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따라 가버렸다. 웹툰을 원작으로 한 tvN 월화극 '치즈인더트랩'이 종영도 하기 전 각종 덫에 걸렸다.
제작 초반 '치어머니'('치인트' 극성팬)의 등쌀에 화제를 모으더니 이번엔 내용이 산으로 가고 있어 비난을 받고 있다. 원작에는 남자주인공 박해진(유정)이 극을 이끌어가야 하지만 9회를 넘어가면서 존재감이 미미해졌다. '피아노 보다 못한 비중'이라는 비아냥까지 들린다. 모두가 가는 푸켓 포상휴가에 박해진만 소식을 듣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발생했다. 원작을 쓴 순끼 작가도 불만을 드러냈다. 드라마에 관해 아무 얘기도 하지 않으려고 했다던 순끼는 "원하는 결말을 요구한 적이 없다"며 "드라마의 비판이나 찬사는 드라마 자체를 향한 것이며 거기에 원작자를 굳이 운운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고 불쾌해했다.
제작사 에이트웍스와 방송국 CJ E&M은 뒤늦게 수습해 보려고 확장판까지 편성했지만 이마저도 새로운 내용이 아닌 1회부터 16회까지 압축판으로 알려져 팬들의 분노만 더 샀다. 또 연출과 대본을 맡은 이윤정 PD와 김남희 작가는 입을 굳게 다물고 있어 논란의 불을 더욱 지피고 있다.
배우들의 호연이 쓸모 없어진 '치즈인더트랩', 그 덫에서 탈출할 수 있을 지 각자의 얘기를 들어봤다.
박해진 "제 분량 왜 잘린 걸까요"
박해진은 일간스포츠와 인터뷰에서 분량 논란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털어놓았다. 그는 오히려 되물었다. 자신이 무슨 잘못을 한 거냐고. 박해진은 "촬영은 너무 순조로웠다. 이윤정 감독도 촬영 당시 웃는 모습으로 잘 해줬는데 이렇게 돼 버렸다. 유정은 내가 아니라 이윤정 감독님이다. 그래서 나도 묻고 싶다. 왜 촬영해놓은 분량을 쓰지 않았냐고"라고 했다. 박해진은 대본에 나온대로 충실히 촬영했고 무슨 이유인지 제작진은 그의 분량을 '싹둑싹둑' 잘라내기 바빴다. '박해진 실종사건'이라는 말까지 떠도는 이유다.
루머도 돌았다. '박해진이 마지막 촬영 후 자리를 떠나자 스태프들이 소금을 뿌렸다'는 증권가 정보지 내용이다. 그는 이 소문에 대해 "하하. 소금은 무슨. 내가 아닌 제작진에게 뿌렸겠죠. 배우들끼리 합도 좋았고 여느 촬영장과 다르게 제가 선배 축에 속했다. 다들 재미있고 유쾌하게 촬영 잘 했는데… 그래서 더더욱 의문이 든다. 내가 뭐 잘못한거라도 있나"라고 했다.
순끼 "대본 보여달라… 엔딩은 교체"
원작자도 뿔났다. 자신의 작품이 훼손되고 있다는 점에 매우 분노했다. 과거 원작을 기반으로 한 드라마에 원작자들이 이래라저래라 하는 것과 달리 순끼는 그동안 잠잠했다. 참아왔던게 한꺼번에 폭발한 셈이다. 그는 "드라마가 '원작에 충실하게' 제작되는 동안 내게 연락 한 통이 없었고 나는 드라마가 어떤 내용으로 제작 되는지 알 수 없었다. 시나리오 공유를 요청하자 '드라마 대본의 철통보안'이라는 이유로 원작자인 내게 6회 이후로 공유 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사전 제작인 '치즈인더트랩'은 조금만 노력하면 대본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그러나 무슨 이유인지 원작자에겐 주지 않았다. 결말에 대한 문제도 있다. 순끼는 제작사에 아직 완결되지 않은 자신의 작품에 엔딩을 얘기했고 다른 결말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엔딩 내용은 물론이고 연출마저 흡사했고 그제서야 제작진은 부랴부랴 재수습을 시작했다.
이윤정 "나중에 사석에서 말할게요"
입을 닫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닐 정도로 일은 커졌다. 그러나 담당 PD는 제작발표회에서 마이크를 들고 한참 얘기하던 것과 달리 입술을 앙 다물었다. 끈질긴 통화 시도 끝에 의미 모를 말만 남겼다. 이윤정 PD는 "지금 당장은 인터뷰를 하고 싶지 않다. 내가 아닌 우리 드라마팀 팀장과 얘기해달라. 그의 말이 곧 제작진의 말이다. 내가 따로 말하긴 좀 그렇고 앞으로도 인터뷰는 안 할 계획이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내 말을 바꿔 "나중에 자리를 하게 되면 말하겠다.(웃음) 사적으로 만나면 얘기하겠단 뜻이다."라고 말했다. 지금 당장 할 말은 없지만 언젠간 이 사태에 대해 얘기하겠다는 뜻이다.
작가도 마찬가지다. 김남희 작가는 이윤정 PD와 말을 맞춘 듯 인터뷰를 시도하자 "지금은 할 말이 없다"고 서둘러 대화를 끝냈다. 그렇다고 CJ E&M 제작진이 나서 속시원히 말하는 것도 아니다. 다들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다.
제작사 대표 "우리도 박해진 분량 안타까워"
제작사 에이트웍스 양환철 대표는 한 숨을 몰아쉬었다. 용두사미가 돼 버린 '치즈인더트랩'에 대해 할 말이 많아 보였다. 그는 "순끼 작가와 직접적 연락이 불가피해 네이버 측에 의사를 전달했고 원만히 합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우리의 그릇된 행동으로 심려를 끼쳤다면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또한 박해진의 '잘린 분량'에 대해 "우리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다. 15·16회는 박해진의 분량도 많이 나왔고 실망시키지 않은 결말이 기다리고 있으니 기대해도 좋다"고 장담했다.
기대감을 고조시키는 것과 달리 벌써 삐걱거리고 있다. 마지막회 방송 후 곧바로 내보내는 확장판이 말썽인 것. 일반적으로 미분량을 보여주는 확장판의 개념과 달리 1회부터 16회까지 압축한 영상과 메이킹을 내보낸다는 것이다. '치인트' 홍보 담당자는 "스페셜이다. 지금껏 분량을 축소해서 전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