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면 각종 시상식들이 넘쳐난다. 그중에서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재미있는 예능인들이 모인 '연예대상'은 시청자가 가장 좋아하는 시상식 중에 하나다.
개그맨과 예능인이 한 자리에 모인 '연예대상'에는 격식이 차려진 딱딱한 시상식 분위기 대신에 웃고 즐기는 유쾌한 분위기가 함께 한다. 하지만 지상파 3사 중 가장 먼저 진행된 'KBS연예대상'은 전혀 즐겁지 못했다. 27일 오후 생방송으로 진행된 '2014 KBS연예대상'은 어수선한 진행과 의미없는 중간 공연 등으로 웃음은 커녕 보는 이의 눈살을 절로 찌푸리게 만들었다.
▶편성표는 왜 만드나, 1시간 초과
KBS 편성표에 따르면 이날 시상식은 오후 9시 15분에 시작해 200분 간 진행되고 밤 12시 30분 전후에 끝났어야 했다. 12시 35분에는 특집 데이팅 프로그램인 '미녀와 야수'가 편성됐다. 하지만 시상식은 한 시간이나 지연된 새벽 1시 20분에서야 대상(유재석)을 발표하고 1시 30분에 모든 시상을 마쳤다. 원래 예정됐던 종료 시간인 12시 30분에는 대상 후보도 전부 공개되지 않았으며 우수상과 최우수상 수상자도 발표되지 않았다.
시상식이 길어지나 주요상인 우수상과 최우수상 수상자는 마치 랩을 하듯 수상소감을 내뱉었다. 심지어 수상 소감을 제대로 마무리 하기도 전에 클로징 음악이 흘러나오기도 했다. 시상자의 말이 길어지자 MC신동엽은 "제발 말을 빨리 해달라"며 불안한 모습을 보기도 했다. 보는 시청자는 물론 자리에 앉아 있는 예능인들의 얼굴에도 피로감이 잔뜩 묻어났다.
▶재미도 감동도 없던 중간 코너들
시상식의 재미를 위해 중간 중간 기획된 코너들도 어설프고 산만했다. 1부에 꾸며진 '개그콘서트'의 '유민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 코너를 패러디한 '예능인 시집 장가 보내기 프로젝트' 코너가 대표적이었다. 유민상은 연예계 대표 싱글녀인 이영자를 무대로 불러 콩트를 선보였지만 웃음은 커녕 분위기를 썰렁하게 몰고 갔다. 이영자가 특유의 재치로 상황을 재미있게 이끌었지만 이영자를 무대로 불러들인 유민상에게는 시상식 콩트에 필요한 순발력과 재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이 코너는 이날 소개된 코너와 시상 및 수상소감 중 가장 긴 시간을 잡아 먹었다. 이에 네티즌들은 '이런 의미없는 이런 코너로 시간을 다 잡아 먹을 바에는 수상자들의 진심 어린 수상 소감을 더 듣고 싶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2부 초반 선보인 무대도 마찬가지였다. KBS 여자 아나운서 네 명은 보기에도 민망한 짧은 의상을 입고 씨스타의 '터치 마이 바디' 춤을 췄다. 의상은 둘째 치고 초등학교 학예회를 보는 듯한 어설픈 안무와 엉망진창인 호흡은 보는 이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이어진 '개그콘서트' 팀의 무대도 마찬 가지였다. 어느 해와 다름 없이 뚱뚱한 개그우먼들은 '먹방송'을 선보였고 늘씬하고 예쁜 개그우먼들은 뻔한 섹시 댄스를 선보여 지루함을 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