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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길진의 갓모닝] 354. 아날로그 시대의 문제점
유클리트 기하학은 점과 점을 잇는 최단의 직선은 하나뿐이라고 정의한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히 ‘평면’에만 해당될 뿐 곡면에서는 다르다. 지구도, 우주도 곡선임을 누구나 아는 세상, 그런데도 유클리트 기하학으로만 최단거리를 재려는 사람들이 있다.
컴퓨터를 잘 못하고 디지털기기 사용을 두려워하는 세대들이 있다. 일명 ‘아날로그 세대’들이다. 60~70년대를 살아오면서 모든 일을 손으로 처리했던 그들은 디지털 세대를 힘들어 한다. 물론 적응을 잘 하는 분들도 있지만, 젊은이들처럼 디지털을 사용해 세상을 편하게 만드는 능력까지는 아니다.
문제는 아날로그 세대들의 정치다. 현재 우리나라 정치는 많은 소문에 휩싸이고 말았다. 그 원인의 핵심은 사람이요, 더 정확히 말하면 아날로그 시대의 인물들이다. 70년대 구시대 정치인들이 다시 중앙무대로 진출하면서 벌어진 잡음이란 생각이다.
이미 세상은 많이 달라졌다. 특히 한국은 IT강국이다. 지난날 구시대의 정치가 절대 적용될 수 없는 세상임에도 불구하고 그 시대 스타일로 정치를 하려니 무리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제는 소통하지 않고는 정치를 할 수가 없다. 국민들에게 모든 것을 활짝 개방하지 않고서는 신뢰를 얻을 수 없다. 아무리 잘못이 없고, 떳떳하다 해도 상대가 이를 믿어주지 않으면 안 된다.
한국의 5대 병원이 세계적인 병원이 된 데에는 단연 ‘수술 횟수’ 때문이다. 최고의 의료진, 최고의 의료장비를 갖췄다고 해도 ‘수술 경험’이 따라주지 않으면 세계적인 병원이 될 수 없다. 노하우야 말로 최고의 자산인 것이다.
아날로그 시대의 정치인들에게는 디지털 시대의 소통 노하우가 부족하다. 젊은 인적 자원을 이용해 적극 활용한다고 해도 젊은 마인드를 따라 잡을 수 없다. 소통의 노하우가 부족하면 이를 스스럼없이 인정하고 한 발 물러나야 한다. 자신이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은 발전을 저해하는 일이며, 오히려 정치를 일보 후퇴시키는 일이다.
무괴아심(無愧我心)이라는 말이 있다. 나의 마음을 스스로 부끄럽지 않게 하라는 뜻이다. 이때 나만 부끄럽지 않으면 된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그럴 수 있는 사람은 오직 도를 수양하는 도인(道人)들 뿐이다.
정치인은 자신의 무아괴심도 남과 소통해야 한다. 남이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끊임없이 관심을 가져주어야 한다. ‘나는 죄지은 것이 없어’라고 자기 최면을 걸면 소통이 될 수 없다. 남은 나와 다르게 볼 수도 있다는 시선까지 꼼꼼하게 고려해야 한다.
속눈썹은 눈에서 가장 가까이 있지만 보이지 않는다. 만약 속눈썹이 선명하게 보인다면 보는 것 자체가 괴로울지 모른다. 사람은 가장 가까이 있는 것은 무릇 잘 보이지 않는 법이다. 타인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우선 가장 가까이 있는 문제부터 고쳐나가야 한다. 이것이 소통의 기본이다.
(hooam.com/ 인터넷신문 whoi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