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반으로 갈수록 남자주인공인 박해진(유정)의 분량은 줄었고 상대적으로 서강준(백인호)의 모습은 눈에 띄었다. 이는 서강준의 잘못이 아니지만 괜한 오해를 사 듣지 않아도 될 비난에 시달려야만 했다. 누구나 거쳐가는 성장통쯤으로 여기기엔 상당히 억울한 부분이다. 다른 배우들도 똑같이 하는 인터뷰도 마치 서강준만 나서서 하는 듯 일방적인 시선도 있었다. 그럼에도 서강준은 밝다. 논란에 대해 개의치 않는 건 아니다. "원작을 사랑한 팬들이라면 당연히 마음이 상하겠죠. 어떤 마음인지 이해돼요. 저 같아도 드라마를 바라보는 마음이 안타깝고 억울하고 혹은 분할 수도 있을테니깐요"라고 애써 미소 짓는다.
뽀얀 피부에 또렷한 이목구비, 빠져들만큼 진하고 깊은 갈색 눈동자. 한때 남자 배우들 앞에 많이 붙던 수식어 '꽃미남'이 사라지고, '훈남' '개성파' 등의 수식어가 그 자리를 채웠지만, 서강준이 최근 다시 '꽃미남' 타이틀을 끄집어냈다. 카메라가 실물을 다 담아내지 못 하는게 아쉬울만큼 입체적인 생김새를 자랑한다.
서강준은 유승호·박보검 등과 함께 '93라인'으로 불린다. 최근 세 사람의 활약이 두드러졌고 20대 남자 배우들의 희망으로 자리잡았다. "경쟁의식을 느끼기엔 저보다 선배들이죠. 저야 뭐 그런 수식어와 함께 한다는게 영광이에요.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그들과 한 작품에서 만났으면 좋겠어요."
데뷔 이래 가장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서강준이 취중토크 자리에 앉았다. 이날 그는 보기와 다른 먹성을 자랑했다. '살이 잘 찌지 않는 체질'이라는 서강준은 혈기왕성한 나이답게 음식 위 젓가락을 바쁘게 움직였다. 외모부터 체질까지 그야말로 '연예인'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지난 5개월의 일들을 술잔을 기울이며 다시 한 번 떠올렸다.
-취중토크 공식 질문이에요. 주량은 어떻게 되나요. "소주 두 병에서 두 병 반 정도 마셔요.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즐겨 마시진 않아요."
-그래도 잘 마시네요. "아… 그 정도가 잘 마시는 건가요. 다른 사람들은 제 나이때는 다섯병 이상은 마셔야한다고 하던데요.(웃음)" -특별한 주사가 있나요. "딱히 특별한 주사는 없는데 취하면 자요. 잠들면 주변 사람들이 저를 돌보느라 힘들죠. 술먹고 주정 부리는게 싫어요. 언제 한 번 친구들이랑 술 먹다가 취한 친구들이 주정 부리는 걸 봤는데 별로였어요. 저러지 말아야지 생각했죠."
-자주 마시진 않는다고요. "네. 좋아하는 편은 아니에요. 자리가 있을 때는 마시는데 아니면 일부러 나서서 술을 마시진 않죠."
-요즘 인기가 많아진 걸 느끼나요. "사실 일반적인 상황에서는 피부로 와닿지 않는데 팬 관련 야외 행사를 하면 확 느껴요. '아 내가 백인호로 정말 큰 사랑을 받았구나'하고요. 절 보러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와주니 더 열심히해야겠다는 동기부여도 생기고요."
-'치인트'가 끝난지 3주 정도 됐어요. 기분이 어떤가요. "백인호라는 캐릭터를 떠나보내야 하는게 아쉽죠. 저랑 안 어울릴 줄 알았던 배역이었는데 어느 덧 백인호가 됐는데 다시 보내야한다고 생각하니 안타깝죠."
-단도직입적으로 물을게요. 정말 이윤정 감독이 편애했나요. "편애라는건 전혀 없었어요. 감독님은 배우 모두를 다 좋아했고 똑같이 대해줬어요. 누구 한 명을 좋아하고 그런 건 없었죠. 왜 저만 편애하겠어요. 정말 오해에요."
-이윤정 감독이 '오빠'라고 불렀다던데요. "그 부분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어요.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저를 '오빠'라고 불렀어요. 감독님 뿐만 아니라 여자 스태프와 남자들까지. 극중 홍설이 저한테 '인호오빠'라고 부르는 장면이 있는데 그 후로는 모든 스태프들이 저를 '인호오빠'라고 부른 거에요."
