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42) 서울 삼성 감독과 김영만(42) 원주 동부 감독의 얘기다. 삼성과 동부는 6일 잠실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동갑내기인 두 감독은 1990년대 초중반 한국 남자농구의 전성기였던 '농구대잔치'를 대표했다. 이 감독은 경기마다 열성 소녀팬들의 함성을 몰고 다닌 '오빠 부대'의 시초다. 연세대와 전주 KCC(전 현대)를 거쳐 2007년 삼성으로 이적해서도 최고 포인트 가드 자리를 놓치지 않으면서 '컴퓨터 가드'로 불렸다. 연세대 3학년 때부터 14년간 국가대표로 활약했고 프로농구 MVP(최우수선수)를 4회 수상했다.
김 감독은 선수 시절 '기아자동차 전성시대'의 주축으로 이름을 날렸다. 중앙대를 거쳐 1994년 실업 기아자동차에 입단한 그는 허재(49·현 KCC 감독), 강동희(48)와 함께 농구대잔치 2회 우승을 일궜다. 1997년 프로 원년에는 부산 기아(현 울산 모비스) 소속으로 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 통합 우승을 차지했다. 주무기는 중거리슛이었는데 구부정한 슛 자세 때문에 '사마귀 슈터'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 9월 일본 전지훈련서 "외국인 선수를 잘 뽑았다"고 하던 이 감독은 혹독한 신고식 끝에 연승 가도를 달리고 있다. 삼성은 개막 후 7경기 동안 고작 1승에 그치는 부진을 털고 일어섰다. 선수 시절 풍부한 경험을 쌓은 이 감독의 눈은 정확했다. 외국인 리오 라이온스는 팀에 적응했고 신인 센터 김준일(22)이 녹아들면서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 삼성은 최근 3연승을 거두면서 5할 승률(4승6패)을 바라보고 있다.
지난 시즌 최하위 동부는 김 감독 지휘 하에 부활했다. 동부는 지난 3일 고양 오리온스를 85-76으로 꺾고 무려 1025일 만에 5연승을 달렸다. 동부는 현재 3위(7승3패)에 올라 있다. 비결은 김 감독과 베테랑 선수들의 투혼이다. 수비의 핵심인 김주성(36)과 윤호영(30)이 2011-2012시즌 이후 처음으로 동시에 시즌 초반을 함께 뛰며 10경기에서 평균 64.4점(1위)만 내줬다. 여기에 외국인 데이비드 사이먼(32), 2년차 두경민(23), 신인 허웅(21)이 궂은 일도 마다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