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족구왕'과 tvN '응답하라 1988'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안재홍도 없다. 단편 영화 '구경'(2009)으로 데뷔한 안재홍은 첫 주연작 '1999, 면회'(2012)를 통해 입지를 다진 것에 이어 '족구왕'으로 자신의 존재감을 각인시켰다. '족구왕' 덕분에 신원호 PD의 눈에 띄어 '응답하라 1988' 오디션 기회를 얻었다. '응답하라 1988'에선 6수생 정봉이로 분해 맹활약했고, 작품에서 큰 사랑을 받은 덕에 인기 시리즈 예능인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에도 출연했다. 안재홍은 "'족구왕'은 시간이 지나서라도 2탄이 나왔으면 좋겠다. 애정이 남다르다. '응답하라 1988'은 가족극이라 폭넓게 사랑을 받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신드롬까지는 생각하지 못했다. 감사한 작품이다"며 웃었다. 그와의 인터뷰 내내 순박한 정봉이와 마주한 듯 했다.
-6수생 덕후 캐릭터였다. 때론 한심하게 보이기도 했다.
"아 정말 7수가 확정되는 순간인데 치토스에서 '한 봉지 더' 스티커를 모으는 건 진짜 한심하더라. 치토스를 좋아할 순 있지만, 그 순간 몰래 먹고 있었던 건 스스로 생각해도 한심했다."
-정봉이의 어떤 점에 집중해서 연기했나.
"사실 뭔가에 잘 빠져드는 편이 아니다. 중독이 잘 안 되는 편이다. 정봉이는 미옥이(이민지)를 만나기 전까지 매회 한 가지에 빠져 있었다. 그래서 심플하게 해도 되겠다고 생각했다. 정봉이는 뭔가 하고 싶은 게 많은 친구지만 동시에 뭘 하지는 않는다. 한 가지만 파는 친구라서 간단명료하게 단세포적으로 한 가지만 좋아하는 관심사를 뚜렷하게 표현하면 되겠다고 생각하고 연기했다."
-이민지와의 사랑이 참으로 예뻤다.
"요즘 시대에 없을 법한 사랑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우직한 쾌남의 사랑 같았다. 하면서 재밌었다. '정통 멜로'라는 생각으로 찍었다. 10회 우산 신에서 처음으로 만나는데 20회까지 러브라인이 있었다. 짧은 와중에도 키스 신도 있었고, 이별 신도 있었고, 재회 장면도 있었다. 후반부 16회나 17회쯤 러브라인이 들어갈 줄 알았는데 중반부부터 러브라인이 들어가서 재밌었다." -2009년 영화 '구경'으로 데뷔했다. 본래 꿈이 배우였나.
"원래는 하고 싶은 게 없었다. 꿈 같은 게 없었는데 대학을 진학하기 위해 입시를 준비하다가 건국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했다. 당시 경쟁률이 38대 1이었는데 1달 정도 준비해서 운 좋게 합격했다. 부산이 고향이라 사투리 연기를 했는데 그걸 좋게 봐주신 것 같다. 대학에서 친구들과 단편 영화를 찍고 연극을 준비하는 과정들이 재밌었다. 예전에는 못 느낀 재미였다. 그때 흠뻑 빠져서 연기를 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부산에서 태어나서 쭉 자랐나. 실제 형제 관계는 어떻게 되나.
"대학교 오기 전까지 부산에서 자랐다. 부모님은 아직도 부산에 계신다. 아들 둘 있는 집의 막내다. 극 중에선 큰아들이었지만, 실제론 둘째 아들이다. 다정다감한 아들이 되고 싶은데 무뚝뚝하다. 형과는 4살 차이다."
-가족들 반응은 어땠는지 궁금하다.
"가족극이다 보니까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부모님 친구분들도 재밌게 보셨다고 하더라. 그래서 더 개인적으로 좋았다. 10, 20대 사랑 이야기였다면 공감이 덜 됐을 것 같은데 가족극의 특성상 폭이 넓다 보니까 공감하시고 재밌게 보신 것 같다. 부모님이 '할머니한테 좀 더 잘해야겠다'는 말을 했을 때 우리 드라마가 이렇게까지 마음을 움직일 수 있다니 뿌듯했다."
-현재 가장 큰 고민은 무엇인가.
"살을 빼야겠다는 생각이 있다. 정봉이 캐릭터를 위해 8kg 정도 찌웠는데 그걸 빼야 할 것 같다."
-차기작을 빨리 선정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속도감 있는 이야기에 색다른 점이 좋았다. (이)선균이 형과 호흡을 맞추는 것도 좋았다. 홍상수 감독님의 영화 제작팀으로 일했을 때 선균이 형과 처음 만났는데 그때 정말 잘해주셨다."
-꼭 한번 호흡을 맞춰보고 싶은 배우는.
"모든 배우가 좋다. 과거 인터뷰했을 때 정유미 선배님과 호흡을 맞추고 싶다고 했었는데 또 언급하면 스토커처럼 보일 것 같다.(웃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배우다."
-어떠한 배우가 되고 싶나.
"오래 연기할 수 있는 연기자, 오래 사랑받는 연기자가 되고 싶다. 멋있는 말을 지어내는 것보다 뻔한 대답을 하고 싶다. 뻔한 대답인데 뻔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는 건 그 말이 일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오래 연기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3편에서 계속 황소영 기자 hwang.soyoung@joins.com 사진=김진경 기자 영상=황소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