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제작을 꿈꿨던 소녀는 우연한 기회로 예고에 진학, 연기를 접했다. '운명'인 것처럼 자연스레 연결된 이들의 고리는 대학으로까지 이어졌고 현재도 진행형이다. 연기가 심적으로 부담이 덜 돼 하면 할수록 편해서 좋았다는 배우 윤지원(22)은 지금은 배우라서 행복하고, 시청자에 강렬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 더없이 행복하다고 밝혔다.
계원예술고등학교를 거쳐 현재는 경희대학교 연극영화과에 재학 중인 윤지원은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이하 '치인트')에서 손민수 역을 맡아 고교 선배 김고은과 만났다. 이와 관련, "고은 선배와 연기할 수 있어 정말 영광이었다. 작품 때문에 처음 만났는데 웃는 모습이 예쁘고 밝은 에너지가 있더라. 처음엔 정말 어려웠는데 선배가 편하게 하라고 격려를 많이 해줬다. 그래서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고 말하며 환하게 웃었다.
-'치인트'에 참여한 소감은. "좋은 감독님과 배우들을 만나 작업할 수 있어 좋았다. 덕분에 많이 배웠다. 게다가 좋은 반응까지 얻어서 행복하다."
-요즘 주변에서 극 중 캐릭터였던 '민수'로 많이 알아볼 것 같다. "평소에 잘 모르는데 추리하게 입고 나가거나 안경을 쓰면 알아보더라. 다가오진 않고 옆에서 쳐다본다. 이젠 떳떳하게 연기한다고 말할 수 있어 좋다. 교수님들께 연락이 많이 왔다. 학교 다니면서 촬영하느라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수업에 빠졌었는데 이제서야 그 이유를 아셨다면서 전화가 왔다. 다행히 이번 학기에 학사경고는 안 맞았다. C가 많긴 하지만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한다.(웃음)"
-데뷔작이 드라마 '여왕의 교실'(2013) 중학생 역할이었다. "제대로 역할을 맡아서 들어간 건 그게 첫 작품이다. 중학생 역할이었다. 20살에 중학교 2학년 역할을 맡았다. 다들 내가 진짜 중학생인 걸로 알고 있었다. 종방연 날 술을 마시니까 '너 왜 술 먹니?' 이런 반응이었다."
-배우로 입문하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이쪽 분야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배우가 꿈은 아니었다. 중학교 때 전교 부회장을 했는데 부모님과 선생님이 예고를 가라고 권하셨다. 난 당시 음악이 하고 싶었다. 음악 제작을 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고등학교 가서도 음악을 계속했는데 고등학교 3학년이 되면서 연기에 집중했다. 대학 역시 전공을 살려서 연극영화과에 진학했다. 그렇게 연기를 공부하면서 관심이 생겼고 배우가 됐다." -'치인트'에 합류하게 된 계기는. "민수 역으로 두, 세 차례 오디션을 봤다. 나랑 큰 틀에서 봤을 때 성격은 좀 다르지만, 나 역시 내성적인 면이 있기에 크게 어렵지는 않았다. 민수는 대사가 거의 없다. 표정으로 감정 변화를 표현하기 때문에 처음엔 어려웠지만, 안락한 촬영장 분위기 속 편하게 연기했다."
-연기하면서 가장 신경 쓴 점이 있다면. "민수는 변화하는 캐릭터다. 그래서 너무 다른 사람처럼 보이지 않게 하려고 노력했다. 드라마 중반에 스타일이 변하지만, 민수 자체가 변한 건 아니니까 갑자기 확 밝아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웹툰이라는 가이드라인이 있어서 좀 편했다."
