책골을 2골이나 넣었지만, 애스턴빌라 전에서는 무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실제로 윤석영이 들어오며 전체적인 안정감을 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독설'로 유명한 게리 네빌도 "윤석영이 나보다 낫다"고 극찬할 정도였다. QPR 선수들의 평가도 다르지 않았다. 훈련장에서 만난 미드필더 칼 헨리(32)는 "윤은 최고였다. 그가 있어 두 경기 모두 좋은 내용을 보였다"며 "윤은 친절하고 항상 열심히 하는 선수"라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네덜란드 출신 공격수 르로이 페르(24)는 윤석영과 친분을 과시했다. 영국 스카이스포츠와 인터뷰 중인 윤석영에게 장난을 걸 정도로 친했다. 페르는 "윤의 플레이는 멋지다. 그와 뛰는 것이 즐겁다"며 "재미있는 친구"라고 칭찬했다.
실제 손발을 맞추는 수비수들 사이에서는 실력으로 인정받았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도 뛰었던 측면 수비수 네둠 오누오하(28)는 "윤은 놀랄 정도로 멋진 경기를 했다. 팀이 필요하는데 꼭 필요한 선수"라며 "앞으로 팀이 나아지는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난 윤이 좋다"고 했다. 중앙수비수 클린트 힐(36)은 "포지션을 아주 잘 소화한다. 그리고 영리하다"며 "제대로 준비된 선수라 팀 전체에 자신감을 불어넣어준다"고 칭찬했다. 이런 평가는 해리 레드냅(57) 감독의 평가와 다르지 않다. 레드냅 감독은 "윤석영의 클래스가 달랐다. 애스턴빌라 전에서 가장 좋은 활약을 보였다"고 평가했다.
1년 9개월 동안 인고의 생활을 보낸 윤석영이 마침내 빛을 보고 있다.
런던=김상열 통신원, 정리=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김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