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티모어 구단이 김현수(28)에게 '마이너리그 거부권'을 포기하라는 압력을 행사하는 모양새다.
그러자 미국 메이저리그 선수노조(MLBPA)가 움직였다. 볼티모어 구단이 김현수의 권익을 침해한다면 좌시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MLBPA는 메이저리그의 단체협약에 따라 구단의 부당한 처사에 제동을 걸 수 있다. KBO리그에는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선수협)이 있다. 그러나 단체협약은 존재하지 않는다.
선수협은 과거 노동조합 전환을 검토했지만, 아직 사단법인 체제다. 노조가 아니니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김선웅 선수협 사무국장은 31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과거 몇 차례 노조 구성의 움직임이 있었다. 그러나 매번 무산됐고, 지금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어 "노동법의 범주에서 보호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다. 큰 부문에서 공정거래법을 적용해 선수 권익 보호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 국장은 현재 선수와 구단의 계약 관행을 가장 큰 문제로 꼽았다. 계약서는 쌍방이 보관하는 게 원칙이다. 하지만 계약서에 사인을 한 뒤 구단이 회수해가는 관행이 이어지고 있다.
김 국장은 "입단 첫 해 선수와 FA 선수 외에는 계약서를 주지 않는다"며 "매년 연봉 계약을 갱신하고 있는데, 계약서를 주지 않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10개 구단을 돌아다니며 파악한 결과, 대다수 선수가 계약서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국장은 "선수도 개인사업자다. 그렇다면 당연히 계약서를 주고 받아야 하지 않나. 작년에 선수협 명의로 공문을 보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다. 잘못된 관행을 고칠 의사가 없는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육성선수 전환을 이용한 '신분 세탁'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김 국장은 "선수가 구두 약속받은 조건을 보장 받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며 "11월 보류 선수 명단에 포함시키고, 12월에 연봉 계약을 한다.
그러나 KBO에 1월 31일까지 선수 등록을 하지 않는다. 이러면 선수는 육성선수 계약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규약의 허점을 악용하는 행위"라는 게 김 국장의 지적이다.
그는 "계약을 했다는 건 등록선수에 포함시킨다는 뜻이다.
하지만 선수 동의 없이 통보 형식으로 육성 신분으로 바꾼다. 선수 입장에서는 미래가 불안해진다. 하지만 이를 막을 장치가 없다는 게 KBO의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선수를 동반자로 보지 않는 태도다.
김 국장은 KBO리그의 구조적 문제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MLBPA가 힘이 센 이유는 선수가 리그의 주인이기 때문이다. KBO리그는 아직 모기업 중심으로 운영되고, 움직인다. 선수의 영향력이 크지 않다. 이전에 비해 많이 달라졌지만, 여전히 구단 위주의 리그 운영이 선수 권익보호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