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농협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1763억원으로 전년보다 47.9% 감소했다. 지난해 4분기에만 255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내면서 전분기대비 적자로 돌아섰다.
STX조선해양 등에 내준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한 것이 뼈아팠다. 대손충당금이 크게 늘면서 이익이 상당 부분 줄어들었다.
대손충당금이란 은행이 대출해준 금액 중 돌려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금액을 말한다. 대출해 준 금액을 모두 돌려받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대출을 받은 기업이 부도·파산 등 사정이 생기면 대출금을 회수하지 못하게 된다. 이 때문에 회수 불가능한 금액을 미리 비용처리해 대손충당금으로 추정해둔다.
이중 STX조선해양에 대비해 쌓아 둔 금액은 5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구조조정 단계에 있는 STX조선해양에 지원한 여신이 7000억원이 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만약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로 넘어가게 되면 농협은행은 최소 2000억원 가량의 추가 대손충당금을 부담해야 한다.
농협은행은 앞선 2013년 4분기와 2014년 1분기에도 대손충당금 때문에 손실을 냈다. 순손실 규모가 각각 612억원, 350억원에 달했다.
문제는 농협은행이 현재 쌓아둔 대손충당금으로는 앞으로 닥쳐올 부실채권을 막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농협은행의 자산건전성에 '빨간불'이 들어온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률은 78.77%로 지난해 같은 기간 102%에서 약 23%p 떨어졌다. 일반적으로 은행권에서는 대손충당금적립률이 100%를 넘으면 부실대출이 은행 경영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으로 판단한다. 부실채권으로 분류된 금액을 채울 수 있을 정도로 충당금을 적립해뒀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도 증가했다. NPL이란 부실채권 중 원리금 상환이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을 말한다. 총 여신 중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2.21%로 전년 동기 1.66%보다 0.55%p 증가했다. 나머지 4개 시중은행이 고정이하여신을 줄였는데, 농협은행만 홀로 증가했다.
농협은행이 '실적 쇼크'에 빠지면서 NH농협금융의 지난해 실적도 함께 곤두박질쳤다. 지난해 NH농협금융의 당기순이익은 4023억원으로 전년 수치인 7685억원의 절반 가까이 내려 앉았다.
NH농협금융 관계자는 "농협금융은 지난해 건전여신 확대, 수수료 증대를 이루었으나, STX 등 조선과 해운 관련 충당금 부담으로 목표손익을 달성하지는 못했다"며 "앞으로 수익성 확보와 건전성 관리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충당금을 제외한다면 나머지 부문에서는 성장하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올해 경제상황이 예년보다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추가 부실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금융권 관계자는 "농협은행의 현재 부실 상황은 대부분 STX조선해양과 관련된 것이 많은 만큼 이 부분을 빠르게 청산하고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분야에 뛰어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