-'짝퉁 홍설'이라고 불리며 밉상 캐릭터가 됐다. "안 그래도 이틀 전에 (문)지윤 오빠의 전시회에 갔었는데 거기서 만난 어르신들이 날 보고 연신 '짝퉁'이라고 하시더라. 알아봐 주시는 건 감사한데 속상했다. 정말 '웃픈'(웃기고도 슬픈) 상황이었다. 민수는 밉상 캐릭터가 아니다. 내 기준으로는 민수보다 다영(김혜지) 캐릭터가 더 그런 것 같다. 요즘 댓글에서도 '신흥 강자'라고 불리더라. 민수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에 미숙한 친구였다. 처음엔 욕을 많이 먹었는데 요즘은 시청자분들이 민수가 불쌍한 것 같다고 하시더라. 민수를 미워하지 말아달라."
-김고은과의 몸싸움 신은 아주 격렬한 한방을 남겼다. "7시간 촬영해서 탄생한 신이다. 누가 못해서가 아니라 많은 사람이 얽힌 장면이다 보니까 각자 촬영하고 싸우는 것도 찍고 그러느라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날 정말 힘들었는데 (김)희찬 오빠가 자꾸만 날 일으키더라. 그래서 이러면 안 되는데 왜 이러나 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날 홍설(김고은)로 착각한 것이었다. 다들 웃겨서 쓰러졌다."
-이성경에게 맞는 신이 있었다. 굉장히 아팠을 것 같다. "무엇보다 어머니가 속상해하셨다. 다른 작품에선 이렇게 약한 역할로 나오지 않았는데. 그간 많이 때려서 여기서 많이 당한 거라고 생각한다."
-가족들 역시 '치인트' 열혈 팬이겠다. "아버지가 제일 좋아한다. 원래 드라마를 잘 안 보는데 졸면서 '치인트'를 다 보고 잘 정도로 열심히 챙겨보신다."
-민수는 학교를 떠났다. 그 이후 어떻게 됐을 것 같나. "민수는 잘 지냈을 것이다. 친구들이 졸업하기 전까지는 학교에 돌아가지 않았을 테지만 이전보다 성장한 모습일 것 같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이 미숙한 친구였는데 미래엔 좀 더 나아지지 않았을까."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을 꼽는다면. "두 번째 조별과제가 끝나고 욕먹는 장면이 있는데 진짜 서러웠다. 너무 서러워서 끝나고 울었다. 진짜 억울했다. 모든 것이 유정 선배의 계략이지 않나."
-웹툰 속 민수란 인물을 처음 봤을 때 느낌은 어땠나. "그때 당시 웹툰을 처음 봤을 때 매우 싫었다. 내가 민수를 하게 될 줄이야. 상상도 못 한 일이었다. 근데 민수 입장에서 보니 하나도 어려운 것이 없었다. 민수의 입장을 많이 이해하게 됐다. 다만 홍설을 안 좋게 보는 건 힘들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좋았다. 진짜 다들 자기 캐릭터처럼 해줬다. 유정 선배를 맡은 박해진 선배는 정말 유정 선배 같았다. 은근한 장난기도 있다. 특히 단 걸 좋아한다. 사탕을 좋아했다.(웃음) 연이대 학생들은 정말 친구처럼 친하게 지냈다. 지금도 단체 SNS 방에서 자주 대화를 나누곤 하는데 다들 소녀 감성이라 드라마를 보면서 슬픈 장면이 나오면 마음 아파하곤 한다."
-이윤정 PD는 어떤 사람이었나. "은인이다. 모든 사람의 은인으로 등극했다. 진짜 많이 배울 수 있는 현장이었다. 시도를 많이 하게 해주시고 아닌 건 아니라고 확실하게 말해주시니 좋았다. 여성스러운데 카리스마가 있으시다. 최근에 맥주 사주겠다고 모이라고 하셨다. 조만간 모일 것 같다."
-차기작 계획은. "아직 정해진 건 없다. 열심히 오디션을 보고 있다. 비중보다 스토리가 있는 캐릭터가 좋은 것 같다. 민수 같이 좋은 역할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내가 많이 사랑하고 관심을 가져줘야 다른 사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는 것 같다. 민수 덕분에 행복했다."
-2016년 목표는 무엇인가. "윤지원이라는 이름을 더 각인시키고 싶다. '민수'라고 알아보는 것만으로도 시작이 좋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많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전보다 걱정이 많이 없어졌다. 열심히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