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거 슈미트(48) 바이어 레버쿠젠 감독은 손흥민(23)을 '써니(Sonny)'라고 부른다. '손(Son)'만 따서 만든 애칭이 이름 '흥민'보다 발음하기 편하기 때문이다. 사실 손흥민은 슈미트 감독에게 진짜 '햇살'과 같은 존재다. 손흥민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큰 경기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며 팀의 승리를 책임졌기 때문이다. 올 시즌 부임한 슈미트 감독은 손흥민 덕에 분데스리가 전반기를 무탈하게 마쳤다.
손흥민은 현재 2015 호주 아시안컵에 출전 중이다. 소속팀에서의 활약을 지켜본 외신들은 일제히 손흥민을 득점왕 후보로 꼽았다. 하지만 완벽한 컨디션을 유지 못해 아쉬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그는 조별리그 첫 경기 오만전(10일·1-0승)에서 무득점에 그쳤고, 2차전 쿠웨이트전(13일·1-0승)에선 감기로 결장했다. 손흥민이 주춤하면서 대표팀도 완벽한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는 평가다. 이에 슈미트 감독이 '제자' 손흥민과 축구대표팀의 선전을 기원하며 본지에 격려의 메시지를 보내왔다.
슈미트 감독은 손흥민을 '2015 호주 아시안컵에서 주목해야 할 선수'로 꼽았다. 그는 "손흥민은 역동적인 공격수다. 빠른 움직임과 강력한 슈팅능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상대팀에겐 위협의 대상"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그는 "써니는 우리 팀에 매우 중요한 선수다. 그는 올 시즌 또 한 단계 진화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은 올 시즌 슈미트 감독 지도를 받고 약점으로 지적됐던 '기복'을 줄였다. 그는 볼을 소유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쉴 새 없이 움직이며 상대 수비에게 위협적인 공격수로 성장했다.
올 시즌을 러닝타임 8개월짜리 장편 영화에 비유한 슈미트 감독은 자신을 연출가, 손흥민은 주연배우에 비유했다. 슈미트 감독은 "영화계에는 씬 스틸러(Scene Stealer·뛰어난 연기력으로 주연보다 주목받는 조연배우를 일컫는 말)라는 표현이 있다. 손흥민은 더이상 특정 시간대나 상황에만 활약하는 '씬 플레이어'가 아니다. 그는 우리 팀의 전술의 핵이자 주연배우"라고 극찬했다.
그는 손흥민의 스타성에도 주목했다. 슈미트 감독은 "써니가 고국 한국에서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은 지난해 7월 한국투어(FC서울전)를 통해 직접 경험했다. 그는 독일에서도 '특별한' 존재다. 라운드 밖에서도 매력적인 선수다"며 "덕분에 레버쿠젠은 물론 분데스리가의 얼굴로 성장했다. 심지어 원정 경기를 떠나면 상대팀 팬과 선수들조차도 손흥민과 함께 호흡하는 것을 기뻐한다"고 말했다.
55년 만에 아시아 정상을 노리는 대표팀이 우승을 하기까지는 총 6번의 경기를 더 치러야 한다. 이미 치른 2경기보다 뛰어야 할 경기가 더 많다. 현재 대회 득점 1위는 2골이다. 득점왕을 노리는 손흥민에겐 충분히 기회가 남아있다. 슈미트 감독 역시 가능성을 믿었다. 그는 "한국은 호주 아시안컵의 우승후보다. 그리고 써니는 강력한 득점왕 후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