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G란 우산은 에픽하이에게 최고의 선물이었다. 비가 쏟아질 땐 몸을 피할 수 있었고, '명품 우산'을 가진 자체만으로도 '급'이 달라 보였다. 그런데 YG란 우산을 쓴 에픽하이에 우려가 없었던 건 아니다. 특히 팬들이 그랬다. 2012년 발표한 7집 '99'의 호불호가 갈리면서다. 기존 에픽하이의 '딥'고 '블랙' 컬러의 느낌이 사라졌다는 평가. 한국 힙합신을 대표하는 에픽하이라도 'YG 소속으론 그 색깔을 다 낼 수 없었을 것'이란 얘기도 나왔다.
그래서 였을까. YG 양현석 대표 프로듀서가 에픽하이에게 정규 8집 '신발장'을 작업하는 동안 YG 스튜디오 출입을 금지 시켰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에픽하이에 YG 색깔이 덧입혀지는 걸 경계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정말 에픽하이는 'YG표 힙합'에 매몰되고 있는걸까. 에픽하이 타블로는 "사람들은 YG가 에픽하이에 어떤 색을 입힐지만 생각하는 거 같다"며 "반대로 에픽하이가 YG에 끼치는 영향에 대해서는 생각을 못하는 거 같다"고 했다. 타블로는 "에픽하이가 YG에 들어온 후로, YG에서 우리의 색을 띄는 음악도 많았다. 대표적으로 '눈,코,입' 같은 곡이 그랬다. 에픽하이 노래였으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리메이크도 했다"고 소개했다. 결과적으로 YG와 에픽하이는 쌍방향으로 영향을 주는 관계지, 일방향일 수는 없다는 지적이다.
YG라는 우산에 대한 고마움도 역시 컸다. 에픽하이는 이번 앨범의 만족도를 100%라고 말했다. 엄청난 자신감이다. 타블로는 "100% 만족하니까 앨범을 발표하는 거다. 100%라는 표현을 쓸 때는 우리의 능력이 그렇다는게 아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걸 다했다는 뜻이다. 그런 부분에서 YG에 고맙다"고 소개했다.
타블로는 "우린 작업을 할 때 데드라인이 없다. 아마 우리가 없어도 회사가 잘 돌아가기 때문일 거다. 하하. 그래도 그 덕분에 자유로움, 시간적인 여유 같은 것들이 따라오는 거 같다"고 밝혔다.
에픽하이가 100% 만족한 8집은 지난달 공개와 동시에 음원 차트를 휩쓸었다. '문화 대통령' 서태지도 '아이돌 최강자' 비스트도 차트에서 밀어냈다. '거물급'끼리의 대결에서 '완승'을 거둔 기분은 어떨까. 타블로는 "음악을 경쟁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축제라고 생각한다. 앨범을 냈을 때 단 한 번도 거물급이 나오지 않았던 경우가 없었다. 솔로를 냈을 때는 지드래곤·소녀시대·비·이승기 같은 가수들이 한상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며 "그래도 피하지는 않는다. 난 편의점에서 맥주를 사도 다양한 맥주 중에 골라 마시는 걸 좋아한다. 음악도 다양한 선택이 가능해야한다. 그게 축제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에픽하이는 14일부터 16일까지 블루스퀘어 삼성카드홀에서 단독 콘서트를 열고 정규 8집의 열기를 이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