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영(24)은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소의 걸음처럼 우직하게 훈련에 집중했다. 30일 런던 해링턴에 있는 QPR 연습구장을 찾았다. 그는 환한 표정으로 땀을 흘리며 동료와 훈련했다. 해리 레드냅(57) 감독은 윤석영에게 왼발 프리킥 훈련을 시키며 신뢰를 보였다. 1년 9개월 동안 임대와 벤치를 오갔던 윤석영은 단 두 경기 만에 QPR의 주축으로 떠올랐다. 2014-2015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9라운드 애스턴빌라 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호평이 쏟아졌다.
스카이스포츠에서 해설을 하는 게리 네빌(39)은 "윤석영의 수비가 나보다 낫다. 지난 애스턴빌라 전에서 최고의 선수였다"며 "패스 차단과 공격가담, 수비 전환에서 약점을 보이지 않았다"고 극찬했다. 이날 EPL을 중계하는 스카이스포츠가 윤석영을 단독 인터뷰하기 위해 연습구장을 찾아왔다. 인터뷰를 마친 윤석영을 만나 소감을 들었다. 들뜰 법도 했지만 그는 스스로 고개를 숙였다.
- 훈련장 분위기가 좋아 보인다. 선수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기겠다는 각오가 대단한데.
"지난 리버풀 전과 애스턴빌라 전에서 경기력이 좋아졌다. 승패를 떠나 분위기가 올라오고 있는 것 같다."
- 애스턴빌라 전에서 2-0으로 승리한 뒤 네빌의 분석을 봤는지. 최고의 선수로 선정됐다.
"중학생 때부터 (박)지성이형 때문에 EPL을 꼭 챙겨봤다. 내 자리가 측면 수비이기 때문에 항상 네빌의 경기를 눈여겨봤다. 중학교 때부터 봤던 선수가 칭찬해줘서 얼떨떨하다. 더 잘 하라는 의미로 받아들이겠다."
- 레드냅 감독도 공식 기자회견에서 칭찬했는데. 따로 이야기가 있었나.
"없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칭찬은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럴때일 수록 초심을 잃지 않고 집중해서 꾸준해야 한다고 본다."
- 2일 첼시와의 EPL 10라운드에서 에당 아자르(23)를 다시 만난다. 브라질 월드컵 벨기에와 조별리그 3차전 이후 꼭 3개월 만인데.
"그때 아자르가 후반에 조금 뛰었다.(벨기에는 2승으로 16강이 확정된 상황이었다. 전반에는 후보 선수들이 주로 뛰었다.) 아자르는 후반전에 교체로 들어와 10~15분 정도만 뛰었다. 설렁설렁 뛰어다녔다.(웃음) 솔직히 세계적인 선수를 상대하는 것은 영광이다. 좋은 선수다. 정상에 올라있는 선수지만 나 역시 최선을 다해서 막을 수 있도록 하겠다."
- 첼시 전을 앞뒀다. 디에고 코스타(26)도 돌아왔고, 세스크 파브레가스(27) 등 세계적인 선수가 포진해 있다.
"더 많은 준비를 해야 한다. 상대가 7승 2무로 한 번도 지지 않았다. 더 집중해야 한다. 기술이 뛰어난 톱 클라스 선수도 있다. 만약 뛰게 된다면 좋은 경험이 될 것 같다. 판단과 위치선정을 빠르고 정확하게 해야 할 것 같다."
런던=김상열 통신원, 정리=김민규 기자 gangaeto@joongang.co.kr 사진=김상열 통신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