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 태어나는 딸 이야기가 나오자 손승락(33·넥센)의 눈매가 아래로 떨어졌다. 그는 "조만간 둘째가 태어납니다. '완전' 행복합니다. 한편으로는 걱정도 돼요. 키우기가 쉽지 않더라고요"라며 웃었다. 한국 최고의 마무리 투수에게도 육아는 야구만큼이나 어렵고 또한 기쁨을 주는 일 같았다.
손승락은 이번 겨울 동안 개인 운동을 충실하게 소화했다. 훈련 스케줄이 끝나고 남는 시간에는 큰딸과 놀아주며 시간을 보냈다. 야구 선수는 비시즌 말고는 가족과 자녀에게 '봉사'할 시간이 좀처럼 없다. 손승락은 "첫째도 딸이에요. 이제 3살인데 키는 6살 만큼 큽니다. 평소에는 아이와 놀아주면서 보냈어요"라던 그는 반가운 소식을 전했다. "오는 2월 초에 둘째가 태어나요. 둘째도 딸이라서 완전 행복합니다. 그런데 한 편으로는 걱정도 돼요. 아기들 키우는 일이 쉽지 않더라고요. 놀이터에서 기다리는 시간도 점점 길어지고요. 좀 천천히 자라줬으면 좋겠어요." 목소리에 애정이 담겨 있었다.
야구는 육아 못지 않게 힘들지만 깊은 만족감을 주는 일이다. 손승락은 지난해 62경기에 나와 62⅓ 이닝 동안 3승 5패 32세이브, 53탈삼진, 평균자책점 4.33을 기록했다. 지난 시즌에 이어 2시즌 연속 세이브왕에 오르며 한국 최고의 뒷문지기로 자리매김했다. 구단은 그와 종전보다 1억원(23.3%) 많은 5억 3000만원에 2015 시즌 계약을 맺었다.
과정은 녹록하지 않았다. 시즌 첫 등판(3월30일·SK전)에서 블론세이브를 기록한 그는 전반기중요한 경기에서 4차례나 승리를 날렸다. 올해 총 6차례 블론세이브(공동 4위)와 4점대 평균자책점은 선수와 팀 모두에게 아쉬움이 남았다.
변해야 했다. 손승락은 지난해 후반기에 투구폼을 수정했고, 포스트시즌에 완성하며 자신감을 되찾았다. 그는 "투구할 때 중심 이동이 더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다른 동작들도 줄어들었다"며 "준비도 잘 해왔고 자신감을 되찾았다. 2015년에는 예년보다 더 좋은 성적이 나올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체인지업 계통의 공이 늘어나는 추세다. 15~160㎞대 빠른 공을 던져도 타자들의 배트 스피드와 힘을 이겨내기 어렵다. 나 역시 체인지업 쪽으로 시도를 하고 상대의 타이밍을 빼앗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나이를 먹어도 변함없는 공을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 이번 시즌 후 FA(프리에이전트) 자격을 얻는 그는 "중요한 건 신체 나이다. 한 살 더 먹으면서 구속과 볼이 더 좋아질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다"며 "내 공을 던지다 보면 FA 대박도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내가 쫓아간다고 되는 건 아니지 않겠는가"라고 힘주어 말했다.
인터뷰 말미에 손승락은 다시 태어날 둘째 이야기를 꺼냈다. "2월3일이 출산일이다. 제가 캠프에 있어서 아내와 함께 있어주지 못한다. 첫째 때도 그랬는데…." '좀 천천히 컸으면 좋겠다'던 타박은 온데간데 없었다. 힘겨워도 다시 야구를 해야 행복하듯, 가족과 육아도 그에게는 같은 의미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