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레나 앤 크리스티는 많은 대기업 전쟁 속에서 살아남은 순수 국내 슈즈 브랜드다. 두 사람의 인연은 회사 선후배로 만난 3개월의 짧은 기간이 사업 파트너로 이어졌다. 자기애를 의미하는 입술마크를 신발에 넣어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한다는 헬레나 앤 크리스티.
"훌륭한 디자인과 품질은 물론이지만, 마케팅을 무시할 수 없어요"라며 현실적인 국내 패션시장에 대해 논했다. 늘 물가에 내놓은 자식처럼 헬레나 앤 크리스티를 이끈다는 두 사람이다. 쿨하고 매력적인 그녀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 소울이 담긴 브랜드 '헬레나 앤 크리스티'
디자이너 고인희
헬레나 앤 크리스티는 두 사람의 영문 이름을 따서 만들었다. 헬레나 홍혜원 실장은 이탈리아 유학파 출신으로 디자인에 감성을 불어 넣는다.
크리스티 고인희 실장은 오랜 시간을 국내 시장에서 경험했다. 전반적인 상품 기획에 탁원해 두 디자이너는 서로에게 완벽한 파트너로서 브랜드를 이끌어 오고 있다. 두 듀오 디자이너에게서 파트너가 된 연결고리를 찾을 수 없어 첫 출발에 대해 물었다.
"같은 회사에서 근무한 3개월이란 기간이 있었다. 그게 우리 인연의 시작이었고 서로가 좋아하는 제품을 만들고자 하는 확고함이 컸다. 사실 각자 다른 회사 프로모션으로 참석하게 된 파리 프레타포르테에서 우리가 좋아 만든 제품이 반응이 좋았다. 그때가 브랜드 론칭에 방아쇠를 당긴 계기가 됐다." 고 실장의 대답이다. 홍 실장은 단순하게 "내가 하고 싶은 거 한번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고 명쾌하게 대답했다.
♦ 롤 모델은 늘 곁에 있는 '내 사람'
디자이너에게 늘 묻는 질문을 건넸다. 영감의 원천은? 롤 모델이 있나요? 라는 질문에 고인희 실장은 "정말 우리 둘은 롤 모델이 없다. 매번 이런 질문이 곤란스럽지만 아무리 생각하려고 해도 없는 인물을 만들 수는 없다"고 답했다.
디자이너 홍혜원
반면, 헬레나 홍혜원 실장은 "내 멘토는 가장 가까운 사람이다. 근사한 사람을 존경한다고 해도 나랑 만나본 적이 없지 않은가"라며 서로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헬레나와 크리스티 두 디자이너는 영감의 원천에 대한 질문에는 "편식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영향을 받는다. 컨템포러리 아트를 좋아하고 음악도 좋아한다. 최근에는 스트라빈스키 고전음악에 빠졌지만, 최근 인기인 이애란 '백세인생'도 너무 좋다"며 선입견을 가지지 않는 것이 원천이라고 설명했다.
♦ 상품만으로 인정받는 시대는 갔다
'헬레나 앤 크리스티' 매장 전경
국내 슈즈시장 뿐만 아니라 경기 불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처럼 힘든 시기에 두 사람은 어떻게 브랜드를 이끌고 있을까.
홍 실장은 "우리 브랜드는 횟수로 9년을 맞았지만 마케팅을 해본 적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제품만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고 깨달았다. 마케팅은 제품에 들어가는 에너지만큼을 쏟아 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우리만의 힘으로 될 수없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답했다. 더불어 현재 국내 슈즈 시장에 대한 생각도 털어놨다.
"명품만을 추구하는 현재 세대는 제품이 아닌 그 브랜드를 갖고픈 갈망도 무시하지 못한다. 솔직히 국내 브랜드 중 많은 투자할 만큼의 브랜드력을 지닌 업체가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이런 자리를 차지하는 게 우리의 숙제다."
두 디자이너는 국내 패션 시장에 대한 문제점을 솔직히 꼽았다. 또한 마케팅을 위한 투자를 받아 판을 키우는 게 목표라는 답변에 그녀들의 포부가 느껴졌다.
디자이너 홍혜원(왼쪽), 고인희 실장
마지막으로 본인들에게 헬레나 앤 크리스티란? 이라는 질문을 던졌다. 고원희 실장 답변은 인터뷰 내내 이어지던 여러 가지 질문들에 대한 마침표로 느껴졌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짜리 아들을 두고 있다. 헬레나앤크리스티는 꼭 내 아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힘들지만 버릴 수 없는 거 아닌가? 조금만 신경 쓰면 성장하는 게 눈에 보인다. 그럴 때마다 자식 같다는 말이 정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