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효과는 보통 마약 단속에 대한 예시로 많이 인용된다. 당국이 강력하게 단속하면 수요자들은 다른 지역의 새로운 판매책을 찾아 우르르 이동한다.
공급자도 마찬가지다.
예를 들어 미국이 멕시코산 마약을 집중 단속하면 마약생산지가 인근의 남미 국가로 대거 옮겨가는 식이다. 다시 말해 마약의 총량은 그대로다. 그래서 마약 유통은 근절이 어렵다.
K리그 사정도 비슷하다.
전북 현대와 FC서울, 울산 현대 등이 최근 몇몇 이름 있는 선수를 영입하면서 다른 때와 달리 이적시장이 활기찬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 안에서 구단끼리 큰 돈을 주고받는 건 아니다. 일단 맞트레이드가 많다. 이적료라고 해봤자 거액은 별로 없다. 선수들이 돌고 돌며 팀을 옮길 뿐이다. K리그의 선수들 몸값 총액은 크게 오르지 않았다는 의미다.
한 축구 에이전트는 "최근 몇 년 동안 한파였던 이적시장이 올 겨울 조금 활발해진 건 맞다. 중국이 한국 선수들을 데려가며 지불한 이적료를 구단들이 재투자에 쓰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러나 그 팀들의 기존 인원이 시장에 나와 생기는 현상이라 K리그 시장에 생각만큼 큰 돈이 풀리고 있다고 보긴 힘들다"고 말했다.
풍선효과의 시작은 예상대로 전북이었다.
전북은 일본 J리그에서 뛰던 김보경(27)을 비롯해 포항의 고무열(26), 전남의 이종호(24)와 임종은(26), 수원의 최재수(33) 등을 잇따라 데려와 전력을 보강했다. K리그의 '큰 손'으로 군림하는 전북이지만 한 시즌 가용할 수 있는 선수 숫자와 예산은 한정돼 있다.
자연스럽게 영입한 선수와 비슷한 포지션이거나 몸값이 높은 선수는 내보내야 했다. 이미 김동찬(30·수원 유력)을 비롯해 우르코 베라(29·오사수나), 조석재(23·전남), 송제헌(30·인천), 이승현(31·수원FC) 등이 새 둥지를 찾아 떠났다. 이승렬(27)·이상협(30)·박희도(30) 등도 다른 팀을 물색 중이다.
[ 이적시장의 큰 손 전북현대가 이번에도 `폭풍영입`을 선보였다. 사진 = 최강희 , 전북현대 감독 ] 서울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서울은 최근 몇 년 동안 이적시장에서 박주영(31) 외에는 이럴다할 거물급 영입이 없었다.
올 겨울은 다르다. 전설적인 공격수 데얀(35)을 붙잡는데 성공했다.
포항의 조찬호(30)와 신진호(29), 인천 유현(32), 부산 주세종(26)도 서울 유니폼을 입었다. 마찬가지로 서울의 몇몇 주축 선수도 연쇄적으로 이적하고 있다. 스트라이커 정조국(32)과 '제2의 이청용'이라 불린 유망주 김민혁(24)의 광주행이 확정적이다. 공격수 김현성(27)도 부산으로 갔다.
[ 2016년, 데얀을 비롯한 FC 서울의 새로운 얼굴들이 보인다. ] 이게 끝이 아닐 수도 있다.
서울 최용수 감독은 지난 8일 괌 전지훈련 출국에 앞서 "눈여겨보고 있는 선수가 더 있다"고 밝혔다. 중앙수비를 찾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서울 출신의 몇몇 선수가 더 매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울산 현대 역시 서명원(21), 이정협(25)과 계약에 성공한 대신 기대주 이영재(22)는 부산에 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