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의 새 외국인 투수 로버트 코엘로(32)가 '에이스' 밴헤켄(37·세이부)의 빈자리를 대체할 수 있을까.
지난 24일 일본 오키나와에서 열린 넥센과 LG의 연습경기는 '히어로즈'의 새 외국인 코엘로의 첫 실전 무대로 눈길을 끌었다. 선발로 등판한 그는 1이닝 동안 5피안타 2볼넷을 묶어 6실점한 뒤 고개를 숙였다. 직구 최고 구속은 시속 141㎞에 그쳤고, 수준급 제구를 한다고 알려졌던 커브·슬라이더·포크볼·체인지업 역시 밋밋했다. LG 타자들은 코엘로를 상대로 치고 달리고, 타점을 쌓았다.
과정과 내용이 모두 좋지 않았던 부분이 마음에 걸린다. 코엘로는 정주현의 중전안타와 도루로 몰린 무사 2루에 김용의에게 1타점 2루타로 선취점을 내줬다. 실점 하자 급격하게 흔들렸다. 그는 계속된 1사 3루에 히메네스의 스트레이트 볼넷과 이천웅의 우전 적시타를 내준 뒤 견제 폭투로 추가 실점했다. 이어진 1사 3루에는 채은성에게 중전 적시타와 도루를 허용해 1사 2루를 맞았고, 정상호에게 또 다시 볼넷을 내줬다. 코엘로는 강승호에게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맞고 0-6으로 끌려갔다. 넥센 코칭스태프는 코엘로에게 2이닝, 투구수 30개 선을 예상했다. 하지만 1이닝 만에 투구수 36개를 기록하자 곧바로 제외했다.
염경엽(48) 넥센 감독은 경기 뒤 선수단에 "결과는 신경쓰지 않는다. 과정이 좋지 않았다"며 쓴소리를 남겼다. 그러나 혹독한 신고식을 치른 코엘로에게는 "결국 잘해줄 선수다"며 믿음을 보였다. 이날 오키나와의 날씨는 두꺼운 점퍼를 입어야 할 정도로 추웠다. 코엘로에게는 타 팀 타자를 상대한 것도 처음이었고, 몸 컨디션 역시 정상은 아니었다. 염 감독은 "차라리 먼저 맞아서 다행이다"며 이번 연습경기 결과를 발판으로 코엘로가 얻은바가 있길 바라는 눈치였다.
코엘로는 지난 겨울 일본 세이부로 이적한 밴헤켄의 대체 선수로 넥센에 입단했다. 2004년 신시내티의 지명을 받은 뒤 보스턴·토론토·LA 에인절스에서 뛰며 경력을 쌓았다. 이장석 넥센 대표는 결코 적지 않은 액수인 55만 달러(약 6억4000만원)를 들여 코엘로를 영입했다. "코엘로 영입은 운이 좋았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염 감독 역시 대체자를 퍽 마음에 들어했다. 애리조나에서 열린 1차 캠프에서 코엘로를 1선발로 낙점한 뒤 "밴헤켄의 빈자리를 채워줄 선수다. 우리 팀 1선발이다"고 공언한 바 있다. 이번 연습경기에서는 일찍 흔들렸지만 최고 시속 150㎞ 속구와 결정구인 무회전 포크볼의 위력이 상당하다. 밴헤켄처럼 제구력이 좋아서 삼진 비율도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성패는 코엘로가 얼마나 빨리 KBO 야구에 적응하느냐에 달려있다. 염 감독은 "결국 적응시간을 얼마나 빨리 줄여나가느냐에 따라 달라진다"며 "코엘로를 믿는다. 충분히 해줄 수 았는 기량이 있는 선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