-오해가 많아요. 억울한 부분도 있을텐데요. "'오빠' 호칭이나 '편애' 등은 정말 와전된 얘기에요. 아마 제가 아닌 현장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알 거에요. 그 외적인 부분에 대해선 받아들여야죠. 이 모든게 시청자들의 의견이잖아요. 제가 좋아하는 말만 있진 않으니깐요."
-현장분위기는 화기애애했나요. "정말 좋았어요. 여느 촬영장이 비슷하겠지만 웃음 가득했어요. 비슷한 연령대 배우들이 많다보니 더욱 그랬죠. 다른 사람한테 물어봐도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할걸요."
-중반 이후 분량이 많아지긴 했어요. "분량은 저도 어떻게 할 수 있는게 아니잖아요. 그렇다고 감독님이랑 작가님 혼자서 내린 결정도 아니고요. 대본을 사적인 감정으로 만들 순 없잖아요. 제 분량만 유독 튈 순 없죠."
-사실 분량이 많음 좋은 거잖아요. "물론 좋죠. 그런데 극의 흐름과 매끄럽게 이어져야죠. 방송이 절반 쯤 진행됐을때 전체 촬영이 종료됐어요. 그때는 제 분량이 많지 않았어요. 그런데 촬영이 끝나고 나니 갑자기 분량이 눈에 띄게 늘더라고요."
-원작을 봤나요. "당연히 봤죠. 원작이 있는 작품을 보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하기는 힘들죠. 그런데 또 제가 원작을 봤다 안 봤다로 말이 많더라고요. 시기가 애매했던 거 같아요. 촬영 전 화보 인터뷰때는 못 봤다고 얘기했는데 그 이후에 원작을 봤어요. 고로 촬영 전에는 원작을 봤죠."
-실제 성격은 어떤가요. "백인호와 정반대예요. 소심하고 내성적이에요. 고등학교때 까지만 해도 사람들이랑 말을 잘 못 섞을 정도 였으니깐요. 연기에 대한 꿈을 키우고 일을 시작하면서 변하기 시작했어요. 어리바리한 면은 확실히 있지만 다른 점이 더 많아요."
-연기하기 쉽지 않았겠네요. "연기는 연기일 뿐이지만 정반대의 성격을 연기한다는 건 확실히 부담이죠.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게 백인호를 연기하다 보니까 저도 어느새 백인호처럼 바뀌더라고요."
-본인이 스스로 느낀건가요. "서프라이즈 멤버들과 함께 있을 때도 백인호처럼 툭툭 거리더라고요. 깜짝 놀랐어요. 그만큼 캐릭터랑 많이 친해진 것 같다는 뜻이겠죠. 그동안 연기한 캐릭터 중 유독 백인호에게 애착이 많이 가요."
-사랑에 대해서도 닮아가던가요. "그건 제 본래 성격돠 비슷해요. 백인호가 홍설에게 다가가는 모습을 보고 느꼈어요. 좋아하는 마음으로 변했는데도 고백은 했지만 자신을 인정해달라고 요구하지는 않잖아요. 저도 누군가를 좋아하더라도 소유하는 성격은 아니거든요."
-'치인트' 논란을 바라보는 심정은 어땠나요. "원작의 팬들이 많이 서운해 하셨던 것 같아요. 기대했던 내용과 달라진 부분에서 실망했고요. 원작 팬으로서는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는 게 당연히 이해되는 부분이에요. 논란이 생겼을 때가 작품이 끝나기 전이었거든요. 종영까지만 좋은 시선으로 봐주길 바랐어요."
-애드리브가 많았다던데. "배우들이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해줬어요. 저만 그런게 아니라 모두에게 공통적으로 해당된 사항이에요."
-그게 전부 반영이 되나요. "작품의 방향성과 맥락이 바뀌지 않는 선에서는 허용해주셨어요. '밥 먹었냐' '밥 먹었어' 등 뜻이 같으면 꼭 대본대로 읽지 않아도 됐고요. 그래서 실제로 대본과 비교해보면 조금씩 다르게 표현하거나 애드리브를 한 부분이 있어요."
-이 부분도 서강준 씨 혼자만 그런 것처럼 알려졌어요. "그러니깐요. 저만 그런게 아니라 모두가 그렇게 한 건데 마치 저만 제멋대로 한 사람처럼 알고 있더라고요. 어쩔 수 없죠."
-촬영 중 힘들었던 점이 있나요. "연기에 대한 고민하는게 힘들었지만 그 외는 없어요, 시간도 충분했고 대화도 많이 할 수 있어 좋았어요."
-'치인트'에 대한 의미가 남다르겠어요. "실제 웹툰도 그렇지만 저에게도 인생사를 담고 있는 드라마라고 느껴져요.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 좋았고 훌륭한 작품에 참여해 좋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