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회사들도 돈 안되는 신작 개발보다는 외산 게임 수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온라인 게임 시장에서 광폭 행보를 하는 게임회사가 있다. 바로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다. 매년 게이머를 위한 대규모 행사를 열고 신작을 선보이고 게임문화 확산에도 힘쓰고 있다.
특히 올해는 글로벌 온라인 게임 시장을 이끄는 리더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줬다.
블리자드는 지난 7, 8일 양일 간 미국 캘리포니아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에서 게임축제 '블리즈컨 2014'를 개최했다. 블리즈컨은 단일 게임회사가 여는 최대 규모의 게임축제로 2005년 처음 개최된 이후 올해로 8회째다. 2006년과 2012년을 제외하고 매년 개최하고 있다.
특히 올해는 불황으로 온라인 게임과 관련한 행사를 줄이거나 없애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역대 최대 규모로 열렸다. 미국 50개주, 세계 6개 대륙 60여 개국에서 이틀 간 5만명의 유료 관람객(입장권 199달러)이 찾았다. 행사장도 2005년 이후 처음으로 애너하임 컨벤션 센터 전체(홀 4개+e스포츠 경기장 1개)를 사용했다. '스타크래프트2 월드 챔피언십 시리즈(WCS)'의 글로벌 파이널을 개최하기 위해 e스포츠 경기장이 따로 마련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블리자드가 이번 블리즈컨을 역대 최고로 꾸민 것은 게이머들에게 줄 선물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은 '스타크래프트' 이후 17년 만에 공개한 신작 '오버워치'다. 이 게임은 블리자드가 한 번도 시도해본 적이 없는 FPS게임일 뿐 아니라 밝은 만화풍이다. 무겁고 어두운 세계를 주로 그리던 블리자드의 색깔을 전혀 느낄 수 없는 신작 발표에 게이머들은 놀라움과 환호를 보냈다.
여기에 '스타크래프트2'의 마지막 시리즈인 '공허의 유산'(2015년 내 출시)과 내년 1월 13일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비공개 테스트 실시, 전 략 카드 게임 '하스스톤'의 첫 확장팩 '고블린 대 노움' 등 핫한 콘텐트들과 소식을 대거 공개했다.
e스포츠 경기도 어느 때보다 풍성했다. 스타2 WSC 글로벌 파이널과 첫 하스스톤 월드 챔피언십,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아레나 월드 챔피언, e스포츠 가능성을 보여준 히어로즈 오브 더 스톰의 시범 토너먼트 등이 현장 관람객 뿐 아니라 전 세계 온라인 시청자들에게 수준 높은 경기를 선보였다.
블리자드는 이번 블리즈컨에서 부정적인 인식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 게임 시장을 위한 지원도 나섰다. 마이크 모하임 블리자드 대표가 게임개발자를 지망하는 학생들과 함께 학부모를 특별히 초청해 직접 기업 문화를 소개하고 한국 게임 문화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한 학부모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하임 대표의 말을 들으니깐 막연히 가졌던 게임개발자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고 말했다.
이번 블리즈컨에서 온라인 게임의 콘텐트는 물론이고 게임 문화까지 신경쓰는 블리자드에 대해 한국 게이머들은 찬사를 아끼지 않았으며 동시에 온라인 게임 종주국이라는 한국 게임회사의 분발을 촉구했다. 한 게이머는 "국내 게임개발사들은 수익성 안나는 게임은 포기하고 점유율 높은 MMORPG만 찍어내고 있다"며 "변화와 도전이 없다면 온라인 게임 종주국은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블리자드가 여전히 온라인 게임에 열정을 쏟는 것은 아직도 가능성과 잠재성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블리즈컨 현장에서 만난 크리스 멧젠 블리자드 선임 부사장은 "모바일의 능력은 대단해 세상의 많은 방식을 바꾸어 놓았지만 여전히 새로운 PC 온라인 게임이 나오면 많은 사람들이 이를 즐긴다. 이런 일은 앞으로도 계속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