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희(27)의 상하이 선화 이적이 급물살을 탔다. 전북 측은 아직 "협상 중"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선수 본인의 의지가 확고한 만큼 사실상 이적은 확정적이다. 이적료만 600만 달러(약 72억원), 막강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의 공세에 김기희도, 전북도 꺾였다. 선수단 구성을 완료하고 14일 출정식에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다짐한 지 불과 나흘만의 일이다.
최강희(57) 감독으로선 고민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이적이다. 올 겨울 이적시장에서 김신욱(28) 김보경(27) 등 대어급 스타를 줄줄이 영입하며 아시아 정상을 위한 카드를 맞춰놨는데 뜻밖의 누수가 생겼다. 그것도 팀 전체의 수비를 좌지우지하는 센터백 포지션에서 생긴 누수라 더욱 뼈아프다. 이미 윌킨슨(32)이 떠난 상황에서 김기희마저 보내야하는 상황이다.
김기희를 대체할 선수의 영입은 사실상 불가다. 설령 운좋게 누군가를 영입한다해도 이미 ACL 선수 등록이 종료됐기 때문에 시즌 초반의 불안은 그대로 안고 가야한다. 임종은(26) 김형일(32) 조성환(32)이 있지만 리그와 ACL, 여기에 FA컵까지 병행해야하는 빽빽한 일정 속에서 부상이라도 발생할 경우 골치아파질 수밖에 없다.
최 감독이 기대를 걸만한 부분은 '영건'들의 활약이다. 김영찬(23)이나 신인 최규백(22)이 좋은 모습을 보여준다면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 2013 드래프트에서 전북의 지명을 받았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채 대구FC, 수원FC로 임대갔던 김영찬은 지난해 전북으로 돌아왔다. 경쟁을 위해 모든 것을 걸어야하는 김영찬에게는 김기희의 부재가 중요한 기회가 될 수 있다.
신인 최규백도 마찬가지다. 올해 자유계약으로 입단한 대구대 출신 최규백은 188cm, 77kg의 건장한 체격 조건을 갖춘 센터백 자원이다. 호화 선수들로 가득한 전북은 신인 선수들에게 있어 무덤이라 불릴 만하다. 뜻밖의 공백을 메울 '반전 카드'가 될 기회가 찾아왔을 때 이를 반드시 잡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전북으로서도 신인 선수들의 활약에 내심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23세 이하(U-23) 선수 규정 때문에 앓던 골치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프로축구연맹은 2013년부터 각 구단의 유망주 육성을 돕고자 23세 이하 선수(1993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를 의무 출전시키고 있다. 18명의 출전명단에는 2명이 등록돼야 하고 그라운드에서 뛰는 11명 중 1명은 반드시 23세 이하 선수로 채워져야한다는 규정이다. 포함하지 않을 경우 출전선수 명단이 최대 16명까지 줄어들 수 있어 선수 활용을 위해 고심해야하는 상황을 맞는다.
김기희는 떠나고,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키기 위한 전북의 고민은 남아있다. 호화 라인업으로 가장 배부른 시즌을 맞을 것만 같았던 전북이 중앙 수비의 약점을 어떻게 타개하고 기회를 살려낼지, 23일 열리는 그들의 첫 경기 FC도쿄와의 ACL 조별리그 1차전이 더욱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