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2월' 마저 완벽했다. 세계 최강 바르셀로나(스페인)는 살인적인 일정에도 품격을 잃지 않았다. 패배를 잊은 이들은 새로운 전설에 도전할 채비를 마쳤다.
바르셀로나는 29일(한국시간) 홈 구장 캄프 누에서 열린 2015-2016시즌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26라운드서 세비야를 불러들여 2-1로 꺾었다. 바르셀로나는 비톨로(27)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으나 리오넬 메시(29)의 환상적인 프리킥과 수비수 헤라르드 피케(29)의 역전 골에 힘입어 2-1 역전승을 거뒀다. 이날 승리로 바르셀로나는 2위 아틀레티코 마드리드(18승4무4패, 승점58)와의 승점 차를 8점으로 벌리며 리그 선두(21승3무2패)를 더욱 공고히 했다.
바르셀로나는 2월에만 무려 8경기를 치렀다. 산술적으로 따지면 약 3.5일당 한 경기씩 치른 셈이다. 더군다나 8경기 중 5번이 원정 경기였으며 만만한 상대 역시 없었다. 말 그대로 ‘죽음의 2월’이었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2월을 기점으로 이들의 상승세가 꺾일 것이라 점쳤다. 제아무리 바르셀로나라 할지라도 피로 누적으로 인한 체력 저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라 전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이들은 4일 홈에서 발렌시아를 7-0으로 대파한 데 이어 레반테(2-0·원정 승)-발렌시아(1-1·원정 무)-셀타 비고(6-1·홈 승)-스포르팅 히혼(3-1·원정 승)-라스 팔마스(2-1·원정 승)-아스널(2-0·원정 승)-세비야(2-1·홈 승)전까지 2월 들어 치른 8경기서 7승1무를 거두는 괴력을 과시했다. 더군다나 이동거리만 약 6900km에 달했던 히혼·라스 팔마스·아스널 원정 3연전서 거둔 3연승은 더욱 값졌다.
연속 무패 기록도 34경기(28승6무)로 늘리는 데 성공했다. 바르셀로나는 지난해 10월 세비야전 패배(1-2) 뒤 단 한 차례도 승리를 내주지 않고 있다. 이로써 바르셀로나는 라이벌 레알 마드리드가 1978-1988시즌 수립한 프리메라리가 최장 기간 무패 기록과 동률을 이뤘다. 게다가 다음 상대가 리그 16위인 라요 바카예노인 만큼 프리메라리가 신기록 작성에는 무리가 없어 보인다.
바르셀로나는 내친김에 스페인 프로축구 기록까지 넘본다는 계획이다. 스페인 최장 기록은 레알 소시에다드가 1978년부터 1980년까지 기록한 38경기 연속 무패다.
시야를 넓혀 유럽 무대로 옮긴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유럽 1위는 스테아우아 부크레슈티(루마니아)가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1986년부터 1989년까지 무려 106경기 연속 패배를 허용하지 않았다. 당시 이들은 1985-1986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컵까지 들어올리는 등 당대 최고의 팀으로 명성을 떨쳤다. 하지만 당시 스테아우아는 축구 변방 루마니아서 수년간 ‘1강 체제’를 유지했기 때문에 약 25년이 흐른 지금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바르셀로나의 현실적인 비교 대상은 '빅 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의 AC밀란이 세운 기록이다. AC밀란은 1990년대 초반 세계 최강팀으로 군림했다. 이들은 1991년부터 1993년까지 58경기 연속 무패 행진을 이어가며 1993-1994시즌 챔피언스리그 우승을 일궈냈다. 이 외에도 FC포르투(포르투갈)가 2010년부터 2012년까지 55경기 연속 무패를 이어가기도 했다.
축구 역사상 최강 팀 중 하나로 평가 받고 있는 2015-2016시즌 바르셀로나의 무패 행진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이를 지켜보는 것도 올 시즌 유럽 축구의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 중 하나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