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주의(作家主義). 작품에 주제의식을 담고, 자신의 스타일을 고집하는 감독을 작가에 비유한 말이다. 국내라면 김기덕·홍상수 감독 정도가 영화계에서 작가주의 감독으로 통용되곤 한다. 드라마계, 그것도 드라마 OST계로 시선을 돌려보면 어떨까. 작가주의와는 점점 거리가 멀어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더 적게 써서 많이 벌지를 고민한다. 음악 감독의 첫 번째 역할은 OST로 음원 매출좀 나온다는 가수 섭외에 그친다. 그래서 시장이 탁해졌다. OST 음악 작업이라고 하면 흔히 매주 공개돼 파트 원투쓰리라는 이름으로 나오는 곡 작업만 생각한다. 그 곡들이 극중에 어떻게 사용되는지, 극의 흐름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를 파악하고 고민하는건 뒷전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노래가 아닌 소리 작업(스코어)은 더 대충 대충이다. 그런 와중에 의미 있는 작업이 있었다. 김준석·박성일 음악 감독의 tvN '드라마' '시그널' 얘기다. 종영을 하루 앞두고 드라마는 수사물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인기를 끌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정말 잘 만들었다'는 표현이 적절한 음악들이 있었다. KBS 2TV '태양의 후예'처럼 A급 가수들만 쓴 것도 아니다. 그래도 호평받는 이유는 영상과 딱 어울렸던 음악, 영상의 전율을 더 깊게 체득하게 한 '싱크로율 100%' 음악들이었던 덕분이다. 60년대 사운드를 재현하기 위해, 가수 정규 앨범 작업하듯 소리에 심혈을 기울인 두 남자 김준석·박성일 감독을 만났다.
-일단 드라마 음악감독이란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인지, 소개를 부탁한다. (김) "전체 프로그램에 맞는 음악을 설계하고, 드라마에 들어가는 음악에 대해 모든 일을 책임진다고 하면 될거 같다. 극 전체를 이끌고 가는 음악들에 대해서 어느 부분에 어떤 감동을 줄지를 고민하는 자리다. 음악으로 연출을 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박) "프리 단계에서부터 연출 감독님과 상의를 한다. 초반에 4개 정도의 대본을 보고 판단해야 되는 상황도 있다. 심지어는 시놉과 기획안만 보고 일이 시작되기도 한다. 준비를 해놓고 가편도 붙이고 상의도 하고 들려도 드린다. 일단 방송이 시작되면 전체 음악의 80~90% 정돈 가져가야 안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가끔 어떤 드라마에서는 갑자기 이상한 캐릭터가 들어오고, 상황에 반전이 일어나고 하면 부랴부랴 작업을 하기도 한다. 근데 요즘에는 사전 제작들이 있다보니 그런 긴박한 상황에 대비할 시간적 여유들이 생기는 것 같다."
-사전 제작이 늘어나면서 음악감독들은 작업이 수원해지겠다. (박) "결국은 똑같다. 후반작업에 욕심들이 많아서, 이번 작업도 반사전 제작이었는데 해보니, 결국엔 밤새서 하게 되더라." (김) "시간이 없다면 음악이 못 들어가기도 하고 애매한데 들어가기도 한다. 그래도 사전 제작은 디테일한 부분에서 더 준비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긴다. 그런 부분에 대한 퀄리티는 더 놓아진다. 그래서 고생 역시 더 하게 된다. 하하."
-어떤 욕심인가. (김) "더 잘하고 싶은 욕심이지. 장르물은 음악을 붙이기가 까다롭다. 이게 단순히 어떤 잔인한 범죄를 보여주기 위한 드라마가 아니지 않나. 그 피해자들, 그들의 가족까지 치유해야 된다. 메시지도 있어야 된다. 게다가 이 드라마는 시공간의 차이까지 있어야 돼 구분지어 들려줘야 했다. 송 작업도 뻔한 발라드는 할 수 없었다. 음색 하나 작으려로 노력했다. 녹음도 많이했다. 반면 공중파는 시간도 부족하다보니 포기하는 부분도 생긴다. 그래서 사고를 막기 위해 밤을 꼴딱 새서라도 준비를 해서 간다. 체력적인 고생이 제일 크다. " (박) "복잡했다. 과거와 시점이 다르고, 추적을 하거나 장르물의 모든게 들어가 있다. 심지어 애잔하기까지 했다. 다른 드라마에 비해 두배 이상의 음악이 필요했다."
-이번 OST 작업은 기존의 것들과는 노력이 달랐다고 들었다. (박) "지금까지의 OST라고 하면 드라마의 범주라기 보다는 매출을 위한 것이 많았다. 유명한 가수를 기용하고 사랑의 노래를 하다보니 기존 가요와 다를 바없는 것이 대다수였다. 우리도 여러 작품을 하면서 맞춰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미생'부터는 정확하게 영상음악의 범주에서 음악을 생각하기 시작했고 첫 시도가 나름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이번에도 그런 범주에서 선별했다. 물론 감독님이 원하는 가창자도 있지만, 우리는 유명세나 인지도와는 별개로 철저하게 작품이 우선이었다. 물론 대외적으로는 이런 가창자를 쓴다고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 하지만 노력이 달랐다. 드라마에 대한 애정 덕분이었을거다. 보통 2~3시간 녹음하고 가는데, 이번 가창자들은 6~7번씩 녹음하고 간 가창자들도 있다. 원하는 결과물이 나올때까지 고생했다."
-감독이 음악에 관여하는 경우도 많다고 들었다. 심지어는 가창자의 섭외까지. (김) "그런 부분에서는 최고인거 같다. 잘보이려고 하는 얘기가 아니라, 굉장히 꼼꼼하다. 감독님이 단순히 '돈을 벌어야 한다. 유명한 가수가 불렀으면 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더라. 시청자에게 전할수 있는 얘기를 전달하기 위한 곡과 가사를 꼼꼼하게 고민한다. 대충 이렇게 가죠라는게 절대 없다. 우리가 더 긴장하고 고민하게 됐다. 우리 작품에는 소위 매출에 영향을 주는 가창자가 없었다. '회상'을 리메이크한 장범준도 매출때문에 섭외한 가수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