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를 휩쓸고 일본프로야구(NPB)에서 수준급 타자로 인정받았지만, 메이저리그 관계자 사이에서는 박한 평가를 받고 있다. 외국인 선수라는 신분상의 제약과 과거 에이전트의 시행착오가 겹치며 현지 홍보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것도 크다.
◇KBO·NPB '활짝'…ML은 '고심'
미국 보스턴 글로브의 닉 카파르도는 지난 24일(한국시간) 미계약 FA(프리에이전트)를 언급하며 "일본에서 이대호의 플레이를 본 사람들은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도박을 걸어 볼 만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누구도 지난해 일본에서 31개의 홈런을 터뜨린 이대호에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이유를 타격 메커니즘에서 찾았다.
그는 "거구의 이대호는 프린스 필더와 같은 타입이다. 스카우트들은 그의 스윙에 많은 약점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이대호는 KBO에서 결점이 없는 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다.
2010년 타격 7관왕에 오르며 정규시즌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했다. 특유의 유연한 타격폼으로 코스와 구종을 가리지 않았다. 일본 진출 당시 양준혁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이대호가 오릭스에서) 4번타자를 맡을 것으로 보인다. 장타력과 함께 선구안도 좋다. 무게 중심이 항상 뒤쪽에 남아 있기 때문에 유인구에 잘 속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일본에서도 인정받았다. 이대호는 4시즌 동안 570경기 타율 0.293, 98홈런 348타점을 올렸다. 소프트뱅크는 이대호가 잔류할 경우, 다년 계약과 18억 엔이라는 거액을 제시했다고 알려진다. 외국인 타자를 오랫동안 기다리고 러브콜을 보내는 것은 무척 이례적이다.
◇왜 미국에서만 저평가 받나
이대호는 2011시즌 뒤 일본 오릭스에 진출할 때에도 "내 꿈은 빅리거다"라고 말하곤 했다.
그러나 공식적이고 단호하지 못했다. 몇 가지 이유가 있었다.
이대호는 NPB 소속의 외국인 선수 신분이었다. 팀에 적응하고 문화에 녹아드는 것이 우선이었다. 선수와 구간 간 도리를 중시하는 아시아권 선수의 매너였다.
당시 분위기도 쉽게 무시하지 못했다. 그 때만 해도 한국인 선수가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KBO는 미국에서 트리플 A에서 더블A 수준으로 평가절하됐던 시절이었다. 빅리그가 본격적으로 KBO를 눈여겨본 것은 2015년 강정호(29·피츠버그)가 포스팅시스템으로 진출해 성공한 이후부터다.
이대호가 조금 더 적극적으로 미국 진출을 준비한 것은 2014년 무렵이다.
그는 당시 미국 대형 에이전시 출신의 에이전트와 계약했다. 일본과 미국 사정에 두루 밝고, 과거 몇몇 '빅리그' 출신 한국 선수를 길러낸 에이전트라는데 높은 점수를 줬다. 하지만 이렇다할 성과없이 시간만 흘려보냈고, 시행착오 끝에 흐지부지 계약 관계를 청산했다.
강정호와 박병호(30·미네소타)를 메이저리그에 보낸 이장석(50) 넥센 대표는 최근 포스팅시스템을 신청했으나 실패한 KBO 선수들에 대해 '홍보 부족'을 꼽았다. 미국 진출 선언을 늦게 했고, 그로 인해 스카우트들이 바라볼 절대적 시간이 부족했다는 뜻이다.
이대호는 2015년 일본시리즈가 끝나고 미국 진출을 선언했다. 윈터미팅 이후 에이전시 몬티스 스포츠그룹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