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린보이' 박태환(27·단국대)이 진창이 아닌 푸른 물속을 헤엄치기 위해 분투하고 있다.
오는 25일 광주 남부대 국제수영장에서 열리는 2016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대표 선발전을 겸한 동아수영대회에 참가할 예정인 그는 지난 3월 호주로 출국해 개인 훈련에 몰두하고 있다.
박태환은 2014년 9월 실시한 도핑 테스트에서 금지약물인 테스토스테론 성분 양성 반응으로 국제수영연맹(FINA)으로 부터 1년6개월간의 선수 자격 정지 징계를 받았다. 아시아를 대표하는 수영선수였던 그는 인천아시안게임에서 획득한 메달(은1·동5개)까지 반납하며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박태환을 현장에서 지켜봐 온 한 관계자는 "지난 18개월 동안 자숙을 하며 보냈다. 봉사활동과 함께 재기를 위해 운동해 왔다"고 전했다.
◇자숙·수영 꿈나무 지원 봉사
박태환은 한국 스포츠계의 '슈퍼스타'였다.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400m)과 은메달(200m), 2012 런던올림픽 은메달(400m·200m)을 목에 건 뒤에는 수영은 물론이고 각 분야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다. 그가 착용하는 헤드셋, 운동화가 '완판' 됐고, 마린보이의 성공신화를 담은 책이 발간됐다.
이 때문에 도핑 파문의 상처가 유독 깊고 진했다.
어떤 이유에서건 운동선수의 금지 약물 복용은 용납될 수 없다. 박태환 역시 지난 18개월 동안 자신의 부주의와 잘못을 뉘우치고 치열한 반성의 시간을 보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박태환이 그동안 반성의 시간을 가지며 많이 힘들어했다. 지난 3월 2일을 끝으로 징계가 끝났지만 여전히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약으로 기록을 세웠다'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과 프로 선수의 책무 사이에서 자신을 다그쳤다.
특히 박태환은 형편이 어려운 어린이들을 지원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지난해 8월 소셜 기부 플랫폼 위제너레이션과 함께 가정 형편상 수영을 포기해야 하는 아동을 지원하는 모금 캠페인을 진행했다. 후원자와 함께 저녁식사 초대와 애장품 등을 선물하며, 대중의 관심을 받았다.
이 밖에도 강원도에 있는 초등 분교의 수영부에 각종 용품을 대량 지원했다. 수영 용품을 넉넉하게 전달받은 학교측과 어린이들은 감사 인사를 담은 동영상을 만들어 박태환 측에 보내왔다. 또 자신의 밀랍인형이 전시된 서울 그래벵 뮤지엄에서 파는 각종 기념품 판매 수익금 역시 전액 홀트아동복지회에 기탁했다.
박태환의 최측근 중 한 사람은 "거창하게 무언가를 보여 주려고 하기 보다는 지속적으로 어려운 형편의 수영 꿈나무나 어린이들을 지원해 왔다"고 말했다.
◇재기, 마지막 희망 리우 올림픽
박태환은 약물로 얼룩진 명예 회복을 위해 사실상 이번 리우 올림픽에 전부를 걸었다. 1차 목표는 이달 말에 열리는 동아수영대회다. 선수 자격 정지로 지난 2월 열렸던 1차 국가대표 선발전에 출전하지 못했던 그는 마지막인 이번 2차 선발전에서 자력으로 올림픽에 나설 수 있는 A기준 기록(자유형 400m 3분50초44·자유형 200m 1분47초97 이내)을 세워야 한다.
박태환은 지난 1년6개월 동안 소속 없이 개인 운동을 해왔다. 국내에는 국제 대회를 준비할 수 있는 50m 레인을 갖춘 수영장이 많지 않다. 스승 노민상 감독과 함께 올림픽수영장에서 훈련했으나 그나마도 하루 2시간에 그쳤고, 여러 선수와 레인을 나눠 쓰느라 집중하기 어려웠다.
호주 전지훈련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이번 훈련에는 노 감독이 동행하지 않았다. 하지만 날마다 박태환의 기록을 받아 관리하고 있다.
대한수영연맹 관계자는 "박태환도 리우 올림픽 참가 후보자 자료를 제출한 상태다. 박태환이 동아수영대회에서 좋은 기록을 낸다면 태릉선수촌에 들어가 훈련 기회를 얻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설령 빼어난 기록을 세워도 리우 올림픽 출전이 확정되는 것은 아니다. FINA의 징계는 모두 풀렸지만 대한체육회의 국가대표 선발 규정 제5조(도핑 연루자는 징계가 풀린 뒤 3년 이내에 태극마크를 달 수 없다)에 따라 국제 대회에 나설 수 없다. 이른 바 '이중 징계' 논란이 나온 배경이기도 하다.
박태환이 리우 올림픽에 나서려면 이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대한수영연맹이 최근 관리위원회를 꾸렸다. 선발전이 끝나는 오는 4월말부터 규정 개정 여부에 대해 논의를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