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시청자들이 의문으로 삼고 있는 문제다. 탁구에 이어 ‘우리동네 예체능’이 보여줄 다음 종목은 겨울 실내스포츠의 백미 배구였다. 방송 아이템의 선택은 나쁘지 않아 보인다. 조금 있으면 배구도 정규리그 라운드를 모두 정리하고 포스트시즌에 돌입한다. 특히나 세계적인 수준을 가진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은 배구팬들의 눈을 즐겁게 해줬고 국내 배구의 인기를 상승하는 데 효자 노릇을 했다.
그런데 생활체육이 잘돼 있는 배드민턴이나 탁구와 달리 배구는 장소 섭외 등 몇 가지 조건을 수반해야 한다. 같은 겨울 스포츠로 꼽히는 농구의 경우 굳이 실내가 아니더라도 야외 공원 어느 곳이든 골대라도 설치돼 있어 접하고 즐기기에는 배구보다 쉽다. 멤버 구성을 위한 연예인 섭외는 물론이고 동호인 팀 섭외에도 어려움을 겪었다고 김혜룡PD가 직접 언급한 것을 보면 배구라는 구상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많은 준비와 노력이 들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여기부터는 문제가 좀 다른 부분이다. 예체능 배구팀을 이끌 감독으로 김세진 OK저축은행 감독을 섭외했다. 현재 V리그에서 2위를 달리고 있는 OK저축은행의 김세진 감독을 섭외하기 위해 김PD는 삼고초려를 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물론 그럴 만한 이유는 있었다. ‘월드스타’라는 수식어가 따라붙는 김 감독은 배구라는 종목을 넘어 국내 스포츠를 빛낸 스타 중 하나로 꼽힌다. 2006년 은퇴 후 2007년 해설위원 활동을 하면서 간간이 예능프로그램 등 방송에도 얼굴을 비쳐 시청자들에게 익숙함과 친근감을 새겼다. 생활체육으로서 배구를 알리는 데에도 인지도가 높은 김세진 감독이 다른 감독들보다 취지에 가장 어울린다는 의견도 제시되고 있다.
하지만 그러기엔 현재 김세진 감독을 둘러싼 상황이 여러모로 좋지 않은 것이 우려를 낳고 있다. V리그 개막 후 줄곧 1위를 달렸던 OK저축은행은 이민규와 김규민 등 주축 선수들의 부상으로 주춤하는 사이 16연승을 달린 현대캐피탈에 정규리그 우승을 내주고 2위로 내려앉았다.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팀은 어쨌든 봄 배구가 확정됐고, 감독으로선 다가올 포스트시즌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세진 감독을 삼고초려까지 하며 예체능 팀의 감독으로 섭외했다는 것은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우리동네 예체능’ 배구편은 오는 8일 첫 방송을 앞두고 있다. 만약이라고 하더라도 김세진 감독의 방송활동으로 인해 소속팀의 성적에 영향이 미친다면 이는 배구팬들에게도 예의가 아닐뿐더러 김세진 감독의 커리어에도 큰 흠집이 날 수밖에 없고, 지켜보는 시청자들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신중치 못한 섭외였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이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