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는 올 시즌 초반만 해도 아메리칸리그 우승 후보로 거론됐다. 지난겨울 FA(프리 에이전트) 추신수(32)와 계약하고, 트레이드를 통해 강타자 프린스 필더(30)를 영입하는 등 전력보강에 성공했기 때문이다.
추신수는 지난 5월 초까지 총 29경기에 출전해 타율 0.354, 3홈런 10타점 3도루를 기록하며 구단의 기대에 제대로 부응했다. 출루율(0.484)도 좋아 당시 타격과 출루율 모두 아메리칸리그 1위였다. 하지만 이후 발목과 팔꿈치 부상을 겪으며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추신수는 결국 타율 0.242, 13홈런 40타점의 초라한 성적으로 시즌을 마쳤다.
필더는 더 부진했다. 그는 목 부상으로 올 시즌 고작 42경기 출장에 그쳤고, 타율 0.247, 3홈런 16타점으로 성적도 저조했다.
텍사스는 올 시즌 추신수와 필더 외에도 맷 해리슨(목), 마틴 페레스(팔꿈치), 주릭슨 프로파(어깨), 미치 모어랜드(발목) 등 주축 선수들 대다수가 부상에 신음하며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결국 67승 95패, 승률 0.414로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 최하위로 추락했다.
하지만 ESPN 등 미국 현지 언론은 벌써부터 “추신수와 필더 등 올 해 부상으로 고전한 선수들이 회복하고 이들이 다르빗슈 유(28), 아드리안 벨트레(35) 등 기존의 선수들과 힘을 합하면 내년에는 분명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텍사스 산하 마이너리그 더블 A 선수인 닉 윌리엄스(21)의 생각도 같았다. 그는 최근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올 시즌 텍사스의 부진은 주전선수들의 부상 때문이었다”며 안타까워했다. 윌리엄스는 이어 “주전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하는 내년에는 분명 올해와는 다를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텍사스주 출신의 외야수인 윌리엄스는 2012년 메이저리그 신인지명 2라운드(전체 93)에서 텍사스의 지명을 받아 프로에 진출했다. 그 해 루키리그에서 뛴 윌리엄스는 타율 0.313, 2홈런 27타점 15도루를 기록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싱글 A에서 뛴 지난해 성적도 좋았다. 타율 0.293, 17홈런 60타점을 기록했다. 홈런 수에서 보듯 파워가 돋보인 시즌이었다.
올 해 더블 A로 승격한 윌리엄스는 타율 0.283, 13홈런 74타점 6도루를 기록했고, 정규시즌이 끝난 지금은 마이너리그 최고 유망주들만 참가할 수 있다는 ‘애리조나 가을리그(AFL)’에서 뛰고 있다. 파워와 주루 능력이 뛰어난 윌리엄스는 ‘내년 또는 늦어도 2016년 상반기에는 메이저리그 데뷔가 가능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다음은 프로 진출 2년 만에 텍사스의 '차세대 외야수’로 떠오른 윌리엄스와의 일문일답이다.
- 정규시즌을 마치고 쉬어야 하는데 AFL에서 뛰고 있다. 피곤하지 않나.
“AFL 시즌이 긴 것도 아니고 아직 젊기 때문에 괜찮다. 그리고 AFL은 팀 내 최고 유망주들만 참가할 수 있는 특별한 무대 아닌가. 이런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배려해준 구단에 고맙고 개인적으로도 매우 영광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다양한 선수들을 만나고 그들의 플레이를 보면서 배울 게 많아 좋다.”
- 어렸을 때 야구를 시작한 걸로 안다. 롤모델은 누구였나.
“켄 그리피 주니어(은퇴)이다. 현역 시절 보여준 폭넓은 외야 수비와 호쾌한 타격 등 켄 그리피 주니어의 모든 것을 좋아했다. 그는 나의 유일한 롤모델이었다.”
- 텍사스 출신이다. 어렸을 때 가장 좋아했던 팀은.
“(자신의 유니폼을 가리키며) 텍사스 레인저스를 제일 좋아했고 지금도 좋아한다. 어렸을 때부터 형제들과 함께 TV 중계를 통해 텍사스의 경기를 보면서 자랐다. 당시 텍사스의 주역이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39·뉴욕 양키스)와 마이클 영(은퇴)의 플레이는 최고였다.”
- 가장 좋아했던 팀의 선수가 돼 감회가 남다르겠다.
“그렇다. 프로에 지명 받은 것도 축복이지만 내가 어렸을 때부터 가장 좋아했던 팀의 유니폼을 입게 돼 더 기쁘고 행복하다.”
- 야구를 시작하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은 언제였나.
