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축구연맹(FIFA) 209개 회원국 수장들이 제프 블래터(80) 시대에 종언을 고할 준비를 마쳤다.
26일(한국시간) FIFA는 스위스 취리히 할렌스타디온에서 임시 총회를 열어 신임 회장을 선출한다. 전 세계 축구협회장들은 이날 총회에서 비밀투표를 통해 블래터 회장을 대신할 새로운 '축구 대통령'을 뽑는다.
◇블래터의 초라한 '말로(末路)'
지난 해 5월 블래터는 5선을 확정 하며 17년간 이어진 장기 집권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는 듯했다. 하지만 당선 나흘만에 비리 스캔들에 휘말려 불명예 퇴진했고 지난 해 12월에는 FIFA 윤리위원회로부터 자격 정지 8년이라는 철퇴를 얻어 맞았다. 25일 FIFA는 블래터의 과거 공로를 감안해 징계 기간을 6년으로 축소했으나 그는 여전히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블래터는 지난 1975년부터 41년간 FIFA에 몸담았다. 그는 기술위원·사무총장 등의 요직을 거쳐 1998년 FIFA 회장직에 올랐다. FIFA는 블래터의 지휘 아래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했다. 월드컵은 지구촌 최대의 스포츠 축제로 자리매김했으며 FIFA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더불어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스포츠 단체로 우뚝 섰다. 수익 역시 천정부지로 치솟았다. 지난해 AP통신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FIFA는 블래터가 집권한 17년 동안 130억 달러(약 16조700억원)을 벌어 들였다.
그러나 몸집을 불리는 동안 속은 썩어 문드러졌다. 작년 5월 미국 법무부는 FIFA의 전·현직 간부들을 탈세·횡령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 블래터를 비롯한 후앙 아발란제(100) 전 FIFA 회장 역시 1억 달러(1238억원) 규모의 뇌물 수수 혐의로 미국 연방수사부(FBI)의 조사를 받고 있다. 지난 해 7월 미국의 한 상원의원은 "FIFA를 마피아에 비유하는 것은 마피아에 대한 모욕이다. 그들도 이렇게 뻔뻔하게 부정부패를 저지르진 않는다"고 통탄했다.
◇ FIFA 구원 가능할까
관심은 '새로운 FIFA'를 외치며 나선 차기 회장 후보 5인에 쏠린다. 지아니 인판티노(46) 유럽축구연맹(UEFA) 사무총장과 셰이크 살만(51) 아시아축구연맹(AFC) 회장의 '2파전'이 예상되는 가운데 알리 빈 알 후세인(40) 요르단 왕자와 토쿄 세콸레(63) FIFA 반인종차별위원회장, 제롬 상파뉴(58) 전 FIFA 국제국장 등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인판티노와 살만은 각각 유럽과 아시아의 든든한 지지를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아프리카 등 중도층 표심 공략이 대권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들이 FIFA의 개혁을 이룰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블래터는 지난 19일 프랑스 라디오 RMC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에 출마한 후보 중 4명이 내게 연락했으며 몇몇 회원국은 내게 누구를 지지해야 하는지 묻기도 했다"며 여전한 영향력을 과시했다.
과연 신임 회장은 블래터의 그늘에서 벗어나 FIFA를 구원할 수 있을까. 최종 당선자의 윤곽은 27일 새벽께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