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일반
2014 중앙서울국제마라톤, 새로운 영웅 탄생
'한국 마라톤의 가을 잔치' 2014 중앙서울국제마라톤에서 새로운 영웅이 탄생했다.
이번 대회에 첫 출전한 에티오피아 출신의 페이사 베켈레 볼데미카엘(31)이 2011년부터 대회 3연패를 이룬 제임스 킵상 쾀바이(케냐·31)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왕좌에 올랐다. 볼데미카엘은 잠실종합운동장 입구에서 출발해 경기도 성남을 거쳐 돌아오는 중앙마라톤 코스를 2시간7분43초의 기록으로 주파하며 우승상금 5만달러(5500만원)를 받았다.
35km~40km 구간이 승부처였다. 35km 지점까지는 쾀바이를 비롯한 6명의 경쟁자들이 혼전 양상이었다. 그러나 선두그룹을 유지하던 볼데미카엘이 이후 속도를 높이면서 우승 경쟁은 에반스 키플라갓 체벳(26)·토마스 키플라갓 로노(27·이상 케냐)와의 3파전으로 좁혔다. 이 구간에서 볼데미카엘의 기록은 14분53초로 이번 대회 엘리트부 참가자들의 5km 단위 기록 중 가장 빨랐다.
40km를 기점으로 두 경쟁자에 간발의 차로 앞선 볼데미카엘은 끝까지 리드를 지켜 결승테이프를 끊은 뒤 끼고 있던 반지에 긴 입맞춤을 했다. 그는 "맞바람 때문에 조금 힘들었지만 날씨도 환경도 최고의 대회였다"면서 "3연패를 이룬 쾀바이를 비롯해 케냐 선수들이 꾸준히 잘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중앙마라톤에서 에티오피아 시대의 개막을 알릴 수 있게 게 돼 행복하다. 내년에도 꼭 참가해 2연패를 이루겠다"고 다짐했다.
에반스 키플라갓이 2시간7분46초로 2위에 올랐고, 토마스 키플라갓이 2시간7분52초의 기록으로 3위를 차지했다. 디펜딩챔피언 쾀바이는 2시간11분31초로 9위에 그쳤다. 이날 엘리트부와 일반부·장애인 등을 합쳐 1만4800여명의 마라토너들이 참가해 청량한 가을 날씨를 만끽했다.
국내 남자 엘리트 부문에서는 김성하(22·한국체대)가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다. 김성하는 이날 2시간17분18초 기록으로 국내 선수 중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고, 국내 우승 상금 1000만원을 받았다. 전체 13위다. 여자 엘리트 부문에서는 안슬기(22·SH공사)가 생애 개인 최고 기록인 2시간37분47초로 결승테이프를 끊었다. 마라톤에 입문한지 1년 반 밖에 되지 않은 안슬기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할 수 없이 기쁘다"고 했다.
휠체어 부문에서는 홍석만(39·1시간33분59초)이 스페인 라파엘 보텔로 히메네즈(34·1시간34분01초)를 가까스로 따돌리고 1위로 골인 지점을 통과했다. 두 선수의 기록은 2초 차였다. 3살 때 척추성 소아마비로 하반신이 마비된 그는 대학 2년 때 처음 출전한 휠체어 마라톤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육상 선수의 길을 걸었다.
한편 마스터스 부문의 남자는 신정식씨가 2시간32분43초로, 여자는 류승화씨가 2시간50분06초로 각각 1위를 차지했다.
송지훈·박린 기자 milkyma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