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이대형(오른쪽)과 박경수가 지난 4일 팀 상견례에서 나란히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수원=정시종 기자
"결국, 한 팀에서 만났네요."
LG 입단 동기가 kt에서 다시 만났다. 내년부터는 12년 동안 쌓아온 우정을 지지대 삼아 야구에 모든 걸 걸어볼 참이다. 박경수(30·kt)는 "(이)대형이 형과 3년 만에 신생구단 kt에서 만나게 됐다. 조만간 같은 동네로 이사하고 함께 개인 훈련도 떠날 계획이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대형(31·kt)과 박경수는 2003년 LG에 나란히 입단했다. 두 사람이 갈라진 건 2011시즌이 끝난 후부터다. 박경수가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했고, 그가 제대할 무렵인 2013년에는 이대형이 KIA로 FA(프리에이전트) 이적했다.
언젠가는 함께할 운명이었을까. 3년 동안 엇갈리던 동기는 지난달 28일 이대형이 특별지명으로, 박경수가 FA로 kt맨이 되면서 재결합에 성공했다. 사회생활에서 동기만큼 든든한 존재가 또 없다. 둘 역시 힘들고 어렵기만 했던 막내 시절과 고단한 프로 생활을 같이 통과했다. 박경수는 "대형이 형과는 고교시절부터 알고 지냈다. 형이 1년 늦게 LG에 입단하면서 동기가 됐지만, 깍듯하게 '형님'으로 모시고 있다"며 "최근 3년 동안 엇갈렸는데 kt에서 다시 만나게 돼 서로 너무 기뻤다"고 말했다.
'야구'할 생각으로 똘똘 뭉쳤다. 이달 20일에는 함께 사이판으로 개인 훈련을 떠난다. 비시즌에 자비를 들여 운동하러 해외에 나가는 건 둘 모두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이대형은 "프로에 데뷔한 후 겨울에 해외로 개인 운동을 나가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해에는 FA 계약으로 여유가 없었다"며 "이번 겨울은 다르다. 신생팀인 kt에서 시작하는 만큼 예년보다 더 꼼꼼하게 준비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박경수 역시 "선수를 하면서 자비로 비시즌에 훈련을 가는 건 나도 처음이다. 가족들에게는 미안하지만, 이번 겨울에는 먼저 따뜻한 곳에 나가 몸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래야 완전한 컨디션으로 스프링캠프에 참여할 수 있다. 신생구단 멤버로서 책임감을 느낀다"고 힘주어 말했다.
살가운 동생은 형 뒷바라지도 한다. 혼자 사는 이대형을 위해 곁에서 먹을거리를 챙길 계획이다. 박경수는 "그동안 가족과 함께 안양에서 서울로 출퇴근했다. 이제 수원 근처로 이사할 계획이다"며 "일부러 형 집 근처로 집을 구했다. 형이 부모님이 계신 광주를 떠나지 않았나. 우리 집에서 밥도 먹고 이것저것 챙겨줄 수 있을 것 같아 그렇게 결정했다"고 말했다. 연애시절부터 서로 친하게 지내온 박경수 아내의 배려도 있었다.
조범현(54) kt 감독은 "따뜻한 곳으로 가 개인 훈련을 하겠다는 선수들이 더러 보였다. 책임감을 갖고 준비를 해주는 것 같아 고맙다"고 말했다. 2015시즌 팀의 중추를 맡을 이대형과 박경수가 야구와 우정으로 똘똘 뭉친 모습을 본다면 수장도 퍽 흐뭇할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