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위에서 부터, 김현성- 이영재 - 이정협 - 주세종, (김현성,이정협,주세종 사진제공= 대한축구협회, 이영재 사진 제공 = 프로축구연맹 ]
'솔로몬의 해법'이 나왔다.
부산 아이파크와 FC서울은 미드필더 주세종(26)과 공격수 김현성(27) 트레이드에 합의했다.
이어 부산은 공격수 이정협(25)을 울산 현대에 임대보내고 대신 미드필더 이영재(22)를 임대로 받는다.
두 건의 맞트레이드는 올 겨울 이적시장의 화두였던 이정협 거취와 긴밀하게 얽혀있다. "팀(부산)을 떠나고 싶다"는 이정협과 "절대 보낼 수 없다"는 부산이 팽팽히 맞서 꼬여 있던 실타래는 김현성이 서울에서 부산으로 오면서 비로소 풀리기 시작했다. 결국 4명의 선수와 3개 구단 모두를 살리는 묘수가 됐다.
◇팽팽했던 이정협과 부산
이정협의 이적 여부는 이적시장의 뜨거운 감자였다.
그는 2013년 부산 유니폼을 입은 뒤 2014년 상주상무에 입단했다. 그 때만 해도 무명 공격수에 가까웠다. 하지만 2014년 9월 울리 슈틸리케(62·독일) 감독이 새롭게 대표팀 지휘봉을 잡으면서 인생역전 드라마를 썼다.
작년 초 호주 아시안컵 최종 명단에 전격 포함돼 주목받았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아시안컵에서 고비마다 골을 터뜨려 대표팀 주축 공격수로 자리를 굳혔다.
작년 시즌 말 돌발 변수가 터졌다.
이정협은 2015시즌 대부분을 챌린지의 상주에서 활약하며 팀의 클래식 승격을 이끌었다. 하지만 전역 뒤 돌아온 친정팀 부산이 거꾸로 챌린지로 강등되고 말았다. 그는 원 소속팀으로 돌아온지 몇 개월 만에 다시 챌린지에서 뛰어야하는 신세가 됐다. 클래식 무대를 누빌 날만 기다려온 이정협에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그는 당연히 다른 클래식팀으로 이적을 원했다. 러브콜을 보내는 팀도 있었다.
[ 이정협 , 사진제공 = 대한축구협회 ] 하지만 부산도 이정협의 이적을 쉽게 허락할 수 없었다.
물론 구단도 이정협의 심정은 이해했다. 선수 마음이 이미 떠난 이상 붙잡는게 큰 의미가 없다는 것도 알았다. 하지만 강등으로 주축 선수들이 잇따라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간판 공격수까지 보내는 건 부담이었다. 더구나 이정협을 대체할 스트라이커 자원도 없었다.
◇꼬인 실타래 김현성이 풀다
부산과 이정협의 에이전시는 서울 공격수 김현성을 주목했다.
전형적인 타깃형 스트라이커 김현성은 2012년 런던올림픽 대표로 동메달을 목에 건 주인공이다. 하지만 서울에 워낙 쟁쟁한 공격수들이 즐비해 경기를 거의 못 뛰었다. 2014년 6경기에 이어 2015년 17경기에 출전했지만 절반 이상이 교체 투입이었다. 김현성은 자신의 출전을 보장해 줄 팀이 필요했고 부산이 안성맞춤이었다.
서울은 김현성을 부산에 주는 대신 주세종을 점찍었다. 주세종은 중원에서 공수 연결고리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자원이다. 오른발 프리킥이 날카로워 전담 키커로도 쓸 수 있다. 몰리나와 작별하면서 중앙 미드필더 보강이 필요했던 서울에게 알토란같은 선수였다. 주세종에게도 챌린지에 남는 것보다 클래식의 명문 서울 이적이 이득이었다.
[ 김현성 , 사진제공 = 프로축구연맹 ]
[ 김현성 , 사진제공 = 프로축구연맹 ]
김현성을 데려와 스트라이커 자원을 수혈한 부산은 일단 급한 불은 껐다. 남은 관건은 이정협을 보낼 경우 비난 여론을 잠재울 수 있는 명분이었다.
부산 최영준 감독은 이정협 측에 임대를 제안했다. 원래 울산은 그 전부터 이정협의 완전이적을 추진했지만 부산의 난처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정협의 임대 트레이드 파트너로 낙점받은 선수는 이영재였다. 처음에 최영준 감독은 이영재의 기량에 확신을 가지지 못했다.
4일 아랍에미리트(UAE)와 올림픽대표팀 평가전이 촉매제가 됐다.
곧 카타르 도하에서 펼쳐질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 챔피언십 최종 명단에 뽑혀 현재 올림픽팀에서 뛰고 있는 이영재는 UAE 평가전에서 선제 결승골을 넣는 등 좋은 활약을 보였다. 이를 본 최 감독은 무릎을 쳤다.
중원에서 볼을 안정적으로 배급할 수 있는 센스에 결심을 굳혔다. 이영재에게도 부산행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물론 한순간에 클래식에서 챌린지로 내려갔지만 아직 미완의 기대주인 그에게는 간판보다 경기 출전이 더 중요하다.
울산에는 이영재 포지션에 서명원(21) 등이 있어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울산 관계자는 "이영재가 지금 외국에 있어 선수와 직접 면담하지는 못했지만 선수 대리인을 통해 충분히 이해를 구하고 설득했다"고 밝혔다. 울산은 이정협을 받고 이영재를 보내며 거기에 일정 금액의 이적료도 지불했다.
김현성부터 주세종, 이정협, 이영재로 이어지는 복잡했던 이적 작업이 마무리되는 순간이었다.
◇이정협은 어떤 대우 받나
울산이 이정협에게 어떤 대우를 해줄 지 관심이다.
이정협의 부산 시절 연봉은 3600만 원이었다. K리그 규정상 이정협같은 우선지명자의 경우 연봉 조정 금액이 기존의 100%를 초과할 수 없다.
즉 이정협은 올 시즌 최대 챙길 수 있는 연봉이 7200만 원이다.
만약 그가 울산으로 완전 이적했다면 이 규정의 적용을 받지 않지만 임대 신분이기에 여전히 7200만 원 이상 받지를 못한다. 올 겨울 몇몇 팀들에게 2~3억 원의 연봉에 영입 제안을 받았던 이정협의 속이 쓰릴 수밖에 없다. 울산은 최대한 이정협의 기를 살려줄 계획이다. 기본급은 7200만원으로 하되 출전, 승리, 공격포인트 수당 등의 옵션으로 부족한 연봉을 보전해줄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