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영(29·알 샤밥)의 아시안컵 출전이 불발됐다. 슈틸리케 감독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내년 1월 호주 아시안컵 최종 명단 23명을 발표했다. 초미의 관심사였던 최전방 공격진에 박주영의 이름은 없었다. 대신 조영철(25·카타르SC)과 이근호(29·엘자이시)가 뽑혔다. 슈틸리케 감독이 예고한 깜짝 발탁의 주인공 이정협(23·상주상무)도 전격 이름을 올렸다.
슈틸리케 감독은 기자회견에 앞서 발탁이 제외된 선수에 대해 먼저 설명했다. 박주영 차례가 되자 그는 "선수 소집 여부와 관련해서는 그 선수가 얼마나 노력하는지 경기장 위에서 보여주는지에 달려있는 것이다"는 말을 했다. 박주영이 이런 모습이 부족했다는 뜻으로도 들렸다. 그러나 슈틸리케 감독은 이어 박주영의 제외는 "전술적인 판단이다"고 선을 그었다. "여러 번 말했지만 대표팀 공격 자원에는 비슷한 성향을 가진 선수들이 많다. 이 때문에 이동국과 김신욱을 염두에 뒀지만 부상에서 회복하는 중이라 부를 수 없었다"며 "전형적인 타깃맨을 찾다보니 박주영을 제외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박주영 대신 뽑힌 이정협에 대해서는 "상대 진영 깊숙하게 침투해 플레이할 수 있는 우리가 찾았던 전형적인 타깃맨 역할을 해 줄 것이다"고 기대를 보였다. 이번 대표팀에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가 필요했고 최적의 자원으로 이정협을 택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의문이 남는다. 박주영은 대표팀에서 오랜 기간 최전방 원 톱으로 활용됐다. 유럽 리그 경험도 풍부해 전성기 때는 어지간한 체격의 유럽 수비수들에게도 밀리지 않는 몸싸움 능력도 보였다. 결국 박주영의 현 컨디션이 최전방 원 톱을 소화할 수 있는 정도가 아니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박주영은 지난 10월 18일 알 힐랄과 사우디아라비아 리그 데뷔전에서 데뷔골을 작렬한 이후 6경기 째 득점이 없다. 슈틸리케 감독이 가이드라인으로 내세운 꾸준한 경기 출전은 해결했지만 골 소식을 들려준 지 너무 오래 됐다. 결국 기량이 부족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박주영을 보며 '변화'를 말했다. 그는 "박주영처럼 경험이 풍부한 선수는 큰 대회에서 출전 기회를 받았을 때 경기력에 대해 본인에게 책임감이 부여될 것이다. 박주영을 제외하고 경험이 전무한 이정협을 소집하면 그가 출전해서 뭘 보여줄지 큰 책임은 감독인 저에게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축구협회가 이번 아시안컵 슬로건으로 정한 'TIME for CHANGE:변화하라'를 언급하며 "이 슬로건을 보면 55년 간 어떤 길을 걸어왔는지 모르지만 우리가 걸어온 길이 우승까지 이끌지 못한 부분이 있다. 지금이야말로 변화 줄 수 있는 시점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