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유승준의 국내 복귀 시도, 그리고 최후 수단 ‘미국인’ 유승준이 국내 복귀의 욕망을 쉽게 놓지 못하고 있다. 작년 5월 온라인 스트리밍 사이트에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두 차례의 영상에서 유승준은 눈물을 보였고, 용서를 구했으며,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그런데도 국민들의 반응은 냉담하기 그지없었다. 물론 “14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가혹하다”는 일부 동정론도 있었다. 유승준의 눈물로 그가 설명하는 과거의 잘못을 씻기엔 호소력이 부족해 보였다.
두 번의 눈물이 통하지 않자 유승준은 보다 직접적으로 행동에 나섰다. 작년 11월 LA총영사관을 상대로 “비자발급 거부 처분을 취소하고 재외동포들이 받을 수 있는 F-4 비자를 발급해달라”는 취지로 소송을 냈다. 외국인이냐 재외동포냐는 유승준의 존재 규명이 이 소송의 골자다. 유승준 측에서는 그가 재외동포라는 사실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국민을 납득시킬 수 있고, 또 소송에서도 승소해 그토록 원하던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다.
풀이: 되풀이되는 주장에 주장... ‘팩트’는 어디로 그럼에도 유승준은 지난 두 건의 인터뷰 영상처럼 여전히 감정에 호소하는 태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작년 11월 유승준의 변호를 맡은 법무법인 세종 측은 공식 보도자료에서 “유승준과 가족들은 너무 오랫동안 고통을 받아 왔다. 유승준은 1997년 데뷔 후 5년 동안 활발한 활동과 선행으로 많은 사랑을 받던 인기가수였으나, 2002년 입국이 거부된 후, 현재까지 13년 반이 넘도록 고국 땅을 밟지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일 열린 재판에서도 유승준 측은 “유승준은 2002년 당시 입국금지를 당했고, 그 이유와 금지가 풀리는 시기조차 통보받지 못했으며 이후 무려 14년이라는 시간동안 명확한 설명도 없이 고통 속에 외국에 머무르고 있다”고 호소하면서 “유승준 정도의 대형 가수가 상식적으로 인기를 얻기 위해 ‘군대에 가겠다’고 거짓말한 후에, 외국에 가서 한국 국적을 포기한 후, 다시 돌아와서는 활동을 하겠다고 말하는 등의 ‘얕은’ 행위을 했다고 볼 수 있나. 그렇게까지 바보같은 행위를 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라고 병역 기피 의도를 부인했다.
또한 유승준 측은 “유승준이 중학교 1학년 때 가족이 미국으로 이민, 모두 영주권을 가지고 있었기에 병역기피자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하며, 입대 3개월 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점에 대해서는“2004년 법 개정 전까지는 군대에 가면 영주권을 상실했기에 가족의 만류에 유승준이 현명치 못한 선택을 하게 됐다”고 부연했다.
유승준에 대학 악의적인 시선을 최대한 배제하더라도 이는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논리다. ‘유승준은 외국인이 아닌 재외동포다’라는 주장을 뒷받침할 사실적인 근거도 보이지 않고, 병역기피 의도에 대해서는 “유승준이 그런 바보같은 짓을 할 리가 없다”는 주장에 이은 주장만을 되풀이하고 있다. “14년간 가족이 외국에서 고통 속에 머물고 있다”는 것도 객관적 증거보다는 감정 호소에 가깝다. 그는 입국 거부를 당했을 뿐 미국에 유배를 당한 것이 아니었다. 수감된 것도 아니었다. 영화를 통해 해외에서 연예활동을 이어나갔다. 미국에서 결혼도 했고 자녀도 생겼다. 14년간의 칩거도 아니고 고통 속의 생활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유승준이 현명치 못한 선택을 했다”는 것도 별 도움이 되지 않는 말이다. 재판에서 자신의 잘못을 바로잡고 이를 입증하려하지는 않을망정 오히려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사실 인정에 가까운 발언은 납득하기 어렵다. 과거 2002년 유승준은 인천공항에서 입국금지를 당했던 당시 방송 인터뷰에서 유승준은 “지금이라도 미국 국적을 포기하고 군입대를 할 수 없느냐”는 질문에 “아버지와 함께 심사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라며 번복할 생각이 없다며 “2년 반 공익 근무를 하고 나면 내 나이가 서른이다. 댄스 가수로서 생명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현명치 못한 선택이라는 변명이 곧이들리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해답: 인터뷰든, 소송이든 보는 이에게도 고통 작년 두 건의 인터뷰와 소송 전 보도자료, 그리고 소송을 통해 드러나는 태도에서 미국인 유승준은 한국인들의 정서를 여전히 이해하지 못하고 이 문제에 대해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인상을 받게 된다. 판결이 하루 이틀에 나오는 것이 아닌 만큼 정부를 상대로 한 유승준의 소송전은 장기화될 전망이다. 행여나 그가 법리적인 해석에서 승소해 대한민국의 땅을 밟을 순 있어도 이미 국민들은 14년간 너무나 많은 이미지를 소비한 유승준에게 과거와 같은 성원을 보내줄 여력이 남아있지 않다. 유승준의 말마따나 그 자신이 연예인의 생명력을 모두 잃어버린 상태에서 한국으로 돌아오더라도 무엇이 남게 되는지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공식을 대입해 풀 수 없는 유승준의 소송전은 미스터리로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