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항공이 대규모 구조조정에 돌입했다. 국내 저비용항공사(LCC)와 외국계 항공사들이 앞다퉈 노선 확대 경쟁에 뛰어들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되자 극약처방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15년 만에 희망퇴직 1일 항공 업계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최근 국내 조직 가운데 팀 5개와 지점·영업소 7개를 정리하고 해외 지점도 128개에서 92개로 36개 감축했다. 이에 따라 임원 수는 기존 40명에서 36명으로 줄었다.
수익성이 낮은 노선도 과감히 정리했다. 당장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운항이 중단된다. 향후 양곤·발리 등의 노선도 없앨 예정이다. 또 동남아 심야노선 2개와 일본 지선 9개는 올 상반기 취항하는 계열 LCC 에어서울로 이관할 계획이다.
인력 구조조정에도 나선다. 희망퇴직과 함께 무급 희망휴직을 실시한다. 아시아나항공이 희망퇴직을 실시하는 것은 2001년이후 15년 만이다. 당시 미국 911테러로 인해 항공업계가 실적악화에 시달린 가운데 아시아나항공은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이번 희망퇴직은 근속 15년차 이상이 대상이다.
아울러 아시아나항공은 본부장을 포함한 임원의 임금 삭감과 업무용 차량 반납으로 비용절감도 추진할 계획이다.
아시아나항공은 이번 구조조정으로 연간 1600억원 정도의 손익 개선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은 "단기적인 처방이 아닌 생존을 위한 강도 높은 체질개선이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라며 "경영정상화 방안이 완료되는 2017년 이후에는 반드시 경쟁력을 회복하고 체질을 개선해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회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몸집 줄이는 이유는 아시아나항공이 이처럼 '몸집 줄이기'에 나서는 이유는 최근 실적 악화로 재무구조가 급격히 악화됐기 때문이다.
아시아나항공의 지난해 3분기 영업이익은 312억원으로 전년(494억원)에 비해 36.8%나 감소했다. 매출액도 1조3338억원으로 전년(1조4524억원) 대비 8.2% 줄었다. 여기에 부채비율은 997%에 달한다. 적자 누적과 외부차입 증가로 부채비율이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아시아나항공 관계자는 "올 상반기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여파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계절적 성수기인 3분기 실적이 좋지 않았다"며 "환차손 인식으로 순익을 대부분 잠식당했다"고 말했다.
향후 전망도 어둡다. 아시아나항공의 장거리 노선인 유럽과 미주노선 수요가 모두 살아나지 않고 있고, 단거리 동남아 노선의 경우도 LCC와의 가격 경쟁 등으로 수익성이 나빠졌다. 특히 항공운송부문 매출의 약 50%를 차지하는 중·단거리 국제 노선을 LCC에 내주고 있다는 점이 뼈아프다. 아시아나항공 여객 매출 비중은 중국 노선 21%, 동남아시아 20%, 일본 12%로 이들 세 곳이 전체 여객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노선 점유율이 저비용항공사로 인해 낮아지면 향후 수익 역시 줄어들 가능성이 크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아시아나항공은 LCC와의 경쟁과 대외환경 악재로 인해 구조적으로 성장이 지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결국 체질개선과 새로운 먹거리 창출로 수익성을 개선하는 길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회사의 대규모 구조조정에 대한 노조의 반발이 거세다. 승무원·정비사·일반직 등으로 구성된 아시아나항공 일반노조는 사측이 내놓은 경영 정상화 방안에 반대하며 지난달 3일부터 서울 강서구 아시아나항공 격납고 앞에서 천막농성을 벌이고 있다.
한 노조 관계자는 "회사는 유가가 한참 오를 때는 유가 1달러 오르면 연간 100억 손실이 난다고 볼멘 소리를 하더니, 유가가 고점대비 최소한 50달러 이상 떨어진 현재도 죽는 소리는 여전하다"며 "지금까지 아시아나항공 노동자들은 항상 비상경영에 허리띠만 졸라매라는 말만 듣고 살아왔는데, 이럴 때 경영진은 무엇을 했는지 묻고 싶다"고 꼬집었다.
안민구 기자 an.mingu@joins.com
○아시아나항공 구조조정 주된 내용 ----------------------------------------------------------------- 조직 슬림화 국내 지점·영업소 12곳, 해외 지점 36곳 감축 희망 퇴직 및 희망 휴직 실시 신규 채용 최소화
노선 조정 블리디보스토크·양곤·발리 운항 중단 동남아 노선 2개·일본 노선 9개 에어서울 이관
비용 절감 임원 임금 삭감, 업무용 차량 반납 비핵심업무 아웃소싱 ------------------------------------------------------------------ 자료=아시아나항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