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정보국(CIA)이 테러 용의자들을 잔혹하게 고문했다는 미 의회의 보고서가 공개됐다.
9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정보위원회 다이앤 파인스타인(민주·캘리포니아) 상원 정보위원장은 중앙정보국(CIA)의 테러용의자 고문실태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선진 심문 프로그램'이라는 이름으로 각종 고문 행위가 나열돼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워터보딩', 즉 대상자를 움직이지 못하게 눕힌 다음 얼굴에 물을 붓는 행위는 대상자에게 더 고통을 주도록 다양하게 변형됐다. 고문 대상자가 얼굴로 떨어지는 물을 피하지 못하도록 고문 행위자가 대상자의 얼굴이나 턱을 압박한 것은 물론, 행위자가 손으로 대상자의 턱 주변에서 물이 흘러내리지 못하도록 막음으로써 대상자의 입과 코가 실제로 물에 잠기는 상태로 만들기도 했다. 30분 이상 계속해서 '워터보딩'을 가한 것은 물론, 특정한 대상자에게 적어도 183번의 '워터보딩'을 가한 경우도 있었으며, 고문 대상자의 신체에 강제로 물을 주입하는 행위도 이뤄졌다.
또 대상자의 정신적 고통을 극대화하기 위한 '감각 이탈'이라는 기법도 있다. 머리카락과 턱수염을 포함해 고문 대상자의 모든 체모를 깎아내고 나서, 옷을 모두 벗기고 불편할 정도로 낮은 온도의 흰 방에 집어넣은 다음, 매우 밝은 조명을 방 안에 켜고 매우 큰 소리의 음악을 계속 듣도록 강요하는 방법이다.
구타는 물론 손을 머리 위로 묶은 다음 매달기, 잠 안 재우기, 좁은 공간에 강제로 집어넣기 같은 가혹행위들도 행해졌는데 이런 행위들이 개별적으로 이뤄졌다기보다는 지속적으로 혼합해 사용되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고문 도중 숨진 사람도 있었다. 2002년 11월 한 외국 비밀수감시설에서는 벽에 고정된 쇠사슬로 묶은 한 대상자를 차가운 콘크리트 바닥에 눕게 한 뒤 '비협조적'이라고 판단될 때마다 대상자의 옷을 벗기는 방법을 사용했고 고문 둘째 날 이 대상자는 저체온증으로 숨진 채 발견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성명을 통해 "미국이 '9·11 테러' 이후 어려운 시기에 많은 올바른 일들을 했지만, 일부 행동은 우리의 가치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광범위한 대테러 대책 노력과 우리의 국가안보 이익에도 부합하지 못했다"며 "이런 가혹한 고문은 세계무대에서 미국의 위상에 중대한 타격을 주고 동맹과 파트너 국가들을 대상으로 우리의 이익을 추구해 나가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며 "앞으로는 절대 이런 방법에 의지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CIA 고문보고서 공개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은 "CIA 고문보고서 공개, 국정원 명함도 못내겠네" "CIA 고문보고서 공개, 어디가 자유의 땅이고 민주국가임?" "CIA 고문보고서 공개, 얼마나 많은 사람이 소리도 없이 죽었을까" 등의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