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 진출을 앞둔 강정호(27·넥센)의 성공 키워드는 '실패 속에서 배워라'다. 반면교사는 일본 내야수들이다.
강정호가 지난 20일 포스팅 금액 500만2015달러(약 54억8000만원)를 수용하면서 빅리그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발걸음을 내디뎠다. 아시아 출신 야수로는 2000년 스즈키 이치로(1312만5000 달러)와 2010년 니시오카 쓰요시(532만9000달러)에 이어 세 번째로 높은 포스팅 금액이다. 강정호에게 최고 응찰액을 쓴 팀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메이저리그에서 아시아 내야수에 대한 이미지는 그다지 좋지 않다. 이렇다할 성공 신화를 만들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2007년부터 2년 동안 탬파베이에서 주전 3루수와 2루수로 활약한 이와무라 아키노리(포스팅 금액 450만 달러)가 내야수 중 가장 눈에 띄는 선수였지만, 그도 2010년 이후 일본 유턴을 선택했다. 계속된 부진과 경쟁력 상실로 현지에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메이저리그에 몸 담은 2년 반 동안에도 이와무라는 리그 평균 수준의 선수에 불과했다. 마쓰이 가즈오와 니시오카 쓰요시, 나카지마 히로유키, 다나카 겐스케처럼 일본에서 최고 스타로 불린 선수들도 빅리그에서는 어깨를 펴지 못했다.
미국 무대에서 인정받은 아시아 출신 타자는 이치로가 대표적이다. 외야수라 수비 부담이 적고 공격력과 주루 플레이 등이 능하다는 점에서 빅리그에서의 경쟁력은 뚜렷했다.
일본 내에서는 자국 내야수들의 메이저리그 실패를 두고 '구장 환경의 차이'를 가장 큰 원인으로 꼽았다. 일본 스포츠호치는 "일본 내야수들은 인조잔디에 익숙하다. 땅볼 타구의 불규칙 바운드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것이 이 때문이다. 천연잔디가 많은 메이저리그에서 수비하는 데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비는 강정호에게도 약점으로 지적되는 부분이다. 그나마 강정호는 천연잔디가 깔려 있는 잠실과 문학, 사직구장에서는 수비 부담을 크게 느끼지 않는다는 평가다.
적응력 문제도 있다. 언어와 생활습관, 야구 문화의 차이, 그리고 국내보다 많은 경기(162)를 치르기 위한 체력 문제와 기복 줄이기가 강정호에게는 큰 숙제로 남아 있다. 특히 실력 면에서 메이저리그 관계자들에게 일본보다 한 수 아래로 평가받는 국내 무대에서의 성적이 얼마나 통할지도 의문이다.
결국 강정호는 앞선 선수들의 실패 사례를 면밀히 살피고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일본 내야수들이 공·수에서 드러낸 약점들을 보완해야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이라는 달콤한 열매를 맺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강정호는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메이저리그에서 대부분 안 좋게 끝났는데, 솔직히 부담이 된다. 내가 잘해야 한국 야구에 대한 평가가 좋아져 후배들도 갈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해야할 것 같다"고 의지를 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