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듀스101' 폐인이 속출하고 있다. "소녀들을 줄 세워 놓고 뭐하는 짓이냐"며 혀를 차면서도, 엄청난 중독성에 모니터 앞에 앉아 온라인 팬투표까지 하는 현실. 시청률도 껑충 뛰었다. 1회 시청률 1.042%로 시작해, 4회는 3.4%나 나왔다.
스타도 여럿 탄생했다. 강력한 우승후보 JYP 전소미에, 젤리피쉬 김세정과 판타지오 최유정이 라이벌로 급부상했다. SM엔터테인먼트·YG엔터테인먼트·FNC엔터테인먼트 등 대형 기획사를 끌어들이는데 실패했지만, ‘대세’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프로그램 인기의 일등공신은 역시 소녀들이다. 꿈을 향해 노력하는 소녀들을 포커싱하면서, 남자들의 마음을 강탈했다. 노래도 춤도 연습생 평균 수준 이하인 김소혜가 인기를 끈 것도 응원해주고 싶은 '오빠'들의 마음이 움직인 덕분.
걸그룹 멤버를 선발하는 과정이 다분히 일본 제작 시스템을 닮았고, 성적으로 가르고 차별이 심해 ‘악마적 방송’으로 비난받았지만 순풍에 돛단 듯 쾌속 항해 중이다.
앞으로 소녀들은 톱11으로 가기 위해 어떤 관문들을 건너야 될까. 톱11이 된 뒤에는 어떻게 활동하게 될까. 신 개념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최근 가장 '핫'한 '프로듀스101'의 궁금증 세가지를 풀어봤다.
▶왜 '젤리피쉬·플레디스판'일까.
팀 미션이 끝난, 4회까지 순위에서 젤리피쉬 연습생 김세정이 1위에 올랐다. '어짜피 우승은 전소미'의 독주를 멈춰 세웠다. 젤리피쉬 소속 김나영·강미나의 성적도 좋다. 애프터스쿨의 소속사 플레디스는 임나영·김민경·주결경·박시연·강예빈 등 무려 5명을 톱11에 진출시켰다. 이대로 팀이 꾸려진다면 플레디스 걸그룹이나 다름없다. 하정우의 소속사로 유명한 판타지오도 김도연·최유정 등 2명을 톱11에 진출시켰다. 김수현의 이복동생으로 동정표를 받고 있는 김주나와 섹시 안무로 남성 관객의 지지를 받은 황수연 정도가 의외의 복병이다.
젤리피쉬·플레디스·판타지오의 선전의 이유는 뭘까. 당연한 얘기지만, 준비가 잘 된 연습생들만 내보냈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의 출연중인 연습생의 한 소속사 대표는 "대형 기획사가 출연하지 않는 상황에서 젤리피쉬·플레디스·판타지오 정도면 '프로듀스101'에 참여한 회사 중 규모가 가장 크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잘 하는 연습생들을 내보냈다는 얘기"라고 소개했다. 하위권에 쳐져있는 연습생들은 수준이 많이 떨어지는 경우도 있다. 101명을 맞추기 위해, 불과 연습한지 한 두달 된 연습생들을 끌어오기도 했다. 톱11에 올라있는 연습생들이 최소 2~3년 동안 연습한 것과 비교된다.
관계자들은 "젤리피쉬·플레디스 정도에서 노래와 춤을 배웠다면 안정적으로 잘 배웠다고 볼 수 있다. 프로그램 성패에 확신이 없어서, 회사에서 에이스급 연습생들을 내놓지 않은 경우도 있다. 기대를 모은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경우 이미 신인 걸그룹 우주소녀 론칭이 눈앞이라, 회사 에이스들은 참여할 수 없었다"고 소개했다. 젤리피쉬·플레디스·판타지오 소속 연습생들이 가장 눈에 띄는 이유다.
▶11등이 좋을까, 12등이 좋을까
당연히 1위부터 11위 안에 드는게 좋았을까. 물론 프로그램의 기획의도에 부합하기 위해선 그게 맞다. 11등까지만 CJ걸그룹으로 데뷔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후엔 10개월간 2016년 최고 걸그룹을 목표로 활동을 하게 된다. 반면 12등부터는 팀 활동을 할 수 없다. 본인이 소속된 회사로 돌아가 다시 연습을 해야할 처지다.
그런데 '프로듀스101'의 첫 방송 전 제작자들이 가장 원했던 순위는 1위가 아닌, 12위였다. 화제성을 얻기 위해 프로그램에는 출연하지만, CJ소속으로 활동하게 될 10개월이 아깝다는 얘기. 10개월 이후에 걸그룹의 존폐와 관련해 CJ와 머리 아플 일도 만들기 싫다는 거다. 가장 좋은 그림은 12등 탈락이다. 화제성은 모두 얻어간 뒤, 다시 소속사로 돌아가면 데뷔 확정이다.
하지만 상황이 바뀌었다. 프로그램이 생각보다 더 큰 인기를 끌면서, 이제는 무조건 팀 멤버로 선택되자는 쪽으로 기울었다. 한 관계자는 "지금 주목받는 친구들은 이미 스타다. 끝까지 살아남아 멤버로 선발된다면, 2016년 최고 신인 그룹이 되는 것은 정해진 수순이다"라며 "이젠 젤리피쉬, 판타지오를 검색하면 성시경·하정우가 아닌 김세정·최유정이 관련 검색어로 먼저 뜬다. 어마어마한 인기인데 기왕이면 12등 탈락보다는 정규 멤버가 되는게 낫지 않겠나"라고 덧붙였다.
다른 가요 기획사 대표는 "사실 초반에는 10개월 활동이라는 기간의 애매함과 그 이후 팀이 깨지고, 원 소속사로 무난하게 복귀 할 수 있을 것인가의 문제들에 대해 고민과 의심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지금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을 거 같다. 성적이 좋든 나쁘든 모든 기획사가 엄청난 홍보효과를 얻고 있다. 나중에 100억을 벌면 CJ와 지분을 나누면 될 일 아닌가. 그 때 방법을 찾으면 될 일"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