“(잠시 생각하더니) 한 가지를 콕 집어서 말하기 힘들 만큼 행복했던 순간이 너무 많다. 특히 나 같은 경우는 야구를 항상 즐기면서 하려고 하기 때문에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할 때는 항상 행복하다. 굳이 한 가지를 꼽아야 한다면 프로에 지명 받았을 때라고 말하고 싶다. 특히 상위 라운드에서 뛰어난 선수들과 함께 지명을 받았고, 그 중 다수는 고교 시절부터 알고 지냈던 선수들이었기 때문에 더 좋았던 것 같다.”
- 올 해 텍사스의 메이저리그 성적이 안 좋았다. 원인이 어디에 있다고 보나.
“잘 알겠지만 텍사스의 전력은 최고라고 본다. 특히 마이너리그 선수들을 육성하는 팜 시스템(Farm system)은 타 구단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만큼 좋다. 그럼에도 올 해 텍사스가 부진했던 것은 주전들의 부상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선수들을 대체하기 위해 콜업한 마이너리그 선수들마저 부상을 당했다. 좋은 성적은커녕 정상적인 선수 기용도 힘든 상황이었다. 정말 안타까웠다. 하지만 주전 선수들이 부상에서 회복하는 내년에는 분명 올 해와는 다를 것이다.”
- 텍사스에는 현재 추신수를 비롯해 뛰어난 외야수가 많다. 그 중 본인이 가장 좋아하는 선수는 누구인가.
“아, 어려운 질문이다. (웃으며) 추신수도 좋아한다. 하지만 그 중에서 누구 한 명을 콕 집어 말하기는 곤란하다.”
- 텍사스 유니폼을 입고 있기 때문인가.
“(웃으며) 그렇다. 그리고 내가 특정 선수를 좋아한다고 하면 거론되지 않은 다른 선수들이 섭섭해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하.”
- 알겠다. 다음 질문으로 넘어가자. 야구선수들은 징크스가 많다. 당신도 그런가.
“나는 미신을 믿지 않기 때문에 징크스가 전혀 없다. 정해진 시간에 운동장에 나와 그날 일정에 따라 운동하고 경기를 준비하는 것 외에는 징크스라고 할 만한 게 없다.”
- 시즌 중 연습이나 경기가 없는 날은 주로 무엇을 하는지 궁금하다.
“혈기왕성한 나이이다 보니 집에서 휴식만 하기 보다는 동료들과 함께 어울리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쉬는 날은 동료들과 함께 낚시를 하거나 볼링을 치는 등 야외활동을 즐긴다. 그리고 승부근성이 있다 보니 볼링이나 낚시도 그냥 하는 것보다 내기를 하는 것을 좋아한다. 참, 비디오 게임도 그런 식으로 한다. 하하.”
- 별명이 있을 것 같다.
“그렇다. 동료들이 나를 로코(Loco)라고 부른다.”
- 무슨 뜻인가.
“(웃으며) 스페인어로 ‘미친 사람’이란 뜻이다.”
- 왜 그런 별명이 생겼나.
“내가 가끔 클럽하우스 내에서 엉뚱한 행동을 해서 그런 것 같다. 하하.”
- 만약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무엇을 하고 있을까.
“고등학교 때 미식축구도 했다. 그래서 야구를 하지 않았다면 지금쯤 대학에 진학해 미식축구선수로 뛰고 있을 확률이 높다.”
- 미식축구에서 포지션은 무엇이었나.
“주력이 좋아 주로 리시버(Receiver)로 뛰었다.”
- 야구선수로서 본인의 장단점을 꼽는다면.
“우선 장점으로는 타격에서의 파워와 빠른 발을 이용한 주력을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외야 수비는 아직 내세울 게 못 된다. 배우고 다듬어야할 게 많다. 그래서 AFL에서도 수비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 윌리엄스에게 ‘야구’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초등학교 1학년 때 처음 야구를 시작했다. 하지만 그 후로는 내 스스로 야구하는 것을 즐기고 좋아했다. 물론 미식축구도 병행했지만 야구가 더 좋았고, 지금껏 평생 야구만 한 나에게 ‘야구’는 내 삶의 전부이자 내 인생의 모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
- 프로야구 선수를 꿈꾸는 어린 선수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야구를 즐기면서 하라는 말을 해주고 싶고, 내 경우를 보면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물론 프로야구 선수가 되기까지는 힘든 과정이 분명히 있다. 하지만 항상 얼굴에 미소를 머금고 긍정적인 생각과 함께 야구를 즐기면서 하면 그 힘든 과정도 이겨낼 수 있기 때문이다.”
- 내년에는 어떤 리그에서 시즌을 맞게 될 것 같은가.
“큰 이변이 없는 한 내년에도 더블 A에서 시작할 것 같다.”
- 메이저리그 데뷔가 머지 않았다. 향후 빅리그에서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내 장점을 최대한 극대화해 켄 그리피 주니어처럼 홈런을 잘 칠 수 있는 파워히터가 되고 싶다. 아울러 빠른 발을 이용한 폭넓은 외야수비는 물론 도루도 많이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