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완다그룹이 중국 기업 최초로 국제축구연맹(FIFA)과 후원 계약을 맺었다. 최근까지 '부패와 전쟁'을 벌이며 금전적 출혈이 컸던 FIFA는 이번 계약으로 새로운 출발을 하게 됐다며 크게 반기고 있다.
하지만 유럽 언론은 이번 계약이 '또 다른 부패 세력의 영향력에 속하는 게 아닐까'라는 우려를 보였다.
FIFA에 따르면 지아니 인판티노 FIFA회장과 왕젠린 완다그룹 회장은 19일(한국시간) 스위스 취리히의 FIFA본부에서 후원사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기간은 2030년까지다.
그러나 구체적인 계약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하지만 영국 BBC는 "기존 5대 후원사의 계약을 웃도는 FIFA 역사상 최고액을 기록한 계약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FIFA의 5대 후원사는 코카콜라(미국), 가즈프롬(러시아), 아디다스(독일). 비자카드(미국), 현대자동차(한국)다. BBC는 "FIFA는 지난해 5대 후원사로부터 1억8천만 달러(약 2090억원)을 지원받았다"고 보도했다.
인판티노 회장은 "그동안 축구에 대한 꾸준한 열정을 보여왔던 완다그룹이 중국 기업 최초로 FIFA 후원사가 돼 기쁘다"면서 "완다그룹이 향후 중국 축구와 세계 축구 발전을 위해 많은 노력과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부동산과 엔터테인먼크 사업으로 중국 최고 부호 반열에 오른 왕젠린 회장은 축구광으로 유명하다. 완다그룹은 지난달 11일 스위스의 스포츠마케팅 회사 인프런트 스포츠 앤드 미디어(이하 인프런트)를 11억9000만 달러(약 1조3834억원)에 인수하기도 했다. 인프런트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 중계권 및 마케팅 권한을 독점적으로 판매 대행 권리를 확보하고 있다. 또 2022년까지 벌어지는 FIFA 주최 대회의 마케팅 권리도 가지고 있다.
완다그룹은 지난해 스페인 프로축구 구단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지분 20%을 사들이기도 했다. 완다그룹과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는 3000만 유로(약 393억원)를 공동 투자해 마드리드에 중국 유망주들을 위한 축구유학센터도 설립하기로 했다.
FIFA는 지난해 1억1000만 달러(약 144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FIFA가 적자를 낸 건 2002년 이후 처음으로 새 스폰서 유치 실패가 주 원인으로 꼽혔다. 이 때문에 독일의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이하 FAZ)은 "뇌물 스캔들에 휘말려 18년 장기 집권을 마감하고 불명예 퇴진한 제프 블라터 전 회장의 뒤를 이어 지난달 말에 부임한 인판티노 FIFA회장이 불과 3주 만에 주목할 만한 계약을 성사시켰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이 매체는 이번 계약이 동전의 양면과 같다고 지적했다. FAZ는 "완다그룹과 계약은 가까스로 벗어난 블라터 전 FIFA회장의 영향권에 다시 진입하는 것을 의미한다. 완다그룹이 최근 인수한 인프런트의 최고경영자가 블라터 전 회장의 조카인 필립 블라터이기 때문이다. 필립은 이번 계약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며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